조일근/ 언론인

양심은 살 수 있어도 민심은 살 수 없다

군 의원 A. 그에게는 유권자 명단이 있다. 당선 가능한 숫자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 다른 후보에 비해 한가하다. 이미 작업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투표 6개월 전 이미 명단에 있는 아군들을 만나 조치를 끝낸다. 다른 후보들이 뛰기 시작할 때 선거운동을 거의 마무리하고 엄살만 부린다. 평상시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권자를 돕는 데는 적극적이다. 또 다른 후보 B. 조직이 좋다. 거기에 A씨의 노하우까지 도용(?)해 득표 활동을 한다. 당선권이란 소문이다. 도 의원 후보 C. 특정 집단의 고위직을 맡고 있어 조직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만 믿고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20만원 이상을 찔러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5억원 이상 쓸 것으로 예상된단다. 역시 당선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돈 선거와 관련된 이같은 소문들은 물론 확인할 길이 없다. 헛소문 이길 간절히 빈다.

단체장 선거와 관련된 소문은 황당하다. 절망적이다. 30억원은 쓸 것이라는 소문이다. 그래도 불리하면 50억원도 쓸 것이란 말까지 흘러다닌다. 서민들은 상상도 못할 거금을 들여 당선되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돈을 최상의 가치로 아는 시대다. 투자(?)한 만큼 회수할 수 없다면 미쳤다고 이렇게 큰 돈을 쓰겠는가. 최소한 그 이상 회수할 방안이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아야한다. 아예 비리를 계획하고 선거에 뛰어든 것이다.

농자재상 Y씨가 자재를 사러온 어르신과 나누었다는 대화 내용을 들으면 돈선거가 얼마나 횡행하는가를 알 수 있다. 어르신; 나쁜X, 돈 쬐까 주고 얼마나 도둑질을 해먹을라고. Y; 다들 받는다는데요. 어르신; 살로 가겄어? 속 불편헝께 안받어. Y; 받고 안찍으면 되잖아요. 어르신; 그러먼 이런놈의 판이 한허고 계속되제. 안돼아.

들어보니 시골에서 농사로 평생을 보냈을 어르신이다. 약삭빠르지 못해 대박의 꿈 따위는 없는 분이다. 공짜나 헛된 욕심 따위도 없는, 성실하고 정직한 분이다. 그렇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다. 말로만 애국애족을 떠드는 정치 모리배들을 쫓아낼 애국자다. 존경스럽다.

노 무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갈팡질팡한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든다. 대북 원조를 퍼주기했다 면서 실패한 정권이란 멍에를 씌운다. 나는 견해를 달리한다. 부정부패를 낳을 수밖에 없는 돈선거의 폐습을 추방했다. 선거 공영제와 신고 보상제를 실시, 밥 한 그릇도 얻어먹을 수 없게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정치적 성격의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필요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것은 상식이 됐다.

수십년 계속된 돈선거의 고리를 끊어낸 것은 비리의 원인을 근절하는 효과가 있다. ‘본전을 뽑아야 하는 부담이 없는 만큼의 부정부패가 줄어드는 효과다. 노 무현 정권의 빛나는 성과다. 김 대중 정권이 빠른 기간에 IMF를 졸업 시킨 성과를 제외하고 역대 어느 정권도 이만큼 빛나는 치적은 없다.

인구가 적은 일부 지역에서 아직도 돈선거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돈을 뿌리는 후보도 문제지만 유권자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지지를 부탁하는 후보자가 그냥 가면 그냥 간가면서 넌지시 돈을 요구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니 말이다. 낙지 제발 뜯어 먹기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돈선거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단다. 그래도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한숨만 쉰단다.

양심은 살 수 있어도 민심은 살 수 없다는 후배의 말이 오래도록 귓전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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