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하늘로 소풍간 의붓딸

소풍을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여덟 살 어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비정한 계모가 있었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던 날, 2천원을 가져가고도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의붓딸의 머리와 가슴 등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때린 울산의 계모 박모씨, 중상을 입은 어린 의붓딸은 채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체 생을 접어야 했다.

어린 딸의 죽음을 불러 온 2천원은 혹 꿈에 부푼 소풍을 모른 체 하는 계모 대신에 학교 친구들과 둘러 앉아 맛있게 나눠먹을 김밥 한 줄을 사고 싶었던 돈은 아니었을까?

소풍을 가는 날이면 자식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을 싸주시겠다며 꼭두새벽같이 일어나 온갖 정성과 사랑을 담아주셨던 어머니의 김밥이, 계모에게 모진 폭행을 당하면서도 소풍만은 보내 달라며 애원을 하는 어린 소녀의 가녀린 손에서 떨고 있었을 2천원과 자꾸 교차가 되면서 한없이 목이 메이는 것은 어인 일일까.

열여섯 개의 갈비뼈가 부러질 만큼 계모에게 모진 폭행을 당하면서도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었던지 소풍만은 보내달라고 애원하던 어린 소녀는 결국 하늘나라로 머나먼 소풍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폭행 후 멍자국을 없애겠다며 욕조에 밀어 넣고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던 계모에게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차가운 심장의 사법부도 우리나라에 있었다.

칠곡 계모 의붓딸 살인사건

"아줌마(계모 임 씨)가 나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세탁기가 고장 나자 아빠한테 내가 발로 차서 고장 냈다고 말했다. 판사님 사형시켜 주세요. 전 그 아줌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지난 해 8, 경북 칠곡에서 여덟살 난 여동생을 발로 차 숨지게 했다는 친 언니가 못된 계모를 처벌해 달라며 판사에게 보낸 서신의 일부이다.

온갖 폭행과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숨진 의붓딸의 친 언니를 너도 죽이겠다.”며 협박을 해 죄를 뒤집어쓰게 했던 계모 임씨의 반 인륜적인 범죄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말문을 잃고 말았다.

계모 임씨는 두 의붓딸에게 청양고추를 강제로 먹이고 세탁기에 넣어 돌리는가 하면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온 몸에 화상을 입히는 등 차마 부모로써는 할 수 없는 잔혹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친부까지 가세하면서 의붓엄마의 무자비한 폭행을 견디기 힘들었던 어린 딸은 짧은 생을 접어야만 했다. 아니 스스로 접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계모의 협박을 받고 자신도 죽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동생의 복부를 발로 차 숨지게 했다고 허위 진술을 해야만 했던 친어니, 그가 받았을 상처 또한 얼마나 크고 감내하기 힘겨웠을까.

하지만 여기에서도 사법부의 싸늘한 심장은 계모 임씨에 대해 살해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사건

칠곡계모와 울산아동학대사건의 솜방망이 판결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에는 아기를 죽여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비정한 아버지 사건이 보도되었다.

20123월에는 게임중독에 빠진 20대 여성이 PC방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은 뒤 비닐봉투를 쒸워 질식사시킨 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 일도 있었다.

2008, 울산에서는 계모인 오모씨가 자신의 의붓아들인 우모(당시 6) 군이 밥을 먹다가 구토를 하자 발길질을 해 숨지게 한 후 버려진 드럼통에 시신을 유기하고 휘발유를 뿌려 불까지 지르는 악행을 저질렀다.

의붓아들에게 소금밥만 먹여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2012,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정 모(당시 10)양이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국과수가 밝힌 사인은 나트륨 중독에 의한 쇼크사였다.

세살된 어린 아들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마구 때리거나 바닥에 내던지는 등 상습적인 폭행으로 숨지게 한 경기도 일산의 박모여인도 있었다.

인면수심 친부모

사람의 탈을 쓰고 짐승의 심장을 가진 사람을 인면수심이라고 했던가.

우리나라에선 지난 10년 동안 100여명에 달하는 아동들이 부모의 학대를 못 이겨 죽어가야 했다.

미국의 재판부는 이렇게 천륜을 저버리는 인면수심의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를 하는 등 엄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위의 경우에서 보듯이 상대적으로 처벌형량이 낮다는 주장이 강하다.

하늘로 소풍간 의붓딸 모임이 만들어져 사법부를 맹비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동학대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 형량을 선고 하는 등 엄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법 감정인 것이다.

지금 인터넷에는 소풍을 가게 해달라며 애원을 했던 여덟살 의붓딸의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올라오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필자역시 지금까지 칼럼을 쓰면서 이렇게 가슴 저리게 아파보긴 처음이다.

인면수심 부모의 잔혹한 만행으로 마음의 상처가 더 컸을 어린 영혼들, 부디 아픔도 슬픔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즐거운 소풍을 다녀 올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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