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세월호 사태가 국가 개조론을 불렀다. 관피아로는 불가능하다. ‘새정치도 좌초 위기다. 무소속 후보 가운데서 진주를 찾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나라가 너무 어수선하다. 세월호가 어영부영 폼 잡고 흘러가던 대한민국을 좌초 위기로 몰아넣었다. 제법 그럴듯하게 국격(國格) 운운하기도 했다. 경제 규모가 어떻고,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하는 나라가 됐다고 자위했다. 대통령이 어느 나라에 가서 융숭하게 대접 받았다면서 좋아라 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기본이 안 돼 있는 나라로 추락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기본적 시스템조차 없는 나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어느 누구도 내 탓이라고 나서는 자가 없다. 벼슬을 다툴 때는 앞 다퉈 손들고 나서더니 책임질 일이 생기자 모두 눈치만 본다. 이제 솔직해질 때도 됐건만 아직도 숨기고 회피하느라 급급한 모습들이 곳곳에 보인다.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개조해야 할 것인가 막연한 말들만 많다. 그냥 개조해야 한단다. 국가 개조가 말만으로 되는 일인가.

사태 수습 방안부터 개조해야 한다. 저지른 자에게 수습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았다. 정부 조직으로는 진행 중인 사태의 수습조차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개조는 언감생심이다. 유가족들의 분노를 진정시키기는커녕 그들이 지쳐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벌써 한 달이다. 지금쯤은 내 탓이라고 나서는 사람 한 명쯤은 나올 때도 됐다. 아직도 내 탓은 아니라는 벼슬아치들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수습하고 개조할 것인가.

인재는 많다. 양심적이며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 집단을 개발해야 한다. 나라 안에 없으면 국제사회의 도움이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 조직으로는 이미 수습 불가, 개조 불가다. ‘관피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부 조직에 의존, 국가 개조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관료들은 이미 국민 신뢰를 잃었다. 언론인, 교수, 양심적인 변호사 그룹, 시민사회운동권 인사 등을 통한 수습과 개조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사태만으로도 버거운 판에 지방선거까지 겹쳤다. 정치권이라고 관피아와 다를 것이 없다. 국내외적으로 ‘3딱지를 달고 다니는 집단이다. 그들은 지금도 잔치판을 벌이지 못해 안달이 나있을 것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지방선거를 끌어가고 있다. 제 입맛에 맞게다. 정치, 특히 선거와 관련해 목소리를 키우다가는 국민의 분노가 정치권으로 향할 수 있다는 눈치는 훤하다.

서로 물고 뜯는 전쟁을 하고 싶어도 국민들 눈치 보느라 조용하다. 대신, 정치적 무게가 나가는 사람들 뜻대로 흘러간다. 언론도, 국민도 정치에 관심 갖기가 무색한 틈을 타 제멋대로 끌어가고 있다. 보수 꼴통들이나 진보 세력들이나 똑같다. 제 논에 물대느라 바쁘다. 자기 사람 못 심어 안달이다. 민초들은 그래도 자기네 살림에 직접 관련 있는 시··구 의원과 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많다. 미안해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 선거도 세월호 사태와 다를 바가 없다.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나 유권자들 모두가 불만이 많다. 호남 지역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원치 않는 입지자는 없다. 다만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을 표방할 뿐이다. ‘새정치를 기대하며 나섰지만 구태가 판을 치는 현실이다. 안철수가 바람을 일으킨 새 정치도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침몰하는 모습이다.

새 정치를 갈망하는 입지자와 민초들의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구태기득권을 무기로 공천을 받은 후보자 보다 무소속 후보들 속에 진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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