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생명 연장과 건강 회복을 위해 찾은 요양병원 화재는 또 하나의 충격이다. 김 영삼 정권이 연상된다. 관피아 척결 등 실질적 대책이 아쉽다

한달 보름.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17명이나 된다. 정부의 대책, 후속 조치, 수사, 실종자 수색 상황 등에 관한 소식에 국민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있다. 분노와 슬픔도 가시지 않았다. 불만과 불안 속에 살아간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경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니나다를까. 사흘 연속 화재 사고가 잇달았다. 26일 고양 시외버스종합터미널, 27일 시화공단, 28일 장성 요양병원 화재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 뚜껑만 봐도 놀란다더니 뉴스를 접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8명이 숨진 고양 터미널 화재는 세월호 사고와 닮은 점이 많다. 불법 공사로 인한 참사다. 그 뒤에 무엇이 또 있을 것 같다. 세월호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안전불감증은 눈에 보인다. 보이지는 않아도 관계 공무원과 회사의 유착이 8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21명이 숨진 장성 요양병원 화재는 국민들을 멘붕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사고다. 세월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접한 대형 참사다. ‘국가 개조까지 말하며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경계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참사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재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 깊은 비리 커넥션이 밝혀졌다. ‘국가 개조까지 말하며 세월호와 같은 참사의 재발을 경계했다. 안전 불감증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런데 터졌다.

요양 병원은 어느 곳 보다 생명을 고귀하게 여겨야한다. 생명을 연장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작은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국가 전체가 안전불감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 환자의 방화 가능성은 상존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운영 기관은 물론, 정부 등 관계 기관의 안이한 자세가 낳은 참사다.

사흘 연속 발생한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대형 사고가 잇달아 터진 김 영삼 정권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불안을 감출 수가 없다. 구포역 열차 전복, 아시아나기 추락,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와 삼풍 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폭발, 대한항공 기 괌 추락 등이다. 인명 피해는 사망자만 1300명에 달한다.

김 영삼 정권은 결국 국가 존망의 위기인 IMF라는 대형사고와 함께 막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는 건국 이래 가장 큰 분노와 슬픔을 부른 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사고를 예방하지 못해 사고가 잇달고 있다. 김 영삼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불안하다. 대통령이 제시한 정부 개편안은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핑계김에 정부의 몸집만 불린 것은 아닌가. ‘관피아척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말로는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였다고 한다. 장관급의 국가안전처 하나 신설하고 국가 안전 기능을 대폭 확충 했단다. 대신 안전행정부를 다시 행정안전부로 바꾸고 차관 2명을 1명으로 줄였다. 차관급 해경청장 자리도 없애버렸다. 벼슬이 높을수록 현장과는 거리가 멀다. 차관급은 줄고 장관급을 늘어난 것은 현장과 정부의 거리는 더 멀어진 것이다. 국민의 안전은 높은 의자에 있지 않다. 현장에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세 부담만 늘어난 정부의 몸집 불리기가 아니다. 나라 안 구석구석까지 만연한 비리와 안전불감증 해소다. 관피아 척결 방안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세월호의 박지영씨, 불을 끄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질식사한 요양병원 간호조무사가 같은 의인들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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