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월드컵 알제리 전은 세월호, 문창극에 이은 참사다. 국민과 국가를 슬프게 했다. 명장 반열에 오르지 못한 감독 기용이 아쉽다

수준이 낮아지면 고통스럽다. 높아지면 즐겁고 행복하다. 서서히 낮아지면 그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갑자기 낮아졌다고 판단되면 박탈감과 함께 밀려오는 고통은 참기 힘들다. 높아지는 경우의 만족감이나 행복감도 마찬가지다. 점차 높아지면 느끼지 못한다. 급격한 수준의 상승을 느낄 때는 짜릿하다.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각자가 중시하고 좋아하는 분야일수록 감정의 기복은 크게 마련이다.

문제는 국가적 분위기가 바뀌는 경우다. 98년의 IMF 사태는 하늘에 먹구름이 낀 것 같았다. 국민 모두가 고통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듬해 골프 선수 박 세리가 US 오픈에서 우승했다. 전 국민이 환호 했다. 한반도를 뒤덮은 먹구름이 사라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당시 골프는 부자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맞은 박 세리의 우승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만에 위기를 넘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달성. 축구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 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우리 국민에게 이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준 사건은 없었다. 호남과 영남, 부자와 서민, 남녀노소 모두 하나가 됐다. 그 후 월드컵은 한국인의 로망이다. 4년마다 밤잠을 설쳐가며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 했다.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또다시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거리 응원도 여전하다.

지난 월요일 새벽 알제리와의 경기는 청천벽력이었다. 우리를 실망 시켰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과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아쉽다. ‘제물로 삼겠다던 팀의 제물이 되다니. 우리가 알던 그 팀이 아니다. 그 팀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가 본 것은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경기가 아니다. 조기축구팀과 월드컵 팀의 경기였다. 세월호, 문 창극 총리 내정에 이은 참사다.

축구는 지구촌 전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월드컵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축제다. 그날 우리의 경기를 지켜본 지구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런 팀이 어떻게 월드컵에 나왔지?” 하며 월드컵의 수준을 떨어뜨렸다고 비웃었을 게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국의 위상 실추다. ‘브랜드가치의 하락이다. 국제사회에서 격상되던 한국과 한국인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우이길 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팀에 큰 기대는 없었다. 대부분의 축구 마니아들은 1승도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패(全敗)를 점치는 사람도 많았다. 박 지성이 활약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 손 흥민의 독일 분데스리가’, 메시와 호날두의 스페인 라 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아’, 네덜란드 리그 등 세계 정상급 팀들의 경기를 보면서 쌓은 안목이다. 말은 안했지만 감독에 대한 불신도 만만찮았다. 불안했다.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다.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축구에 자존심을 건 지구촌은 유능한 감독의 스카우트에 열을 올린다. 축구 강국을 자부하는 나라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히딩크영입으로 4강 달성의 신화를 쓴 경험이 있다. 홍 감독은 연봉 8억 원 이다. 러시아의 카펠로 감독은 14배에 달하는 114억 원짜리다. 카펠로는 러시아를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 시켰다.

토종(土種) 감독 양성도 중요하다. 축구와 국민 행복 수준, 대한민국 브랜드가치의 향상은 더 중요하다. 입술을 앙다문 손 흥민의 눈물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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