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으로 국가 존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반도에 낀 먹구름은 우리 스스로 걷어내야 한다

장맛비가 내린다. 예년에 비해 늦었다. 가뭄 끝의 단비다.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다. 식중독, 계곡에 불어난 물, 축대 붕괴, 빗길 교통사고, 감전, 낙뢰 등 걱정하고 주의 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마전선은 차가운 오호츠크 해 기단과 따뜻한 남태평양 기단이 만나 힘겨루기를 하면서 형성 된다. 한반도 등 동아시아 기후의 특징이다. 반복되는 기후 현상이다. 재해 예방이 가능하다. 그래도 재해는 그치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먹구름은 한반도의 장마철처럼 오락가락 할 것이다. 세계 최강국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이 부딪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호츠크 해의 찬 기단이 내려오듯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 했다. 정상회담도 했다. 뉴스를 보고 듣지 않아도 안다. 의제는 북한 핵과 경제 협력 강화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았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일본을 앞세운 미국의 편에 서지 말아달라는 유화 제스처다. 더 정확하게는 압력이다.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을 믿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 위한 방문이다.

정부는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외교적 성과라는 투다. 우연의 일치인가. 시 주석 방문에 맞춰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의 길을 선택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겠다고 하자 미국은 즉각 이를 환영했다.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미중 대결 구도의 첨예화다. 남태평양 기단의 북상이다. 전선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한반도에 먹구름이 끼었다. 언제 비(충돌)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은 남중국해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필리핀 등과 영토분쟁을 서슴지 않는다. 센카쿠 열도에서는 일본과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일본과 미국의 동맹 강화는 패권국가의 길을 가는 중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두 진영이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지극히 좁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는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과는 역사적 감정의 응어리가 맺혀있다. 독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마저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버릴 수 있으나 일본은 버리지 못하겠다는 자세다. 믿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국 전쟁의 당사국인 중국과 함께 미일 진영과 맞설 수도 없다. 그야말로 샌드위치신세다.

안보 차원은 물론 경제적 이유로도 어느 한 쪽만을 선택할 수 없는 처지다.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한쪽의 시장을 잃는다면 경제는 휘청 거린다. 두 진영이 부딪치기라도 하는 날이면 경제 파탄은 물론 국가 존망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해결책은 어렵지만 있다. 두 진영 모두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다. 그리고 주변국간 갈등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쟁으로 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세월호와 유병언의 체포에 묶여 있을 때가 아니다. 국가 개조가 시급한 과제다.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은 우리 스스로 걷어내야 한다. 남들이 걷어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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