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군정 질의 응답 시간이 진도 빨리 나가는 수업 시간 같아서는 안된다. 질타와 주문이 잇달아야 한다. 꿀먹은 벙어리 같은 의원은 가라

문득 자치단체 의원들의 활동상이 보고 싶다. 업무 보고를 받는 첫날. 오랜만에 관청에 가는 발걸음이 서먹하다. 군의회. 널찍하지만 조용하다. 담당 과장들이 배포한 자료를 읽어 내려간다. 의원들의 질의 시간. 의사 진행을 맡은 의장을 포함, 8명의 의원들에게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 한 두명의 의원과 보고 하는 담당 과장 사이에 그저 그런 질의 응답이 오간다. 추상 같은 호통을 기대했다. 실망이다.

머리 속에서 그려본다. 질타하는 의원들. 진담 흘리며 변명하고 사과 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이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호통도 없다. 따끔한 질책도 없다. 일사천리. 다음 과로 넘어간다. 마치 담임 선생님이 빠르게 진도 나가는 모습이다. 줄잡아 50명의 공무원들이 배석했다. 예상치 못한 질의에 대비, 잔뜩 긴장한 실무자들이 틀림없다. 끝내 그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

의원 8명중 5명이 새로 의회에 입성했다. 새내기 의원들은 엉뚱한 발언으로 망신 살 것이 두려워 말을 아끼나보다. 7선 의원도 있고 3선 의원도 있다. 후배 의원들 교육 차원에서라도 뭔가 보여주길 바랐다. 다 알고 있고 바로잡을 사항도 없다는 듯 아예 입을 열지 않는다. 아쉽다. 유권자들은 의원 노릇을 잘할 것으로 알고 그들을 선택했다. 그들은 군정을 훤히 알고 있을까. 100점 짜리 군정일까.

믿을 수 없다. 모르면 질문도 못한다고 했다. 질의를 하지 않는 것은 군정을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라면 공무원들과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을 꺼려서다. 혹시라도 공직자들이 무식하다고 비웃을까봐 말을 아낀다면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해하고 확실히 알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잘못하거나 빠진 부분은 수정,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의원의 의무다.

지방의회 의원에게는 군정을 견제, 감시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주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다. 당연히 군정 전반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잘 하고 있어도 더욱 잘 하라고 질타해야 한다. 주문 해야 한다. 이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려면 왜 의원이 되려고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나 묻고 싶다. 사회적 대접을 받고 싶어서? 주민들은 당연히 그들의 대표성을 인정한다. 권위도 인정 한다. 입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다시는 뽑아주지 않을 것이 뻔하다.

언뜻 엉뚱한 생각이 든다. 공직자들에게 신세를 졌나? 약점을 잡혔나? 고개를 젓는다.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큰일이다. 주민들 대신 군정을 견제, 감시하라고 뽑았다. 심부름 잘 하라고 뽑았다. 공무원들에게 신세나 지고 약점이나 잡히라고 뽑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연간 3억 원이 넘는 주민 혈세를 까먹는 결과다. 지방의회의 존속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둘째날. 다시 의회를 찾았다. 친환경농정과장이 답변하고 있다. 의원들의 질의와 요구가 계속됐다. 어제와는 딴판이다. 다행이다. 농촌 출신들이라 많이 알고 주문하는 것도 많다. 다선 의원들이다. 그래도 배석한 담당자들까지 나서지 않고 담당 과장의 간단한 답변만으로 넘어간다. 국회의원들의 대정부 질문과 비교해 본다. 아쉽다. 잘못을 짚어 내고 질타하는 모습은 끝내 보지 못했다. 내심 기대했던 호통 소리도 물론 듣지 못했다.

집행부와 의회가 함께한 자리는 긴장감이 감돌아야 한다. 제대로 답변을 못해 쩔쩔 매게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 실시가 성공 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꿀먹은 벙어리의원은 필요 없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 의원도 필요 없다.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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