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토론- 사고력, 논리력, 설득력을 키운다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토론 중의 하나가 찬반토론이다. 사실찬반토론이 토의보다 쉽다. 찬반토론은 사과와 배 중 어떤 과일을 먹을까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반면 토의는 사과, , 포도, 토마토, 복숭아, 귤 등 다양한 과일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러 개 중에서 선택하는 것보다 양자택일 하는 게 당연히 더 간단하고 쉽다.

하지만 찬반토론을 무조건 쉽게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찬반토론은 말 그대로 찬성반대편으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이다. 찬성과 반대, 두 가지 입장에서 벌이는 논쟁이어서 양자 간 논쟁이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찬성이면 찬성, 반대면 반대 입장에서 어떻게든 상대방을 이기려고 드는데, 논쟁을 하는 데도 분명한 원칙이 있다. 논쟁이란 정확한 근거와 예시를 통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나가는 것으로 무조건 우기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다르다.

논쟁을 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논쟁의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자기 입장을 세우고, 서로 반대편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반론을 하는것 까지 절차에 따라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찬반토론을 제대로 하면 사고력, 논리력, 설득력을 모두 키울 수 있다.

 

 

논제가 갖추어야 할 7가지 조건

찬반토론을 하려면 우선 논제가 있어야 한다. 논제는 사실, 가치, 정책의지 어느 것과 관련된 것이라도 괜찮다. , 어떤 논제이든 다음7가지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비로소 논제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찬반토론 논제를 아이들끼리 정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논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설명하고 몇 번 연습을 하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찬반토론을 하고픈 논제를 잘 정한다.

 

 

1. 현실 개혁적이어야 한다

재미 삼아 하는 찬반토론이라면 오늘 저녁은 자장면을 먹는다.”와 같은 논제를 놓고 좋다싫다를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논제로 찬반토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찬반토론은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어야 한다.’ ‘금연을 위해 담뱃갑을 올려야 한다.’와 같이 현실을 바꾸는 내용을 담은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형제도는 유지해야 한다.’와 같이 현실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내용을 굳이 찬반토론에 붙일 일이 없다. 그냥 조용히 놔두면 될 일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 긍정문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논제는 긍정문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현실 개혁적이어야 한다.’는 것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현실 개혁이란 말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바꾼다는 말과 통한다. 따라서 논제를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예컨대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은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어야 한다.’와 같은 뜻이다. 하지만 부정문으로 표현했을 때 그 의미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고, 의지도 약해 보인다.

 

 

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어야 한다. ()

야간 자율학습은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

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 (×)

 

 

3. 구체적인 표현이어야 한다

찬반토론을 하기 위한 논제는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컨대 야간자율학습, 어떻게 할 것인가?’는 논제로선 적합지 않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야간 자율학습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폐지하자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논제가 성립되려면 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어야 한다.’처럼 구체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야간 자율학습은 내년부터 폐지되어야 한다.’ 혹은 야간 자율학습은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와 같이 언제부터 폐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좋은 논제가 될 수 있다.

 

 

4.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가치는 생각이나 느낌을 말한다. 논제가 성립되려면 생각이나 느낌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예컨대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논제로 적합지 않다. ‘강제적인이라는 말에 이미 가치가 들어가 있어 중립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도마찬가지이다. ‘나쁜이라는 표현에 이미 사형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치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논제로서 적합하지 않다.

 

 

5. 쟁점이 하나여야 한다

논제에 드러나는 쟁점이 여러 개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야간 자율학습은 폐지되거나 희망하는 학생들만 하도록 해야 한다.’와 같이 쟁점이 두개면 찬반토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이 쟁점, 저 쟁점을 왔다 갔다 하며 토론을 하느라 토론자들도 힘들고,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내기도 어렵다.

 

 

6. 여론이 비등한 논제여야 한다

찬반토론에 적합한 논제가 되려면 여론이 비등해야 한다. 보통 여론이 압도적인 논제는 굳이 찬반토론을 할 필요가 없다. 찬성과 반대쪽 여론이 엇비슷해 일방적으로 한쪽 입장으로 결론을 내리면 다른 쪽 입장 사람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는 논제를 주로 찬반토론에 붙인다.

그렇다면 독도는 우리 땅이다.’는 논제로 적합할까? 우리나라에서는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 논제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즉 여론이 한쪽으로 대폭 기울어 논제로 부적합해보이지만 일본사람들까지 포함해 토론을 하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서로 자기땅이라고 주장하는 여론이 비등해 얼마든지 토론을 할 수 있다.

교육적으로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는 좋은 논제다. 한 쪽은 한국사람 입장에서, 다른 한 쪽은 일본 사람 입장에서 토론해보라고 하면 된다. 토론이 제대로 되려면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 일본사람 입장에서는 왜 독도가 일본 땅인지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정확한 근거와 예시 없이 무조건 독도는 우리 땅노래를 부르듯 우기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7. 토론결과가 지대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좋은 논제는 토론을 한 사람들에게 토론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한다. 예컨대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제로 토론을 한다고 가정하자. 만약 기껏 토론을 열심히 했어도 토론 결과가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어떨까? 아무래도 열심히 토론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해 토론이 열기를 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토론 결과대로 결정하거나 토론을 잘하는 사람에게 성적을 잘 주겠다고 하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한다. 이처럼 토론결과가 토론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토론도 잘되고, 찬반토론을 하는 의미도 배가된다.

 

 

 

 

논제의 종류는 일곱 가지

논제는 사실, 가치, 정책의지에서 나온다. 사실과 가치는 각각과거, 현재, 미래의 관점에서 세분화할 수 있다. 우선 사실과 관련한 논제는 과거사실 [그랬다 vs 그렇지 않았다] 현재사실 [그렇다 vs 그렇지 않다] 미래사실 [그럴 것이다 vs 그렇지 않을 것이다]등으로 나뉜다. 과거 사실이란 과거에 발생한 사실을 말한다. 현재사실이란 진행 중인 사실이나 지구는 돈다와 같이 보편적인 사실을 의미한다. 미래 사실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안철수가 나올 것이다.’와 같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가치와 관련한 논제도 사실과 관련한 논제처럼 과거가치 [좋았다 vs좋지 않았다] 현재가치 [좋다 vs 좋지 않다] 미래가치 [좋을 것이다 vs 좋지 않을 것이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지와 관련된 논제는 과거와 현재가 없다. 오직 미래의지 [해야 한다 vs 해서는안 된다]만 있다. 결국 논제는 사실 관련 3, 가치 관련 3개에 의지 관련 논제 1개를 더해 일곱 가지가 된다. 토론에서 모든 논제는 이 일곱가지 논제 범주 안에 있다.

 

 

발언순서는 찬성측 발언으로 시작해 찬성측 발언으로 끝나야 한다

찬반토론을 할 때는 발언순서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찬반토론은 찬성 쪽 발언으로 시작해 찬성 쪽 발언으로 끝난다. 보통 토론을 할 때 먼저 발언을 시작하거나 맨 마지막에 발언하면 토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왜 발언순서를 찬성 쪽에 유리하게 만든 것일까? 이유가 있다. 앞에서 논제의 일곱 가지 조건 중 첫 번째 조건이 현실 개혁적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현실을 뒤집기보다는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현재의 모습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혁적 논제를 찬성하는 쪽이 아무래도 불리하다.

찬성 쪽이 불리한 이유는 또 있다. 찬성 쪽은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하나지만, 반대쪽은 선택의 폭이 더 넓다. 예컨대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논제로 찬반토론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찬성 쪽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이익을 보는 쪽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익은 정신적, 물질적 가치 모두를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이익임을 밝혀둔다.

반면 사형제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쪽 입장은 좀 더 유연하다. 반대쪽은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폐지 안해도 특별히 손해 볼 것도, 이익을 볼 것도 없다. 손해도 이익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자는 입장일 수도 있다. 이처럼 반대쪽은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두 가지이므로 찬성 쪽이 불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논제 :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찬성 쪽 : 폐지해야 한다.(폐지해야 이익이 있다.)

반대 쪽 : 폐지해서는 안 된다. (하면 손해가 있다.)

폐지 안 해도 된다. (이익도 손해도 없다. 그냥 내버려 둬라)

 

 

국회 찬반토론 순서

찬반토론의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국회 찬반토론이다. 국회 찬반토론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법안을 제출한 제안자가 취지를 설명한다. 제안자가 취지를 설명한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진다. 질의는 사실을 확인하는 간단한 질문으로 제안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의문이 나거나 간단히 확인하고 싶은 내용을 중심으로 질의한다. 법안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본격적인 질문은 질의응답이 끝난 후 시작된다.

제안자 측에 대한 질의응답이 마무리되면 반대쪽부터 발언을 시작해 찬성 쪽과 번갈아가면서 발언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맨 마지막은 찬성쪽 발언으로 마무리 된다.

 

 

제안자 취지 설명

제안자 측에 대한 질의응답

반대쪽 발언

찬성쪽 발언

반대쪽 발언

마지막) 찬성 쪽 발언

 

 

보통 찬반토론은 찬성 쪽 발언으로 시작해 찬성 쪽 발언으로 끝나야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회 찬반토론은 찬성 쪽 발언으로 시작하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안자가 찬성 쪽이니 찬성 쪽발언으로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안자 취지설명까지 포함하면찬성 측 발언기회를 한 번 더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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