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정치인들의 추석 민심 행보가 역겹다. 팍팍한 민심을 모를 턱이 없다. 민심 핑계 선거운동이다. 서민이 살 수 있는 정치 발전의 길은 유권자 혁명뿐이다

우리 민족은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할 정도로 추석이 오기를 고대하며 살았다. 온갖 먹을거리를 수확하는 계절이라 배를 줄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먹고 사는 게 큰 일 이었다는 반증이다. 지금은 어떤가. 추석을 반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많아 보인다. 귀성, 차례 상, 인사치례 등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먹을거리가 많은 것은 이미 매력적인 이유가 못 된다.

귀성. 고생스럽다. 그래도 막상 고향에 도착하면 흐뭇하다. 부모형제, 일가친척, 친구, 고향 땅이 반갑다. 차례 상. 손도 많이 가고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 몸이 고달픈 것은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인사치례. 어른들 용돈과 선물은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 문제는 상사나 거래처 등에 대한 인사다. 이 모든 것들이 부담스럽지만 정성을 다해 처리 하고 나면 개운하다. 나 자신이 대견하다.

경제 규모는 갈수록 커간다. 외환 보유고가 사상 최대란다. 주식 시장도 나쁘지 않단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갈수록 어렵다고들 하는가. 부익부 빈익빈 경제 구조 때문이다. 서민들이 해먹고 살만 한 것이 없다. 축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된다. 상권은 하루가 다르게 대형 마트와 백화점으로 빨려든다. 식당이나 하면 겨우 밥은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다. 나라에서 내놓는 경제 정책은 부자 위주다. 서민이 만족할 경제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추석 민심에 관심을 보인다. 시장과 상가, 복지 시설을 둘러보며 민심을 살핀단다. 꽁꽁 얼어붙은 시중 경기를 확인 했단다. 힘겨운 서민의 삶을 보았단다. 더 큰 문제는 장래에 대한 희망조차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라고 한다. 세월호법을 싸고 정쟁만 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높은 것도 확인 했단다. 우리네 서민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모르고 있었나보다.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민심이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치 몰랐던 것처럼 새삼스레 추석 민심운운 하는 것은 면피용 너스레다. 일은 안 하면서 많은 세비만 받아먹는다는 비난을 면해 보려는 꼼수다. 다음 선거에 대비한 선거 운동이다. 이미 민심을 알고 있다. 전에도 이런 수법으로 당선 됐다. 수행원 달고 다니면서 민심 행보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역겹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신하들의 입을 통하지 않은 진정한 민심을 알기 위해 군왕들도 미행(微行)을 했다. 신분을 감추고 몰래 시중에 나가 민심을 살폈다. 하물며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이 평소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선거만 끝나면 유권자들을 몰라라 하는 우리 정치인들이다. 그래도 매스컴과 SNS의 발달로 제 앞가림에 바쁜 서민들보다 민심을 더 정확히 알고 있다. 모르는 척 정쟁에만 열중할 뿐이다.

정쟁에 올인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체 하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들이 살아남는 정치가 3류 정치다. 진즉에 알고 있지만 왜 발전하지 못할까. 바로잡지 못할까. 정치의 판을 그들이 짜기 때문이다. 발전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정치인은 여야 모두 용납하지 않는다. 안철수가 좋은 예다. 종편을 비롯한 보수 언론과 학자들까지 동원,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서민을 위한 정치를 이 땅에 정착시켜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맡겨서는 백년하청이다.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유권자들이 지연, 혈연, 학연을 따지지 않는 투표를 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들이 좌우하는 정치판을 뒤엎어야 한다. 유권자 혁명이다. 그래야 서민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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