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다(CEDA) 토론- 질문법의 진수를 터득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토론교육 운동을 전개하면서도 찬반토론과 같은 논쟁형 토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논쟁형 토론을 좋아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마음의 상처를 받는 학생이 생긴다. 둘째, 토론에 이긴 경우 건방진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셋째, 교육과정 내용과 연계시키기 어렵다. 즉 논쟁형 토론의 논제는 주제가 한정돼 있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의 과목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토론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논쟁형 토론보다는 서로 책임감을 갖고 협동해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토의형 토론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논쟁형 토론도 제대로 절차를 준수하고,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논리를 검증한다면 재미있고 유쾌한 토론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자기 입장을 주장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상대방 논리의 취약점을 밝혀내고,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함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토론 방식이 세다(CEDA; Cross ExaminationDebate Association) 토론이다. 이 토론방식은 교차조사토론이라고도 불리며, 논제에 대한 자료조사와 제기된 주장을 입증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미국대학들은 대학 간 아카데미식 토론대회를 많이 개최하는데, 그때 많이 쓰는 토론방식이 세다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토론대회에서 세다 방식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세다 토론의 발언순서

세다 토론은 찬반토론의 한 방식이다. 찬반토론은 찬성 쪽부터 발언해 찬성 쪽 발언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다. 세다 토론도 마찬가지다. 세다 토론의 발언은 크게 입론, 교차조사, 반론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 세다토론은 찬성 쪽과 반대 쪽 각각 두 명씩 한 팀이 되어 토론을 진행하는데, 발언순서는 다음과 같다.

 

 

1라운드 2라운드 3라운드

찬성1 - 입론 찬성2-입론 반대1-반론

반대2 - 교차조사 반대1-교차조사 찬성1-반론

반대1- 입론 반대2-입론 반대2-반론

찬성1- 교차조사 찬성2-교차조사 찬성2-반론

 

 

찬성1부터 입론을 시작해 찬성2 반론으로 토론이 끝난다. 찬성 쪽 발언으로 시작해 찬성 쪽 발언으로 끝난다는 것은 일반적인 찬반토론과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순서는 조금 차이가 있다. 보통은 반대찬성반대찬성과 같이 찬반이 번갈아가며 발언을 하지만 세다 방식에서는 꼭 이 순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위 그림 1, 2라운드처럼 찬성반대반대찬성의 순서로 발언 기회를 주기도 한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토론자 개개인은 모두 입론 한 번, 교차조사 한 번, 반론 한 번 총 세 번의 발언 기회를 갖는다.

발언순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언시간도 제한이 있다. 발언시간은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지만 보통 각 차례별로 약 2~4분 정도제한시간을 둔다. 토론을 잘하려면 발언순서를 잘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발언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 201212월은 18대 대통령선거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TV에서 토론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대선 관련 토론은 찬반토론 형식은 아니지만 제한시간을 두고 공평하게 발언기회를 주는 것은 동일하다. 그런데 가끔 토론자들이 제한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 발언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논리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주어진 시간 안에 발언을 마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감점요인이다.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2~4분이면 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히 이야기를 못 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풀 것인가를 미리 정리하고 이야기를 한다면 2~4분 안에 충분히 해야 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

결국 준비의 문제다. 토론 주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준비하고, 상대방이 제시할 수 있는 논리를 파악하고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준비해 놓는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 깔끔하게 발언을 끝낼 수 있다. 반대로 준비가 미흡하면 질문을 해야 할 때 질문을 하지 못하고, 공격할 때 제대로 공격을 하지 않고 엉뚱하게 다른 길로 빠져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아무것도 증명해내지 못한다. 그만큼 세다 토론 방식은 누가 더 준비를 많이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토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입론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입론(立論)은 한자의 의미대로 논지를 세운다는 말이다. 즉 입론은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입론은 건축물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설계도와도 같다.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떤 순서로, 어떤 모양의 건물을 지을 것인가를 그린 것이 설계도이다. 이 설계도가 부실하면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토론을 시작할 때 입론을 잘 못 하면 이후 토론을 잘 끌고 가기가 어렵다.

입론을 잘하려면, 즉 우선 주장과 의견을 명확히 정리하고 논리적 이유와 근거를 대고 구체적 사례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이 요지는’ ‘왜냐하면’ ‘예컨대’ ‘그래서이다. 따라서 평소 왜냐하면예컨대를 많이 사용해 말하는 연습을 했던 아이라면 입론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입론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요지는은 결론에 해당한다.

요지를 제일 먼저 말함으로써 토론 주제와 관련된 사회 이슈라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고, 자신의 입장이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왜냐하면예컨대로 이유와 근거, 사례와 증거를 2~3개 정도 들면 자기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 마지막 그래서로 자기의 입장을 정리해 한 번 더 강조해주면 훌륭한 입론을 할 수 있다.

또한 입론은 구체적일수록 힘을 갖는다. 예컨대 토론 주제가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일 때 찬성 쪽 입론이라면 단순히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치지 말고, 어떤 방법으로 언제까지 폐지해야 하는지 까지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

 

 

교차조사(반대신문)는 질의, 심문, 질문 모두 포함

세다방식의 묘미는 교차조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차조사는 찬성과 반대 쪽이 서로 상대측에 대해 조사한다는 것인데, 교차질문, 반대신문이라고도 불린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교차조사를 하려면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은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을 질의’, 사실을 조사하기 위한 질문을 심문’, 사실뿐만 아니라 의견까지 묻고 추궁하는 것을 질문이라 한다.

찬반토론을 할 때는 심문관의 자세가 필요하다. 심문관의 자세로 한다는 것은 질문하는 사람이 주도한다는 의미다. 마치 심문관처럼 사실도 확인하고 감추고자 하는 사실을 추궁하기도 하고, 의견까지 물어보면서 토론을 주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교차조사.

교차조사를 잘하려면 질의, 심문, 질문을 구분하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의, 심문, 질문을 정확히 구분하고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토론을 주도할 수 있다. 교차조사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질문은 많이 준비할수록 좋다

교차질문을 잘하려면 당연히 미리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질문은 많이 준비하면 할수록 좋다. 미리 토론 주제를 이해하고, 상대 쪽에서 나올수 있는 논리와 질문을 예상해 역으로 공격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해야 토론을 잘할 수 있다.

 

 

교차조사 시간에는 주장하지 말고 질문에 집중한다

많은 사람이 교차조사를 해야 할 시간에 주장이나 연설을 많이 한다.

물론 질문을 하는 데 필요한 주장이나 설명을 할 수도 있지만 사설이 너무 길어지면 역효과만 날 뿐이다.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대방 논리의 취약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시간에 쫓겨 제대로 질문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허점을 밝힐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질문은 요점만 간단히 하는것이 좋다. 예컨대 교차조사 시간이 3분 정도 주어졌다면 약 4~5개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일괄질문보다는 일문일답이 효과적이다

교차조사(반대신문)를 할 때는 3~4개의 질문을 일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하나씩 끊어서 하고 대답을 듣는 것이 좋다. 법정 영화의 반대신문이 좋은 예이다. 가해자나 증인에게 질문을 할 때 검사나 변호사는 결코 한꺼번에 질문하지 않는다. 일괄질문을 하면 대답 역시 한꺼번에 일괄적으로 하게 되면서 두루뭉수리하게 되기 쉽다. 두루뭉수리한 대답에서는 허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나씩 분명하게 질문하고 대답을 들어야 상대방의 논리적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대답이 길면 자르는 것도 중요하다

질문을 했는데 상대방의 대답이 길어지면 자를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말을 자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찬반토론에서 토론을 주도하려면 어쩔 수 없다. 대답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질질 끌거나 대답 대신 자기주장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고 피하기만 할 때는 과감하게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다음 질문이 있어서요.”라고 말한다. 그냥 죄송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긴 설명은 나중에 듣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잘라도 된다.

질문을 할 때 아예 대답이 길어지는 것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사실을 묻는 질의나 숨겨진 사실을 조사하는 심문을 할때 , 아니오, 모르오 라고만 답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사실뿐만 아니라 의견까지 묻는 질문을 할 때는 짧게 대답하기를 요구하기 어렵지만 질의나 심문을 할 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쟁점을 분명히 하려면 사실, 가치, 의지를 구분해야 한다

토론을 하다 보면 사실, 가치, 의지가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토론을 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상대방이 사실, 가치, 의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말을 하거나 대답을 할 때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지적하며 공격할 수 있다.

 

 

순서와 시간관리 모두 사회자의 몫이다

세다 토론 방식은 그 어떤 토론 방식보다 절차와 규칙이 까다롭다.

정해진 순서와 시간을 준수하며 발언해야 한다. 입론 시간에는 입론을 말하고, 교차조사를 할 때는 적절한 질문과 답변을 하고, 반론을 해야할 때는 반론을 해야 한다. 그것도 주어진 시간 내에 발언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노련한 토론자들도 토론을 하다 보면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토론자 입장에서는 발언순서보다 발언시간을 조절하기가 어렵다. 연설은 30분이면 30, 1시간이면 1시간을 염두에 두고 미리 연설문을 작성하고 연습해 대략적으로나마 시간을 맞출 수 있지만 토론은 다르다.

물론 토론도 사전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하지만 토론은 쌍방향 소통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발언해야 한다. 상대방이 언제, 어떤 말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리 발언시간에 맞춰 발언할 내용을 준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을 관리할 일차적 책임은 토론자 자신에게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일은 사회자가 한다.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시험 감독을 하는 선생님은 “10분 남았어요.” “5분 남았어요.”와 같이 종료 시간을 5~10분 앞두고 시간을 알려준다. 시험문제를 푸는 데 열중하다 보면 시간이하기 어렵다. 깜빡 시간을 체크하지 않고 문제만 풀다 미처 답안지에 체크를 못 해 큰 낭패를 보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험 감독 선생님이 한두 번 정도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은 상태다.

학생들이 시험 볼 때 시간 관리를 하기가 어렵듯이 토론자들도 시간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토론 사회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회자는 시간을 재서 적절한 때에 발언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시간을 알려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30초 남았습니다.”라고 말을 할 수도 있고, 책상을 한 번 두드려주는 방식으로 알려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효과적으로 시간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면 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회자가 정확하게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 토론이 격렬해지면 토론자들이 이성을 잃고 시간이 다 됐는데도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적절하게 끊어주지 않으면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토론에서 사회자는 중립을 지키며 토론을 공정하게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자의 역할을 잘 모르는 사람은 토론을 할 때 꼭 사회자가 필요한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어떤 방식의 토론이든 사회자는 꼭 필요

하다. 사회자가 없으면 토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도 이를 바로 잡을 길이 없다.

사회자는 토론 당사자들보다도 토론의 절차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양쪽에 공정하게 발언기회를 주고, 토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과의 대화가 남긴 교훈

사회자 없이 진행한 대표적인 토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과의 대화를 들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워낙 토론에 자신이 있어서 사회자를 따로 두지 않고도 토론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사회자가 없어야 검찰과 좀더 마음을 열고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의도에서 사회자를 두지 않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회자없이 토론한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사회자가 없어 드러났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발언시간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두발언11부터 너무길었다. 검찰에겐 모두발언 기회가 없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만 모두발언을 했다는 것부터 형평성을 잃었다.

검찰과의 대화는 검찰 쪽에서 한 번 질문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방식 또한 공정하지 않다. 일 대 다 구도의 토론에서 숫자가 많은 쪽과 혼자인 쪽에 발언기회를 똑같이 주면 결과적으로 혼자인 쪽에 더 많은 발언기회를 준 것과 마찬가지다. 성공적 토론을 위해서 숫자가 많은 쪽에서 서너 명이 발언을 한 후 혼자인 쪽에서 발언을 한 번 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가뜩이나 발언기회도 공정하지 않은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발언시간도 검찰에 비해 훨씬 길었다. 검찰의 짧은 발언이 끝나면 대통령이 길 게 대답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토론은 공정하기보다는 강압적인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양쪽 모두 감정이 격해져 토론에 걸맞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사용한 것도 다 사회자 부재가 빚어낸 부작용이다.

검찰과 대화를 이렇게 진행했더라면 어땠을까? 우선 검찰 ① ② ③…검사들의 발언을 대통령은 듣기만 한다.

아까 그 말은 이미 나오지 않았나요? 새로운 말이 없나요?”

이렇게 하면 검사들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검사들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대통령은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강금실 장관이 말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이 한마디로 정리한다. 이렇게 했더라면 성공적인 소통이 되었을 텐데 정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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