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 살림꾼

공직자가 바뀌어야 복지가 바로 선다. 전달체계 개선이든 모델정립이든 정책과 제도의 집행은 모두 공무원의 머리와 손발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복지일반에 대한 공직자들의 관점이 지나치게 빈약하다. 복지철학은 물론이고 정책과 실천방법에 있어서도 복지기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러 공무원들을 만나봤지만, 분배철학에 근거한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해 소신이 분명한 분을 별로 보지 못했다.

대체로 퍼주기는 국가재정 파탄이라는 인식에만 동의하는 부류가 많다. 대한민국이 근대 민주공화국이라면, 그리고 복지의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최소 북유럽사회 정도까지는 나아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한국의 복지는 사후처리식 최소한의 복지다. 유럽은 국민소득이 만 불도 되기 전에 무상의료가 시행되었다.

우리는 삼만 불을 주장하는 시대에도 대학생 학비문제와 의료문제에 시름하고 있는 지경이다. 적어도 공직자, 특히 복지업무를 보는 분들이라면 이런 문제와 관련해 한국사회의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좌표에 대한 성찰과 통찰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순히 복지가 사후처리식 땜질이 아니라, 빈곤의 구조를 혁파하고 사회적 연대의 틀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도록 공무활동가인 공직자들의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행정은 국가복지 예산을 법령과 제도에 따라 단순지급하고, 대부분의 복지시설을 민간에 위탁해서 보조금을 집행한 뒤 지도점검하거나, 바우처 사업 등의 시장에 맡기는 일이 많다. 복지단체와는 늘 운영비로 줄다리기 하고,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선 복지재정을 주민과 단체 상대로 나눠주는 지자체장의 선물로 취급하는 천박한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제는 관행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복지업무를 보는 공직자의 궁리와 노력이 복지의 근간을 바꾼다. 그래서 제안한다. 공직자 상대의 복지학당이다. 새로운 시대의 복지의 변화에 주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복지의 철학과 정책 그리고 영광군 차원의 실천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는 시간을 정례화해야 한다.

복지와 인권, 복지와 노동, 복지와 사회적경제, 복지와 마을, 복지와 인문학, 복지와 생태, 복지와 교육 등 해야 할 공부가 끝도 없이 많다. 지역복지 전반에 대한 미시적 그림을 설계하기 위해선 공직자들을 지역복지 전문 복지활동가로 성장시켜야 상상력이 발동된다.

이미 복지가 복지 안에서만 작동되는 시대는 지났다. 재정의 단순배급 시대는 넘어서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복지의 일방적 대행자로서의 기능을 넘어 지역복지의 창조적 설계자로서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다층적인 학습체계를 갖춰보자. 이것은 당장 실행해도 충분하다. 읍면별은 물론이고 군청의 복지전담 실과마다 학계와 민간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두어 학습계획을 짜고 학습동아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 학습동아리는 반기별로 학습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책으로 묶어야 한다.

일종의 지역복지 시책의 현장형 정책과 사례 모음집이다. 그런 기록물이 모이면 공직자들의 기록물로 가득 채워질 복지 도서관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복지업무를 보는 공직자들이 개별적으로 사례와 성찰의 기록을 책으로 묶어 출간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그것을 과감하게 지원하고 보상하는 시스템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공부하는 공직자, 기록하는 공직자, 상상하는 공직자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바로 공부. 공직자의 성장만큼 복지는 성숙해진다. 따라서 문제해결 역량도 커지고, 주민을 단순히 복지민원의 대상자가 아니라 복지의 주체로 서게 하는 유능함도 갖출 수 있다.

복지,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그간의 국가복지의 여러 진화와 퇴행, 복지현장의 다양한 헌신과 관행에 대한 정직한 성찰말이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복지재정이 무한대로 늘기만 하면 모든 주민들이 진실로 다 행복할 것인가.

공직자들은 대한민국 복지가 나아가야 할 복지의 철학과 노선에 대해 공부가 충분한가. 늘 배고프다고만 얘기하며 요구투쟁에 익숙해진 복지현장은, 진실로 복지를 통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지향과 근본에 충실하고 있는가. 나아가 영광군은 복지를 통해 농촌재생과 부흥에 기여할 전략을 갖고 있는가. 그야말로 복지는 복지 안에 갇히지 않고 경제와 교육, 문화와 생태, 지역과 마을과 두루 환류 융합하며 사람의 성숙과 삶터의 발전에 기여하는 영역인가. 수도 없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일단 함께 모여 공부를 시작하자. 집단지성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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