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연구·산업화 주춧돌 ‘정병석 황칠연구소’

제주와 한반도 남해안에서만 자생하면서 그 가치를 중국이나 일본에서 먼저 인정받은 황금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황칠나무. 특히 서해안의 요충지 영광군이 새로운 환금성 작물로서 황칠은 최적의 재배조건을 구비하고 있어 임업 분야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황칠의 새로운 조망에 대해 입체적 분석과 추후 비전, 그리고 차세대 위상에 대한 논점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과학기술 진흥과 국민생활 과학화를 모토로 1949년 태동되어 전국에서 걸출한 인재들을 배출한 전국과학전람회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 82660주년을 맞아 사업화에 성공한 명예의 3인을 선정한바 있다.

여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정병석(64) 황칠 연구소장은 황칠 연구에 4반세기 노력을 쏟은바, 1992년 제38회에서 황칠의 특성 및 이용에 관한 연구로 대통령상을 받은 뒤, 2005년에는 대한명인회에서 황칠명인으로 지정되었다.

지난 91일에는 정부에서 황칠분야 대한민국 제1호 숙련기술전수자로 공인(公認)되어 한층 빛을 발했다. 특히 근착 발간된 '천년의 신비 황칠나무' 단행본은 한국에서 유일의 황칠나무 실용연구서로서 그 독보적 진가를 한껏 뽐내고 있다. 교육자로서 사업가로서 황칠연구에 한평생을 매진해온 정병석 선생을 통해 황칠나무의 심오성을 총괄하여 본다. 

 

 

황칠연구소 정병석 대표

황칠분야 정부공인 숙련기술전수자 제1

한국에 단한권 황칠실용입문 연구서 力著  

 

 

황칠나무산업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장족의 발전 스토리를 들려 달라.

우리 한국에서 황칠나무는 오랫동안 그 맥이 끊기어 있다가 1990년대 초에 되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옻칠 장인이신 홍동화 선생께서 황칠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 나선 것이 1980년대 중반이었으며,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도 1990년에 황칠나무의 경제성과 활용방안 등에 연구를 한바 있다.

황칠과의 개인적 만남은 벌써 40년 전이다. 전남대학교 생물학과를 다닐 때 식물분류학을 지도하신 교수님께서 황칠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식물인데 경제수목이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광주과학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1990년에 황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본격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가 김우종 교사와 함께 힘쓴 황칠의 특성 및 이용에 관한 연구로 제38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대통령상 수상은 황칠나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가 된다.

이후 1996년 전라남도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대비하여 농도 부흥의 세계화 품목으로 황칠과 동백을 선정하여 체계적 연구를 시작하였고, 2005년 전남도에서 제2차로 추진한 지역특산식물 황칠의 산업화방안 연구에 본인이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여 큰 밑그림을 제시하였다. 바야흐로 2011년 황칠이 지역연고사업인 RIS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는 일대 도약의 전환점이 되었다 

 

 

차세대 우리 농업의 선도적 대체작물로서 황칠의 무궁무진 비전은?

황칠나무의 최상의 생육조건은 아열대기후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온대기후대에 속하지만 최근 들어 남해안 지역도 아열대기후대의 양상을 보이는 등 따뜻한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특히 황칠나무처럼 만병통치약용식물이라는 학명을 지니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었던 식물도 드물다. 식물들이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성분을 가지고 있지만, 황칠나무처럼 그 자체가 약성 덩어리인 식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어떤 이의 말처럼 사막에 석유가 있듯이 한국에는 황칠나무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소중한 식물임에 틀림없다.

황칠나무산업의 만개와 소비급증에 선제적 대응의 식재사업 청사진은?

황칠나무에 주목한 일제강점기에는 황칠나무를 식재하고 관리하여 군락을 이루었는데, 광복 후 지역민들이 이를 땔감으로 사용하였고, 바다의 어장목과 꽃꽂이용으로 사용하여 많은 황칠나무가 사라졌다고 들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동안 전라남도에서 지속적으로 관내 유휴지에 황칠나무를 보급하여 왔으며,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땅에서 어린 황칠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칠나무산업이 국가사업을 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성목(成木)1,000만주는 있어야 할 것이다. 성목은 무엇인가. 시간이고 세월이다. 지금 우리 남해안 여러 곳에 자생하고 있는 황칠나무들을 관리하고 보호하면서 활용하는 한편, 묘목을 확보하고 기르는 일에 힘써야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자란 자연속의 황칠 거목들을 손쉽게 잘라 남획하는 등 경제논리의 수단으로만 이용한다면 얼마 가지 못해 정작 원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황칠나무를 구경하기조차 어렵게 될 것이다 

 

 

황칠나무산업이 우후죽순격으로 펼쳐지고 있다. 성찰하고 고민해야 할 부문은?

어떤 식품을 새로 개발할 때 중요한 점은 인체에 유해 여부, 복용 적정량, 적용 대상 등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하는 사활적 문제이기에 표준화 작업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한다. 정결한 시설에서 숙련된 전문가들이 충분히 연구하고 실험하여 만든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건강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무요 책무이다.

특히 황칠나무처럼 소멸되었다 새롭게 선보이는 식품일수록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장인정신이 꼭 필요한데, 혹 깊은 고민 없이 다른 사람이 연구 개발한 제품을 베끼기 식으로 시장에 내놓는다면 이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이다. 이제는 황칠 종사자들이 함께 토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협의체 결성이 시급하다.

황칠나무 단행본으로는 한국에서 초유인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가 힘들었던 과정을 굳이 다른 이들도 똑같이 반복하여 고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황칠을 좋아하고 이를 깊이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과 함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에 그동안 축적한 자료들을 총괄하여 단행본을 출간하게 되었다.

황칠나무를 본격 연구한지 어느덧 25년이 되었는데, 연구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황칠 관련 문헌을 찾는 일이었다. 황칠이란 무엇인지, 황칠을 어떻게 채취하고 정제하는지, 건조는 어떻게 시키는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는지 등등. 황칠과 관련해서 대부분이 처음 시작하는 일이어서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험실에서 밤을 새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육자에서 사업가로 변신하였는데, 전후로 가장 보람된 일들은?

2002년 식약청에서 황칠나무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달라고 요청받았을 때의 일이다. 망설이다 식품으로서 적합한 이유와 근거자료들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식품은 물론이고 약으로 사용하였던 기록과 문헌들을 첨부하였는데, 식약청에서 식품으로 정식 인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지금 많은 사람들이 황칠제품을 만들어 사고 팔수 있게 된데 초석을 놓은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너무 뿌듯하다.

정년 퇴임 이후, 조선대 창업보육센터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금년 4, 고용노동부와 한국 산업인력공단에서 공모한 황칠분야 숙련기술전수자에 응모하여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난 91, 황칠분야의 대한민국 숙련기술전수자가 되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황칠분야 1호라는데 의미가 크며, 황칠의 그 빛을 찬란하게 이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하다.

<취재후기>

차세대 환금작물 빼어난 탁월성과

기후변화의 대체 식물로서 놀라움

영광신문 특별기획 취재팀은 FTA 고소득 유망주 발굴 일환과 맞물려 특히 기후 온난화에 대응하여 아열대 적응 대체작물 탐색과 연구진척 시점에서 황칠나무에 주목하였다. 현재 황칠나무는 일반인들이나 전문가들조차 많이 회자되지 않는 식물이다.

안타깝게도 삼국시대부터 국내외로 활발하게 교역품목의 최상위 반열에 들었던 황칠나무!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황금빛 장식과 천금만금 약용으로 귀히 쓰였던 황칠나무! 여러 문헌을 위시하여 중국 고서(古書)에서까지 극찬되어온 황칠나무는 조선말기 한반도에서 그 종적을 감추었다.

황칠나무가 지난 1990년대부터 다시 부활과 소생의 조짐을 맞고 있다. 이에 영광신문 특별기획 취재팀은 황칠나무 제반 인프라와 연구 성과가 유아기를 갓 탈피한 시점에서 그 흐름과 추세의 개괄적 측면과 세부적 현장감을 마치 화폭에 생생하게 구현하려는 듯, 상당한 공을 들였다.

황칠나무산업을 알차게 엮어가는 경남과 제주, 호남과 경기, 서울 등 고군분투 사역의 창조적 일군들을 직접 찾은 가운데, 산림·기후전문가, 식물과 토양연구가에 밀착 접촉하여 식재(植栽)와 파종(播種) 요령까지 두루 살펴보았다. 그리고 고문헌(古文獻)의 심층추적과 아울러 의학·임상 전문가들과 채널을 확보하여 미시(微視) 해부하는 한편, 황칠의 미학적(美學的) 요체인 도료기능까지 폭넓게 조망하였다.

이제 영광신문 특별기획 취재팀은 4개월에 걸친 대장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황칠나무 산업에 대기업 진출 초읽기가 목전(目前)에서 중소기업 상생의 모델구축으로 이들이 농촌진흥과 신산업(新産業) 부활과 융성의 역군들로 우뚝 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사진 1, 사진 3>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