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비가 내린다. 이미 전 날 일기예보에서 월요일은 비가 50mm정도 내린다고 했다. 오후에 내린다고 해놓고 오전에 내리고 있으니 약간의 빗나간 대목은 있지만 자연 현상에도 사정이 있었나보구나 하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비는 아무데나 쓰잘데 없는 비라고 하지만 어디엔가는 꼭 필요할 것이다. 어젯밤에 상추씨를 뿌렸던 우리집에선 기가막힌 비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농작물을 수확하는 철이라나서 이익보다는 손실쪽이 크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번 비는 어떠한 측면보다도 감성적 측면에서 평가해야한다고 재미있게 설명해대는 사람도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가끔 한잎 두잎씩 길위에 눕는 낭만을 이야기 하고 있는 그사람의 이야기에서 나도 한 대목의 동감을 거들기도 했다

무슨 낭만이냐고 반론을 이야기하는 쪽도 있겠지만 그 또한 그럴만한 이야기로 들리는게 사실이 아닐까

내일 나락을 탈곡하려고 계획해 둔 사람의 입장이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말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세상이 야박해져가고 있어 잠시 내리는 가을비라도 한번쯤 젖어봤으면 하는 생각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쪽보다 되는 쪽으로 이해해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다.

요즘 강조하고 있는 인문학 쪽에서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너무 크고 버겁게만 생각되어질까봐서 가을비 이야기로 시작한 것 뿐이다. 인문학이 그렇게 우리와 멀거나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얼마전 우리 고을에서도 거판스런 축제가 열려 우리고장을 다녀간 사람이 50만이니 70만이니 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것만은 사실이다.

불갑사와 불갑산을 향하여 오르고 내리고 하는 인파들, 그리고 큰길 주변마다 늘어선 사진전, 시화전, 천염염색, 커리커쳐 등 보고 느끼고 생각해보면서 시간을 보낼만한 꺼리들이 많았다.

우리 문화원에서도 잔디밭에 부스를 차리고 깃발 시화전으로 축제의 멋과 낭만을 준비했었다. 지역 어른들이 20여명이나 함께한 시화전은 물론 필자가 수년을 상사화 곁에서 살면서 써왔던 상사화 연작시 20여편도 전시해서 가을날의 들뜬 낭만을 채워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축제의 한중심에 있던 토요일인 둘째날엔 시화전 분위기 속에서 관광객과 함께하는 즉석 시낭송회를 준비해서 우리들과 함께 어울림의 시간을 마련했었다.

시낭송 체험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인문학의 한 콘텐츠로 생각하면 나을 듯 했다. 강의실에서 강의하면서 들려주는 식보다는 자연속에 자연을 만끽하며 잠시 멋과 낭만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 였다.

시인의 노래, 낙엽이 우는 시간 등의 노래와 사이사이 색소폰과 오카리나, 하모니카 등의 연주도 하면서 스스로 참여한 관광객의 암송시와 즉흥시등의 프로그램 운영이었는데 쉴새 없이 희망자가 생겨서 진행하는 쪽에서는 바쁘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참여하는 쪽에서도 재미가 있었지만 주관하는 쪽에서도 재미는 퍽이나 넘쳤다.

등산용 백을 메고 지나가다 내가 산에 가는 까닭의 자작시를 낭송해주고 간 전주의 어떤 시인은 지금도 그 모습이 가시지를 않고 있다.

이렇게 낭만 속에서 시낭송이 무르익고 있을 때 시화전을 돌며 노부부가 함께 전시장의 시를 읽으며 사진을 찍고 하던 모습은 정말 아름답기만 했다.

상사화의 작품을 배경으로 폼을 잡는 모습은 또 어쩌겠는가 끝이 날 때 쯤 영광신문에 멋진 칼럼을 발표해 우리고을 지역 신문의 격을 한차원 높여주고 계시는 왕년의 대기자이셨던 조일근 님께서도 끝까지 함께 하시더니 마이크를 들고 한편의 시를 낭송하시고 말았다.

시 낭송과 함께 남겨주신 말씀 또한 오고가는 사람들게 지금 내리고 있는 낭만의 가을비 같은 멋을 주시기도 했다. 내가 시화전을 놓지 못하는 이유 상사화를 소재로 계속 써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인문학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그 인문학이 우리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는지를 말하고 싶었지만 어찌 되었는지 걱정이 된다. 이렇듯 인문학의 개념 정리도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상사화 축제장에서 아름다운 시어를 만나 그 시어가 평생 가슴속에 남아있다면 오늘의 이 행사가 아니 우리 축제가 성공해 가고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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