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우리는 항상 재난 및 사고 위험을 안고 산다. 우리 지역은 각종 풍수해를 비롯해 서해안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이다. 이에 본지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통해 재난과 위기관리시스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국내와 일본을 대상으로 제2차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그 대안을 제시 한다. <편집자 주>

 

참혹한 재난현장 속 교훈과 교육

오사카 쓰나미 다카시오스테이션 통해

재해 경각심 높이고 시민방재교육 초점

일본은 자연재해로부터 국토 및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의 최대중요 과제이다.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1959년 이세완 태풍을 계기로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방재체제의 정비를 도모하기 위해 1961년에 재해대책기본법이 제정됐고 그 이후에도 한신이와지 대지진 등 재해의 교훈을 바탕으로 방재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의 안전정책은 주민참여 형 시민방재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난 1995년 규모 7.2 강진의 고베 대지진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고베 대지진 당시 이웃주민의 대피를 돕거나, 피해지역을 복구한 사람들은 모두 개개인인 시민이었던데 따른 변화이다. 지자체의 지령을 듣고 움직이는 것은 이미 늦은 상황인 것. 오히려 자발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의 지시를 받고 대피하거나 개인이 판단해 지정된 장소로 가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잦은 재해로 인하여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지킨다라는 의식으로 12만개의 자체적 방재조직을 결성해 운영하는 것과 민간방재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민간자격증 제도인 방재사제도를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약 이틀정도 연수프로그램과정을 통해 시험을 보고 합격하게 되면 어린이나 직장인이 누구든지 방재사의 자격을 준다. 저지대 일수록 역할을 분담해서 정해진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

위기관리체계 핵심을 시민교육에 두고 있는 것인데,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당시 상황을 볼 수 있는 오사카 쓰나미 다카시오스테이션은 그 대표적이다.

다카시오스테이션은 150~200년 주기로 찾아오는 쓰나미에 대한 대비 및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오사카시에서 건립해 지난 20099월 개장했다. 이곳은 오사카거리를 재현한 모형을 통해 오사카의 바다보다 낮은 도시에 대한 지형적 이해를 높이고 있다. 또한, 해일재해 체감극장을 통해 쓰나미에 대한 대책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진이나 해일이 발생하는 메커니즘과 예상되는 피해 규모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한 해일대책 교육과 쓰나미에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구비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해일이나 지진을 겪지 못한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과거 참혹한 재난현장을 실제 기록으로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체험하게 한다. 실제 재난을 통해 교훈을 전하는 개념이다. 이곳의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해일피해 터널이다. 높은 파도를 모형으로 만든 터널에서는 오사카의 3대 태풍의 피해사진과 뉴스 영상, 수몰지역을 재현한 세트 등이 해일 재해의 참상을 알려주고 있다. 스테이션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이 터널을 지나야만 하는데, 관람객이 마치 피해지역에 빠져들어 이재민이 된 듯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내부 대강당 앞쪽으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 피해를 보도한 신문이 지금까지도 전시돼 경각심을 주고 있다. 큰 규모의 영상관을 통해 지진상황을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체험하도록 한 시스템도 주목할 만한 공간이다. 전면과 좌우측면, 바닥면 등 4면이 하나로 연결된 상영관에서 쓰나미가 왔을 때 공포를 체험할 수 있는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인데, 4명의 가족이 회사나 쇼핑몰 등 각각의 장소에서 각각의 방법으로 대피하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연간 약 3만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 하루 평균 100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하고 있는 셈이다.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80세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했거나 또는 자기 이전의 모든 세대들이 겪었던 재해를 느끼고 체험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를 재앙을 대비해 소중한 교훈을 얻고 있다.

인터뷰

재해와 재난, 잊는 순간 찾아온다

니이보리오사카 치수관리사무소 방재대책과

오사카부는 쓰나미·해일스테이션을 만들어 과거 해일로 피해를 입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교육하는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해일이나 지진을 겪지 못한 자녀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과거 참혹한 재난현장을 기록으로 보여주고 체험하게 위함이다. 재해와 재난은 우리가 잊어버리는 순간 다시 온다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과거의 지진과 해일을 교훈으로 삼아 한 사람 한사람이 재해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재해가 엄습해오면 마음의 준비가 돼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크다.

일본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변동대에 위치하여 90~100년 주기로 지진이 발생해왔기 때문에 오사카도 1934무토로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해일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 심상치 않은 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유치원 어린이들까지도 쓰나미·해일 스테이션의 단골손님이 되어 조상들이 겪었던 자연재해를 체험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를 재앙을 대비해 소중한 교훈을 얻고 있다. 한국도 재난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만큼 경각심 고취를 위한 여러 형태의 시설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난현장에서 시민활동 역할 중요

오사카시 볼란티어 시민활동센터

오사카시는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돼 지방정부와 체계적인 민관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해가 발생하면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는 시의 지시를 받고 재해자원봉사센터를 개설해 자원봉사자들을 발 빠르게 움직이게 한다.

오사카시 24개 지역마다 사회복지협의회가 조직돼 있고 자원봉사자들에 관한 정보가 데이터 베이스화 돼 있어 지역 차원에서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오사카시볼란티어시민활동센터라고도 불리는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는 1987년 창립돼 1998년부터 종합적인 정보 제공의 장으로서 사업을 확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회복지법인으로 복지분야를 중심으로 교육·문화 환경보전 재해지원 지역안전 마을 만들기 인권옹호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로서 필요한 자질을 계발하는 활동으로 2010년부터 오사카활동이라는 시민포럼을 조직해 대피소 1박체험, 방재카드게임 등 방재·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1박체험은 이재민들이 피난소에 집결하면 서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종이박스로 제작된 칸막이를 펼쳐서 세우고 그 안에서 개인, 혹은 가족끼리 잠을 자거나 쉴 수 있도록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의 세월호 침몰사고 후 진도체육관에 집결한 실종자 가족 수백 명이 넓은 실내에서 한꺼번에 잠을 자는 모습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피난소용 종이칸막이를 미리 준비한 일본과 좋은 대비가 된다. 방재카드게임은 재해·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요령을 카드게임으로 만들어 놀이형식으로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이 같이 평소 체험활동을 통해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재난현장인 미야기현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은 지진과 쓰나미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 입구에 힘내라 우리 동네라고 새긴 비석과 추모비, 위령탑을 세웠다. 20115월부터 이재민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가설주택과 대피소를 방문, 필요한 생필품을 나눠주고 위로했다.

와기사카 히로부미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 부소장은 피난소에서 장애인들을 케어하고 전기가 차단돼 뜨거운 물로 밥을 불려서 급식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오사카시의 자원봉사자 38명이 미야기현을 다녀왔다. 45일간 타꼬야끼를 만들거나 국수를 삶아 급식하고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 봉사도 하며,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주고 놀아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봉사를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주민들 중 상당수는 정든 고향을 뒤로 하고 일본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오사카부에만 1400명이 이주해 와서 살고 있다. 대부분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일부 가족을 남겨두고 왔기 때문에 1년에 한두 차례 귀향버스를 지원해 23일간 방문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다. 시민활동센터에서는 이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열거나 지역 기업에서 후원하기도 하고, 생존자들은 스스로 만든 공예품을 팔기도 한다. 우리지역에 재난이 닥쳤을 때 체계적 시민활동은 준비됐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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