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찬란했던 영광 문학의 영광을 부활시켜야 한다. 문학관 건립 등 못할 이유가 없다. 영광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도 하다

조선대 국문과 이동순 교수가 영광군에 화두(話頭)’를 던졌다. 지난 주 영광 도서관에서 열린 문학 강연에서다. 교수는 영광에 문학관 건립, 작가들 조명, 작가 생가 복원 및 콘텐츠화 사업을 주문했다. 설렘과 부끄러움이 교차했다. 설렘은 내 고향 영광이 문화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기대다. 부끄러움은 담양 출신 젊은 여교수가 한 생각을 영광은, 영광 사람들은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는 그 후 남도 문학 1번지, 영광을 생각하며 몹시 들떠 있다.

영광은 일제 치하 시절 유학생이 많았다. 유학생들은 방학이면 귀향, 문예·체육·연극·음악을 가르치며 민족의식을 키워냈다. 철저하게 민족의식으로 무장했다. ‘호남의 이상향이라 불리었다. 그것이 문화예술을 꽃피게 한 원동력이 됐다. 시인 조운·조남령·조의현·조영직·이경인, 수필가 조희관, 동화작가 정태병 등이 찬란한 문학의 꽃을 피웠다. 이제 영광은 지난날의 찬란한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호남의 이상향을 넘어 대한민국의 이상향이 되는 지름길이다. 이 교수의 주장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적극 찬동한다.

아픈 기억이 있다. 10여 년 전 조운 시비(詩碑) 사건이다. 제막식 당일 참석자가 상당히 많았는데도 선생의 월북 전력이 문제가 돼 행사가 취소됐다. 뜻있는 분들에 의해 추진되던 생가 복원 사업도 흐지부지 됐다. 민족의식 교육에 전념했다. 영광에 문학의 씨를 뿌렸다. 목포가 낳은 대표적 여류 소설가 박화성도 영광에서 조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불행한 과거사에 갇혀 살아야 하는가?

우리 문학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작가들 가운데도 친일 행적으로 비판 받는 분들이 많다. 이웃 고창군 부안면 출신 서정주 시인도 그중 한 분이다. 그래도 서정주 시인의 고향은 서 시인을 자랑 한다. 엊그제 찾아간 시인의 고향은 온통 국화 천지다. 지붕에도 국화를 그렸다. 생가에서 미당 시문학관, 무덤을 잇는 질마재길은 방문객으로 넘쳤다. 살아남기 위해, 일제가 그렇게 쉽게 망할 것으로 보지 않았기에 일제에 협조 했다고 고백한 서정주 시인. 그는 그렇게 자랑거리요 관광 자원이 되어 있다.

영광도 이제 국내 문학계에서 추앙 받는 수많은 지역 출신 작가들을 자랑해야 한다. 불행한 과거사는 털어내고 찬란한 미래를 열어야 한다. 조 운의 시 석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여기가 시인의 생가이며 시상을 피워낸 그 석류나무라고 자랑하자. 한글을 사랑한 수필가 조희관, 광주·전남 최초의 동화작가 정태병의 생가도 보여주자. 그 분들의 작품, 그 분들이 태어나고 자란 영광을 자랑하자. 영광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훌륭한 관광 상품이다. 수많은 문인과 문학도들의 발길이 이어지리라 믿는다.

찬란한 영광 문학의 부활을 꿈꾸라는 이 교수의 제안에 돈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걱정이다. 해수탕 건립에도 200억원 가까이 들였다. 장래가 불투명한 산업단지 조성에는 2천억 원을 들였다. 전시기획 전문가(큐레이터)도 없는 문예회관에도 200억원이 넘게 들였다. 문학관 건립과 생가 복원 등으로 호남의 이상향이며 남도 문학 1번지로 발전시키는 사업이다. 100억원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돈 때문에 추진하지 못한다면 영광은 바보다. 미래가 없는 땅이다.

다행히 김준성 군수는 긍정적이다. 이개호 국회의원과 협의해 서두를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민들의 의사 결집도 중요하다. 민간 차원에서 작은 금액이라도 모금을 하는 성의를 보이면 남도 문학 1번지의 부활은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 1편과 현대차 1년 이익이 비교된다. 문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다. 문학관과 문화원 등을 우산공원에 건립, 일대를 문화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것은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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