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장해 수수방관’ 초대형 쓰나미

쌀개방이 본격 진척되면서 농민들은 미증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이미 밭작물까지 수입산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이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 논란은 국민들의 건강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경쟁력 상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영광신문에서는 중대 기로에 선 한국영농의 현실을 통찰하면서 이와 연관된 각종 위해요소 측면들을 중점 고찰하는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위험수위 도달 연작 장해

연작이란 동일한 논밭에 해마다 똑같은 작물을 심는 이어짓기를 말하는데, 연작(連作)장해란 이런 관행이 반복될 때에 작물생육이 불량해지고, 수량이 떨어지며, 품질이 현저히 나빠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채소재배는 단일한 종류를 연작하는 편이 노동력 절감 측면에서 경제적인데다 재배기술 향상으로 생산성이 높아 연작에 편중 경향을 보인다.

동일한 품종을 2년 이상 연속 재배함으로서 토양 내의 염분축적 작물의 성장장애 또는 병해 등에 취약한 포괄적 현상인 연작장애 특성과 패턴은 급속한 변이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960년대 연작피해 설문조사 결과는 병해 발병과 식물선충(植物線蟲)의 피해가 50%를 차지하고, 토양의 불균형성은 25% 정도 규모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병해충 피해만 무려 70%로 최우선 현안으로 급부상되었다.

 

 

병원성미생물 급증 수확물 급감

연작장애 원인을 심층 조망하자면 토양전염성 병해의 급증, 토양의 물리성·화학성 급변, 토양 미생물상의 악화, 유해물질 축적, 화학비료의 집적 등을 손꼽는다.

먼저, ‘토양 전염성 병해는 병원균이 토양 속에서 대단히 넓게 분포하고 있고, 잠복기 이후 병 발생 초기에 발견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시기가 늦어 방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종류의 작물을 연작하게 되면, 토양 중에 뿌리로 침입할 수 있는 병원균이 증식한다. 결실이 마무리 되어도 병원균이 토양 중에 잔여 뿌리에 생존하고 있다가 다시 작물을 심게 되면 새로운 뿌리로 옮겨 증식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동일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병원균이 축적된다.

다음으로 토양물리성은 뿌리가 뻗을 수 있는 공간,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는 토양의 보유 능력, 그리고 미생물이 서식하며 뿌리가 호흡할 수 있는 조건과 관련된 핵심적 토양 특성이다.

작물은 뿌리로 많은 물질을 분비하여 근권미생물과 공생하고 있다. 식물뿌리 작용이 미치는 범주의 근권(根圈)에서는 뿌리의 양분흡수에 의해 무기양분의 농도 저하, 수분흡수에 의한 부분적 건조, 이산화탄소의 배설에 의한 토양탄산염의 증대, 뿌리 표면에서의 당류·아미노산류·비타민 등 다양한 물질의 분비·배설에 의해 여러 물질이 첨가되어 환경조건이 주위의 토양과 현저하게 달라진다. 이러한 근권의 영향을 근권효과라 한다. 그리고 이는 근권미생물과 불가분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데 이어짓기(연작)를 할수록 토양미생물 종류가 빈약해지고 병원성미생물이 많아진다. 토양 병해를 일으키는 병원균은 이들의 영양원이 되는 기주식물(寄主植物) 없이도 내구체(survival structure)를 형성하여 수년간 토양 속에서 생존한다.

연작 폐해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식물학자 한스 몰리슈(Hans Molisch)가 첫 사용한 식물용어로서 일명 타감작용’(他感作用)이 상당하다. 식물 뿌리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 중에는 다른 식물의 생존을 막거나 성장을 저해하는 소위 타감작용(allelopathy)을 일으키는 것이 제법 잔존하여 그 다음의 생육을 방해한다.

또한 남아 있는 뿌리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작물에 유독한 물질인 하이드록시벤조산(hydroxybenzoic acid) 생성은 생육 불량의 또 한가지 원인이다. 작물에 따라서 상이한 유독물질 즉, 독소를 함유되는데 예를 들면 복숭아의 뿌리나 잎에는 아미그다린(amigdalin), 벤즈-알데히드(bens-aldehyde)가 잔존한다.

사과 뿌리에는 플로리진(phlorigion), 완두나 밭벼의 뿌리에는 시나믹산(ci-nnamic), 바닐린(vanilline)이 내재되어 있다. 고추, 마늘, 양배추 등의 채소재배지 토양에서는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 벤조익산(benzoicacid) 등의 독소물질이 검출된다. 이러한 유독물질들은 작물체로부터 비나 이슬에 씻겨 토양으로 이동되거나 낙엽이나 뿌리로부터 방출되어 토양 중에 집적된다.

일반적으로 수경재배(water culture)나 사경재배(砂耕栽培)시에는 뿌리에서 분리된 독소 물질은 다양한 형태로 유실되기 쉬우나, 토양에 작물을 재배할 때는 토양에 흡착되어 물에 잘 용해되지 않는다. 특히 점토함량이 많은 중점질(重粘質) 지대에서 연작장해가 강하게 발현되는데, 이것은 독소물질을 흡착하기 쉬운 점토함량 차이에서 기인한다.

근래에는 토양에 인산과 양이온을 비롯하여 비료성분이 한층 집적화 추세를 보인다. 시비량(施肥量)의 과다로 양분 상호간의 균형을 붕괴시키는 길항작용(拮抗作用)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질소비료를 다량 사용하면, 채소 특히 대부분 엽채류에 질산염 형태로 함유된 다량의 질산태질소(nitrate-N)가 토양에 축적되는데, 이는 우리 신체에 매우 해로운 것이다.

또한 질소비료를 많이 시용하면 작물의 세포막이 얇아지며, 작물체 내에 아미노산이나 질소화합물이 증가로 영양대사가 교란된다. 이런 연쇄작용에 특히 뿌리나 잎으로부터의 분비물 또는 표피조직의 구조 및 대사작용 변화로 뿌리 주위나 잎에 병원균이 증식·감염되어 식물체내에 발병이 촉진된다.

또 토양 중 칼리(KO)가 과잉되면 칼슘, 마그네슘이나 붕소와 같은 미량원소를 흡수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에 토양 중에 미량원소가 충분히 있어도 칼리 과잉상태에서는 미량원소 결핍증상이 발현된다.

염류의 집적이 문제가 되는 경우로서, 토양 중에 존재하는 양이온이 칼리(K), 칼슘(Ca), 마그네슘(Mg), 나트륨(Na) 등과 음이온인 염소(CI), 질산이온(NO3), 썰페이트(SO4) 등이 결합하여 염을 형성한다.이렇게 토양염류가 과도하게 집적되면 작물뿌리는 각종 양분이나 수분을 흡수하기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푸른 잎이 퇴색하거나 잎이 늘어지며, 뿌리의 발육이 나빠지고, 꽃 색깔이 저하되는 등 정상적 작물생육이 어렵게 된다.

 

 

시설지배 시한폭탄 째각째각

시설재배는 작목의 전업화와 단지화를 구현하여 작물의 연중생산이 가능하고, 재배기간을 단축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농업유형으로 발전해왔다. 노지(露地)보다 시설하우스에서 연작장해가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는 제한된 폐쇄적 공간에서 단기간 고수익을 올리려다 보니 동일한 작물의 연속적 재배로 특정 양분 과부족이 발생하기 쉽고 특정 병해충에 밀집된다.

또한 강우가 차단되고 증산량이 많아 토양 내의 양분·수분이 주로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기 때문에 염류가 집적되기 쉬워 생리적 장해발생 등 각종 폐해가 가일층 기승을 부린다. 더욱이 강우가 차단되어 시설 내에서 염류가 물에 씻겨내려 갈 기회가 지극히 적다. 이에 토양의 심층(深層)으로 염류의 용탈(溶脫, 물에 의해 이동)이 난항을 겪는다.

그리고 수분의 유입으로 염류가 심토(深土)로 다소 이동했을 경우에도 하우스 내의 온도가 상승하면 수분의 증발로 다시 토양의 표층(表層)으로 염류가 올라와 심한 경우에는 토양표면에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 염류의 과도한 집적현상을 나타낸다.

더욱이 시설재배는 정해진 면적 내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빈번한 경지 작업과 재배관리로 인해 토양이 다져지기 쉽다. 이에 생태계에 비순환 시스템이 작동하여 각종 비효율적 신진대사의 악순환 굴레에 빠져든다. 결론적으로 하우스 지배는 생육이 부진해지고, 생리장해 발생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생산성과 품질이 불량해져 지속적 영농을 어렵게 만든다.

 

 

새로운 복병 치솟는 오존

햇볕이 작열하는 여름철 전국 도처에는 종종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기후변화가 작물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지표면 오존의 급증이 작물 생산과 연관성 역시 매우 민감하다. 광화학 산화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존은 독성이 가장 높아 식물에 위해작용은 SO2(이산화황)보다도 위력적이다.

오존은 용해도가 낮아 비수용성에 가깝지만, 반응성은 괄목하여 기공(氣孔)에서 공기 교환과정을 통해 기공내부 공간으로 용이하게 확산되어 잎 내부로 신속하게 유입된다. 또한 오존은 기공 닫힘에 관여하면서 세포내 이산화탄소 농도에 영향을 미치기에 광합성 과정에서 탄소 획득에 간섭하며 수분 조절능력을 교란시킨다.

오존 영향권의 식물에서 발현되는 괄목할 가시적 손상은 잎 전체에 출현하는 극히 작은 반점이다. 오존의 농도가 심화되면 괴저현상이 발생한다. 오존에 직격탄을 맞은 식물체는 생리학적 특성 변화도 수반되어 해충과 병원체 취약성에 심각하게 노정된다. 오존 농도가 급상승하면 염색체 변이까지 일으켜 수확량이 극적 감소되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1980년부터 환경청에서는 국가작물손실평가망(NCLAN)을 통해 농작물의 대기오염물질 영향에 관해 연구에 착수하였다. 미국 프린스턴연구진은 지표면 오존의 영향으로 이미 1990년대 한국과 중국, 일본 지역에서 밀과 쌀 옥수수의 생산량이 1~9% 감소했고, 대두(soybean)의 경우는 23~27%나 급감했다는 리포트를 내놓았다.

1980년부터 2007년까지의 다양한 논문을 종합 분석한 바, 오존 농도가 절반(26ppb) 이하였던 시점과 비교할 때 콩(bean)은 생산량이 평균 19%나 줄었고, 쌀은 17.5%, 9.7%, 보리 8.9%, 대두는 7.7%, 감자는 5.3% 생산량이 감소했다.

오존 농도가 지금의 약 50ppb보다 50%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 후반기에 콩의 생산량은 현재보다 평균 41.4%나 급감하며, 쌀은 약 30%, 대두는 21.6%, 밀은 21.1%, 보리와 감자는 10~20% 정도 생산량 하락이 기정사실화 된다 /소정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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