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권/ 영광군농민회장

지난 1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공적연금 개악 저지 100만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12만명이 참여했다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공무원 교사 집회에 놀란 새누리당은 다음날 지금부터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고 의견을 청취하고 협의를 하고자 한다며 김무성 대표가 조만간 공무원노조 대표를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집회에 대해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대화와 협의를 우선적으로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본말이 전도된 논평을 내놓았다.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다

지금껏 공무원연금 개정을 한답시고 단 한번도 당사자인 공무원들과 협의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여론조작을 통해 공무원들을 세금 도둑으로 매도하고 연금법 개악 저지투쟁을 철밥통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비난 해 왔던 사람들이 누구였던가?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는 정부와 새누리당이다.

농민들이 쌀 관세화 문제를 당사자인 농민대표와 정부 그리고 국회가 함께 협의해서 결정하자고 요구해도 묵살하다가 정부와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관세화 통보 방침에 화난 농민들이 고추가루 좀 뿌렸다고 폭력적이니 뭐니 하며 고발조치 하는 것과 다를 바 하나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재정적자와 국민연금 형평성을 들어 연금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행위이자 공적연금의 노후복지 성격을 급격히 후퇴시키고 사적연금의 시장원리에 노후마저 맡기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1960년에 시작한 공무원 연금제도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국가재건을 위해 공무원들의 열정과 헌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공무원의 저임금을 보상하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금도 후불 임금의 성격과 공무원 지위 보상 등이 혼합된 종합보험적 성격은 여전하다.

공무원연금 재정적자가 문제임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정적자가 왜 발생했는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연금법 개정만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것인지를 당사자와 진지하게 협의하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많으니 줄여야한다는 논리는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많아서 정규직의 임금을 깎자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국가 예산이 문제라면 상위 10%가 소득의 45%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100조원을 감세해준 것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35조의 국고 탕진은 수도요금 인상으로 해결하고, 대국민 사기극 자원외교로 발생한 43조원의 국고 손실은 담배값 인상해서 해결하고, 누리과정 예산 부족은 초중고 무상급식 축소로 해결하는 국가라면, 이런 국가가 왜 필요한가? 자기 노후를 지키려는 공무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통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다.

공무원 연금 문제는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사회를 운영할 것인가라는 총체적인 국가 운영시스템과도 연결된 문제이다.

2018년에 고령사회, 2026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사회가 노후빈곤을 해소할 수 없다면 미래도 없다.

공무원들의 투쟁을 공무원들의 제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우리 농민들의 문제 더 나아가 전체 국민들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영광군농민회는 공무원들의 공적연금 개악 반대 투쟁에 적극 지지를 보내며 함께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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