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우리는 항상 재난 및 사고 위험을 안고 산다. 우리 지역은 각종 풍수해를 비롯해 서해안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이다. 이에 본지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통해 재난과 위기관리시스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국내와 일본을 대상으로 제2차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그 대안을 제시 한다. <편집자 주>

 

 

상상조차 싫은 영원한 아픔을 교훈으로

재해 공공체험시설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

‘1995117일 효고현 한신·아와지(阪神·淡路)에서 진도 7.3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인구 150만이 넘는 대도시 고베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고층빌딩은 물론 저층 주택 대부분이 무너져 잿더미가 됐다. 고가다리로 건설된 도시고속도로도 엿가락처럼 상판이 무너져 내렸다. 행방불명자까지 포함해 무려 6,43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는 26,804, 이재민은 약 20만명에 달했다. 물적인 피해 규모는 141,000억엔에 이를 정도였다.’

상상하기도 기억하기조차 싫은 악몽이지만 아픔을 교훈으로 삼아야 했다.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됐고 아픔의 기억은 영원해야했다. 그래서 표어도 1.17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We don't forget 1995.1.17'이다.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고베 지진 체험관)는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지진과 재해의 방재 거점으로서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만든 공공체험시설이다. 지진상황을 실제 체험하고 대지진의 경험과 교훈을 후세에 알리기 위한 노력물이고 교훈적 집합소 개념이다.

센터는 넓게 트인 광장 가운데 통유리벽으로 된 5층 건물과 불투명한 벽으로 된 3층 건물 2개동으로 분리됐다. 왼쪽에 미래방재관이, 오른쪽엔 인간미래관이 들어서 있다. 방재미래관은 20024, 인간미래관은 20034월 문을 열었다. 유료로 입장을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고베시나 효고현 주민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견학을 온다.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도 방문객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고베시민 중에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해당 언어로 안내를 맡아 봉사하고 있다.

시설은 4층에서부터 차례로 한 층씩 내려오며 견학할 수 있다. 4층 지진체험공간은 고베 대지진 당시 도시가 무너지는 파괴적인 현장을 대형 영상과 음향으로 전달한다. 4면이 기하학적인 형태의 벽으로 돼 있으며 방문객이 가운데 자리 잡으면 불이 꺼지고 7분간 영상이 상영된다.

1995117일 오전 546, 악몽의 그 날 새벽 미명의 대지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고베시의 도심 주요 지역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영상을 그대로 편집해 차례로 보여준다. 평온한 주택가, 달리는 전철, 고가도로의 차량들, 견고해 보이는 고층빌딩이 갑자기 큰 충격으로 흔들리며 무너지고 충돌하며 추락하고 파괴돼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음향효과가 더해졌지만 실제 엄청난 무게의 건물이 무너지고 부딪칠 때의 생생함은 단순히 화면으로 보는데도 전율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다큐멘터리였다.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 마사히코 무라타 연구부장은 고베 대지진 당시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실제와 유사하게 경험할 수 있다이를 통해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진을 경험하고 겨우 구조가 돼 살아난 한 여성이 그 날을 회상하는 형식의 영상은 그 후 이재민 수용시설을 거쳐 정부가 마련한 가설가옥 생활을 하고, 완전히 복구된 도시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위로와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고 나가는 통로에는 지진재해 직후 파괴된 도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센터에는 기억의 공간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4층짜리 서관 건물에 3층 전체는 지진재해 기억공간으로 꾸며졌다. 지진 직후와 부흥기의 생활 및 거리의 모습이 그래픽과 모형, 고베 대지진을 겪은 주민들의 각종 자료를 통해 전시돼있다. 12년째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를 하고 있는 재일교포 왕희주씨는 관람객들을 위해 고베 대지진 당시 자신의 집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생생하게 증언해주는 자원봉사자가 배치돼있고, 당시 상황을 기록한 편지들도 디지털화해 보여주고 있다재난을 통해 배우고 익혀야 앞으로 일어나는 사고도 예방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또 지진, 쓰나미, 화산, 산사태 등 재해가 잦은 일본에 비해 대한민국은 복 받은 곳이지만 그 때문에 안전 의식이 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해경험, 미래의 교훈으로 전달해야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 연구부장 무라타씨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는 정부와 효고현이 센터를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자원봉사자와 구조전문기술자, 고베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곳에는 150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중에서는 다양한 국가,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한 사람들도 있다. 사람과 방재미래센터는 방재전문가 육성에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방재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재해 대책 실무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자 등을 3~5년 임기로 채용해 재해정보 대응, 방재계획, 재해 복구 등의 방재전문가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재난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바로 그 해답이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신·아와지대지진 재해의 경험을 되새기고 그 교훈을 미래사회에 적용함으로써 재해문화의 형성, 지역방재능력의 향상, 방재정책 개발지원을 도모하고 있다.

 

 

방재리더 육성 및 비상시 거점 역할

평상시 교육·스포츠센터 효고현 소방학교

효고현은 51,400의 광활한 캠퍼스를 가진 소방학교를 신축해 20044월 이전했다. 미키시 교외의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자리 잡은 효고현 소방학교는 주변의 자연환경과도 잘 어울리는 방재공원과 함께 조성됐다.

소방학교는 단순히 소방대원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각종 체험과 훈련을 하고 견학을 할 수 있는 시설로도 개방하고 있다. 체험학습관은 지진체험 피난체험 소화기취급체험 실내·실외소화전취급체험 간이구출기구취급체험 등을 한다.

시설 견학코스는 소방관계차량견학 비축창고견학 등이 마련됐다.

아가리구치 유타카 교장은 짙은 녹음과 함께 드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2만명 쯤 수용이 가능한 관중석을 가진 육상트랙과 별도로 천연잔디가 깔린 축구와 야구경기장을 안내했다. 뿐만 아니라 흙을 다져서 둥글게 높은 언덕을 만들어 돔 형태의 지붕을 덮은 실내 테니스장도 있다.

거의 선수촌 같은 분위기지만 이곳 경기장 관중석 아래는 원형의 거대한 창고가 있다. 재난·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재민들에게 공급할 비상식량과 각종 생필품, 장비가 비축된 창고로 57,000식의 쌀죽, 71,620장의 담요, 3,800개의 청색 플라스틱 시트, 간이화장실 797, 텐트 397, 발전기가 딸린 투광기 3조 등이 갖춰져 있다. 창고 바깥에는 대형 트럭에 적재하도록 60~70m 정도로 콘크리트 바닥을 돌출시켰다.

실내 테니스장 역시 국제규격으로 데이비스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1,500석을 갖춘 메인코트와 4개의 간이 코트를 갖추고 있다. 돔 지붕은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운영비가 크게 절감되며 지역의 생활체육회에 위탁해 주민들이 일정한 요금을 내고 사용한다. 지붕이나 전체 형태가 버번콩과 비슷해 버번빈돔’(Bourbon Bean Dome)으로도 불린다.

이 곳 역시 재해가 발생하면 소방, 경찰, 자위대 내 재해요원들이 집결, 서로 협력하는 활동거점이 되기도 한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새로 신축한 소방학교를 광역방재거점 네트워크로 만들어 구조자재 등의 비축과 지역 내 구호물자의 집적, 배송, 응급활동 요원의 집결, 출동을 위한 거점으로 정한 것이다.

아가리구치 교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후쿠오카 등 남부지방 자원봉사자들이 관광버스로 중북부지역인 센다이로 가는 도중 여기서 쉬고 떠난 적이 있다“6년 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는 효고현에서 모은 구호품을 여기서 보냈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과 북한보다 1.9배 더 크고 길게 이어져 1일 생활권이 어려운 탓에 혼슈 섬 남쪽 길목에 있는 효고현 소방학교는 방재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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