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생장조절제(植物生長調節劑)

쌀개방이 본격 진척되면서 농민들은 미증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이미 밭작물까지 수입산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이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 논란은 국민들의 건강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경쟁력 상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영광신문에서는 중대 기로에 선 한국영농의 현실을 통찰하면서 이와 연관된 각종 위해요소 측면들을 중점 고찰하는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식물생장조절제는 농약의 범주

식물생장조절제’(植物生長調節劑)는 농약의 범주에 포함될까! 아니면 혹 식물 영양제는 아닐까? 식품공전(Korean Food Standards Codex)에 명시된 농약 202종은 살균제 50, 살충제 88, 제초제 45, 식물생장조절제 5, 기타 14종이다.

작물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수확량을 늘릴 목적으로 사용되는 식물생장조절제(plant growth regulator)는 우리나라 농약관리법 제2조 제1항에서 작물의 생리기능을 증진하거나 억제하는 데 사용하는 약제를 칭한다. 이렇듯, ‘식물생장조절제는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와 더불어 작물의 품질 향상, 기상재해 경감 등 작물보호제로서 필수불가별 품목이다.

식물생장조절제는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거나 외관을 좋은 형태로 구성하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수확 후 저장기간을 연장하는 등 그 범주가 광범위하다. 부연하면, 작물의 뿌리내림과 성장 촉진, 과실의 비대(肥大), 개화(開花) 촉진, 작물의 키를 억제하거나 형태의 조절, 비나 바람에 작물의 쓰러짐 방지 등이 핵심 기능이다.

그러나 여러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식물호르몬 간의 상호작용이 복잡하고, 식물 생장발달에 여러 메커니즘 역학관계가 심층 내재되어 있기에 지속적 모니터링이 한층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식물생장조절제의 사용 시기와 농도에 따라 비순응적 발현도 예견되기에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또한 합성화학물질의 과다 사용이 자연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위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요망된다.

 

 

식물을 풍요롭게천연생장촉진제

원래, 식물호르몬(plant hormone)이란 식물의 특정 조직이나 기관에서 생합성 되어 다른 조직이나 기관으로 유입되어 식물체의 형태적, 생리적 특수한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자연의 생장촉진제들은 식물성 화학물질’(Phyto-chemicals)로 불리어지는데, 그것은 식물체 내의 천연물질들이다.

생장촉진제는 엽록소의 효율과 생산을 증가시키고, 대사 작용을 고양시키며 항()산화제를 강화시키고, 양분의 이용률을 높인다. 식물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잎과 뿌리, 꽃과 과일, 끝눈, 씨앗의 배, 가지 등에서 생존과 성장 호르몬을 조성한다.

여기에는 5가지의 주요 호르몬인 옥신, 지베렐린, 시토키닌, 아브시스산, 에틸렌 간 균형을 통해 전체 식물의 발생과 생장을 조절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먼저, 세포분열과 발근(發根)을 촉진하는 옥신’(auxins)은 열매와 뿌리의 발육을 촉진시킨다. 다음으로 고등식물에 광범위 분포된 지베렐린’(gibberellin)은 세포 신장과 종자 발아를 촉진하는데, 성숙되지 않은 종자에 많이 들어 있다.

이어, 세포 확대 작용과 식물의 노화를 억제하는 시토키닌’(cytokinin) 및 후숙(後熟) 및 개화촉진에 관여하는 에틸렌(ethylene)은 성숙과 착색을 촉진시키며 주로 생육 후기에 나타난다. 옥신, 지베렐린, 시토키닌이 생장촉진형 호르몬임에 비해 아브시스산’(abscissic)은 꽃과 과실의 이탈, 종자와 싹의 휴면작용을 촉진하는 억제형 호르몬이다.

이들 중 지베렐린, 에틸렌, 아브시스산 호르몬을 상술하면 대략 이렇다. ‘지베렐린은 일반적으로 과수농가뿐 아니라 채소, 화훼, 곡류 등 대부분 식물에서 생장촉진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과수에 사용되는 용도는 주로 배의 비대 및 성숙 촉진, 포도의 무종자화 및 생장촉진, 사과의 비대촉진제로 사용된다. 또한 씨앗 발아의 추진력을 부여하기에 종자의 발아촉진제로도 이용된다.

기체 상태의 식물호르몬 에틸렌은 과실이 탐스럽게 잘 익도록 도와준다. 반대로 에틸렌의 발생을 억제하면 과일의 연화와 노화를 억제하여 오랫동안 싱싱하게 저장이 가능하기에 에틸렌을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아브시스산은 가뭄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식물이 잘 견디면서 생존하게 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또한 환경이 무르익을 때까지 씨앗이나 새싹의 휴면 상태를 유지시키는 중책을 수행한다. 따라서 아브시스산은작물의 재해 저항성을 제고하는 첨단 기술력의 표적이다.

 

 

식물생장조절제 유해성 진실

지난 103일 방영된 채널A ‘먹거리 X파일에서는 콩나물 재배 실상이 소개되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들 콩나물 재배업체 대부분은 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비에이액제라고 명기된 통이 발견되자, 이들 직원들은 현재 콩나물에만 사용하도록 허가된 생장조절제라는 옹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콩나물 재배업체들이 생장촉진제를 선호하는 것은 무게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만으로 콩나물을 키우면 콩나물의 몸통 굵기가 얇고 잔뿌리가 생긴다. 반면, 촉진제를 사용하면 몸통이 통통한데다 잔뿌리가 형성되지 않아 상품가치가 높다. 수분 함량 실험에서는 생장조절제가 투입된 콩나물의 수분 함량이 무농약 콩나물보다 1.5% 가량 높았다.수분이 많다는 의미는 영양성이 감소되거나 조직이 쉽게 물러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생장촉진제 '육비에이'는 합법 저독성 농약이지만, 콩나물의 재배 기간이 짧아 잔류 가능성이 높기에 사용을 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 이들 화학 물질 중 식물생장억제 기능을 수행하는 비나인’(B-nine)은 과수재배 농가에서 과실의 낙과(落果) 방지를 위해 사용했는데, 이제 식용작물에는 사용이 금지되어 화훼농업에만 사용이 허가된다.

그리고 클로르메쿼트’(Chlormequat)비나인의 대용으로 사용하는 약물인데, 절간신장(節間伸長) 억제뿐 아니라 엽색을 진하게 하고 뿌리의 발육을 돕는 작용과 독성이 적다는 점 때문에 애용된다.

식물생장조절제에서 주목을 끈 것은 '지베렐린' 투입 과일의 상품성 논란이다. 201185, 배 수출협회는 성장촉진제인 '지베렐린' 사용을 금지했다. 협회는 "지베렐린은 배 저장성과 품질을 떨어뜨려 해외에서 한국산 배의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물질이기에 수출용에는 무조건 사용을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베렐린은 생장촉진제이기에 일반농산물보다 크기가 크고 성숙기가 빠른 반면, 그만큼 저장성이 떨어지며 미각에도 안정감이 적어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

또한 쌈채소 재배가 늘면서 생장억제제인 파클로부트라졸’(Paclobutrazo) 살포가 급증 추세이다. 파클로부트라졸은 성장을 느리게 하며, 더 단단하고 싱싱하게 한다. 이처럼, 파클로부트라졸은 출하시기를 조절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겨자, 케일 같은 쌈채소를 재배하는 농민들 사이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약제이다.

한국에서 미승인 농약으로 중국에서 보따리상 등을 통해 불법 반입되고 있는 파클로부트라졸은 외국에서 잔디를 자라지 못하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데, 간혹 농작물에 사용된다. 중국은 쌀, , 사과 등에 호주에서는 과일류, 미국은 나무주사제 등으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Amo-1618’같은 식물의 생장을 억누르는 성장조절제는 왜화(矮花) 조절제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화분 국화의 줄기를 잘라버린 후 10일 정도에 잎과 줄기에 왜화제를 뿌리거나 화분에 주입하면 줄기 사이의 생장이 억제된다. 꽃과 잎의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기에 좁은 공간에 키가 작고 꽃과 잎이 밀집하여 볼륨감을 유지한다.

지베렐린에는 식물 줄기를 키우는 작용도 있어 개화를 촉진하여 출하를 앞당길 수 있다. 앵초과에 속하는 다년생 구근(球根) 식물 '시클라멘’(Cyclamen)9월 초순부터 10월 초순 경 봉우리가 1cm 정도가 되었을 즈음에 지베렐린을 구근상부에 살포하면, 개화가 2주 정도 빨라져 11월 초에는 출하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지베렐린은 대부분 화학합성된 것으로 등급은 저독성 농약으로 분류된다. 인체에 무해하다 하나 유기농에서는 금지약품이다.

 

 

천연식물생장조절제(NPGC) ‘서광

무조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제, 인체 피해는 물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는 농작물 생산의 새로운 토대가 될 천연식물생장조절제’(NPGC) 개발이 본격 궤도에 오르고 있다. 천연식물생장조절제 NPGC(Nature Plant Growth Conditioner)는 작물 내 흡수가 빨라 작물의 균형성장 및 고품질 다수확에 효과적 친환경 제품이다. 또 농작물에 대한 살균, 해독작용도 강해 산성화된 토양 중화 효과가 속속 입증됐다.

쌈채류의 웃자람을 막고 수확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해 오던 생장 억제용 화학농약을 대체할 천연생장조절제가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농촌진흥청이 계피와 개똥 쑥에서 추출한 기능성 물질을 이용해 천연생장조절제를 개발했다. 이 추출물을 쌈배추 잎에 주기적으로 뿌려 생장억제기능을 평가한 결과, 대조구의 42% 수준으로 저감되었다.또한 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와 ()유림 하이텍이 산학 공동으로 개발한 천연식물생장조절제 NPGC는 농민들 뿐 아니라 친환경적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희소식이다. 경북대 연구팀이 전국 4천여 농가에서 NPGC를 뿌려 재배한 결과, 수박의 경우 평소 7~8kg 정도 성장했던 것이 11~12kg으로 비대 생장했고, 쌀의 경우에는 동일 품종과 비교하여 20% 이상 증수효과를 가져왔다.

참외, 딸기, 고추, , 화훼 등 다른 작물 수확량 역시 20~30% 늘었다는 것. 참외농가에서는 농약 없이도 선충, 진딧물, 흰가루병 등 병충해에 강력한데다 과일 당도, 저장성, 낙과방지, 착색효과 또한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소정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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