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곡류·과일 외피’

쌀개방이 본격 진척되면서 농민들은 미증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이미 밭작물까지 수입산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이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 논란은 국민들의 건강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경쟁력 상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영광신문에서는 중대 기로에 선 한국영농의 현실을 통찰하면서 이와 연관된 각종 위해요소 측면들을 중점 고찰하는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생명벨트 수호천사 생리활성물질

자연 생태계의 농작물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투입하지 않아도 병원균이나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물리치는 생리활성물질의 대보고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생성한다. 이런 천연물질들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로 전환되어 인간의 체내에서 면역력을 촉진시키며, 활성산소(活性酸素)를 제거하는 향()산화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각종 질환을 예방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2003년 보고서는 통곡물’(Whole grains)과 야채와 과일에 풍부한 식이섬유’(食餌纖維)가 비만, 당뇨병, 심장병에 걸릴 위험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는 논점을 명료하게 적시한다.

과일은 전적으로 외피(껍질)에 의해 보호받는다. 귤처럼 껍질을 분리하기 쉬운 것도 있고, 딸기블루베리(blueberry)처럼 껍질과 과육을 나누기 힘든 것도 있다. 사과배처럼 껍질을 깎아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과일의 외피에는 건강에 핵심 성분들이 과육(속살)보다 다량으로 머금고 있음을 새롭게 주목해야 한다. 과일 외피는 결코 무익한 존재가 아니라 현대병의 근원을 치유할 수 있는 요람으로서 적극 연구되고 있다.

또한 인간 식생활의 원천인 곡류 섭취가 식원병의 가속화와 저감책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 기존의 통념을 깨는 접근이 가일층 요망된다. 통곡류는 곡물에서 먹을 수 없는 왕겨를 제외하고 외피(外皮), 배아(胚芽), 배유(胚乳) 등 세 요소 모두를 갖추고 있다.

노화의 원흉인 활성산소를 제어하는 항산화 성분 등 식물 생리활성물질 파이토케미컬의 태반이 곡류의 껍질 부위에 몰려 있다. 통곡류는 정제된 곡류보다 단백질, 섬유소, 비타민과 무기질을 월등히 함유한다. 통곡류를 도정하면 단백질이 약 25% 감소하고, 17 종류의 영양분이 소실된다.

새롭게 주목되는 경이적 식이섬유

2011년 기준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여 세계 4, 아시아 1위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와 서구화된 식습관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효율적 예방책의 대표 식품이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혈관 건강을 돕고, 변비를 예방하며, 비만을 막아주는 수호천사이다. 또한 식이섬유는 혈압·혈당·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에 뇌졸중, 당뇨병, 심장병 환자는 통곡물 섭취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해외 한 연구에선 대장암 환자들이 식이섬유 섭취량을 2배로 늘리면 발병률이 무려 40%나 낮아진다. 또 하나의 해외 사례는 식이섬유가 심장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여성 34천명을 대상으로 9년간 실시한 미국 아이오와(Iowa)연구에서도 통곡물이 심장병 예방을 돕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통곡물을 하루 한 끼 이상 먹는 여성은 가끔 먹거나 전혀 먹지 않는 여성에 비해 심장병 사망률이 14-19%나 낮았다.

식이섬유는 인체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다. 이에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의 장() 통과시간이 단축되어 변비, 대장암 예방에 적격이다. 식이섬유는 불용성(不溶性)과 수용성(水溶性)으로 양분된다. ‘불용성은 통곡물과 견과류에 몰려있는데, 대장에서 변을 크고 부드럽게 한다. ‘수용성은 과일과 채소에 다량 분포되는데, 위장에서 음식을 천천히 소화시켜 포만감을 충족시킨다. 이렇듯, 식이섬유의 꾸준한 섭취는 다이어트에 매우 효과적이다.

식유섬유의 경이적 역할은 장내 유익균을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반면 식이섬유가 부족한 고지방 음식은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균의 먹잇감이다. 단백질을 부패시키는 악역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통곡물은 심장병··당뇨병낮춰

현미, 통밀, 보리, 메밀(buck wheat), 귀리(oat), 호밀(Rye) 등은 대표적 통곡물이다. 19997월 미식품의약국(FDA)은 통곡물이 51% 이상 함유된 제품의 라벨에 암과 심장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표시하는 것을 허용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한 번에 약 30g씩 하루 세 번 통곡물을 먹거나 전체 곡물 섭취의 절반을 통곡물로 바꾸면 심장병, 당뇨병의 예방에 이롭다.”며 통곡물 섭취를 적극 권장한다.

통곡류에 들어있는 망간(Manganase)과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E, 셀레늄(selenium)은 혈당을 정상적 수치로 환원되도록 하면서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춰 당뇨병 예방과 관리에 효과가 괄목하다. 또한 통곡류의 섬유소는 장세포의 에너지원을 조성하여 대장 내피(內皮)세포의 활력을 촉진한다.

통곡물은 암 예방에도 기여한다. 흰쌀밥, 흰 밀가루, 흰 빵 등 정제 곡물을 즐겨 먹으면 대장암, 췌장암, 위암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나 통곡물에 함유된 폴리페놀’(polyphenol) 등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는 암 예방을 적극 돕는다.쌀에서 배아(胚芽)가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배젖(92%)과 쌀겨(5%). 그럼에도 생리활성물질 3분의 2는 배아에 몰려 있다.

통곡류 현미는 백미와 비슷한 당질함량을 가지고 있지만 망간, 셀레늄, 마그네슘, ()등 무기질과 회춘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 B, 식이섬유 함량이 높다. 한편,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페놀(phenol), 리그난(lignan) 등 생리활성물질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비만·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암 예방에 핵심 요건이다.

현미를 즐겨 먹으면 2(성인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2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14~22년간 진행한 세 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현미를 매주 두 번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적게 먹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11%나 낮았다.

현미는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매우 민감하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이섬유와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인 불포화 지방이 쌀겨와 배아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 현미의 아라비노자일란’(Arabinoxylan) 성분은 수분을 흡수하는 특성을 지녀 금세 위()에 포만감을 안겨준다.

보리 속에 수용성 식이섬유 베타글루칸(β-glucan)은 대장에서 담즙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설되어 혈액 속의 지질 수치를 낮춘다. 귀리(오트) 역시 베타글루칸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 또한 귀리는 전분이 비교적 적고 단백질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한데다 아연, 철분, , 셀레늄 등의 무기질 함량이 높다.

통밀가루는 통밀 원곡(껍질, 배아, 배젖)을 그대로 갈아서 만든 것이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는 비타민 E가 일반 밀가루보다 3.5배나 더 들어 있다. 통밀가루 100g 12.15g이 식이섬유로서 일반 밀가루에 비해 함량이 5.6배나 높다

 

 

과일껍질에는 파이토케미컬풍부

과일이 건강에 이롭다고 논점은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각종 생리활성물질(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비타민중에선 비타민 C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비타민이 많다. ‘미네랄중에선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 치아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이 상대적으로 많다. ‘식이섬유중에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 펙틴’(pectin)이 넘쳐난다.

과일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영양소인 비타민 C도 과육보다 껍질에 많다. 특히 사과복숭아 등의 껍질은 식이섬유의 천국이다. 이 모든 천혜적 성분이 과일의 껍질에 중점 분포된다.

사과 껍질의 쿼세틴’(quercetin)이라는 항산화 성분은 동맥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돕는다. 그리고 사과의 펙틴은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내보내 동맥경화고혈압고지혈증 예방의 조력자이다. 사과의 비타민 C는 껍질과 껍질 바로 밑 부위에 집중돼 있다.

수박의 단단한 껍질에는 시트룰린’(citrulline)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부종을 가라앉혀준다. 수박씨에는 노폐물을 내보내고 혈압을 낮추는 효능이 있다. 귤의 껍질과 알맹이를 덮은 흰 실 가닥에는 비타민 P인 헤스페리딘(Hesperidin)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 P는 비타민 C의 기능을 보강하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먹기 힘든 까칠한 키위 껍질은 항산화 물질의 보고이다. 여름철 전염병인 대장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黃色葡萄狀球菌)에 저항력도 높여준다.

베타카로틴(Bata Carotene)과 비타민C, 비타민E,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등 노화를 막는 항산화 물질은 포도 껍질과 씨앗에 듬뿍 들어있다. 포도 껍질에서 추출해서 발효시킨 안토시아노이드(Antocyanoid) 올리고머(oligomer)’ 성분은 눈이 침침하거나 어두운 곳에서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을 호전시킨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과일은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해산물 등처럼 식중독과 연관되는 식품이 아니다. 과일의 껍질에선 식중독균이 거의 증식되지 않는다. 껍질 자체가 식중독균 오염을 막는 일종의 방어벽이기 때문이다.

농약에 대한 우려로 영양 덩어리 과일껍질을 먹기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시장에서 판매되는 과일의 99.8% 이상은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하의 극소량이었다. 이조차도 과일용 세척제로 씻으면 손쉽게 제거된다 /소정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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