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권력 실세들의 다툼이 온 나라와 국민을 멘붕에 빠뜨렸다. 자발적 국정조사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올해 우리 국민들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사건이 너무 많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놀래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7개월을 훌쩍 넘겨 겨우 안정을 찾아가나보다 했다. 정윤회 스캔들이 터졌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뭐 이런 정권이 있나? 이런 나라가 있나? 누구 말이 맞나? 국민도 나라도 멘붕상태다. 언론을 통해 본 사건은 분명 나라와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는 중대한 사태다.

비선실세(秘線實勢)’ ‘십상시(十常侍)’ ‘문고리 권력등 심상찮은 용어가 등장한다. 이 용어만으로도 대통령의 사람들이 벌인 권력 다툼이 빚은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정윤회 스캔들등의 제목이 붙여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박근혜대통령을 17년간 보필한 3명의 비서관이 근무한다. ‘문고리 권력을 쥔 인물들이니 권력의 실세중 실세다. 자타가 공인한다. 여기서 유출된 문건이 대통령을 뿌리째 흔들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청와대 밖 인물로는 정윤회가 등장한다. 청와대 근무자는 아니지만 역시 과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문고리 권력출신이다. ‘십상시가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6명 정도의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문건은 대통령의 하나 뿐인 동생 박지만 씨 미행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정권 실세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벌이는 추악한 권력 다툼이 분명하다.

권력 다툼은 어느 정권에나 있다. 권력의 속성이다. 이해와 용서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권력의 누수와 비리를 막아야 하는 민정수석실의 문건이 유출된 것이다. 근무하던 경찰관에 의한 유출이란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휴전선과 NLL이 지키는 것만 안보가 아니다. 청와대를, 그것도 정권의 핵인 민정수석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도 안보에 구멍이 뚫린 것만큼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청와대는 정윤회 스캔들을 애써 증권가의 찌라시정도로 보는 것 같은 반응이다. 대통령은 검찰수사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세월호나 김무성의 개헌 발언 때와 비교해 엄청나게 빨리 코멘트를 했다. 그만큼 심각하며 파문이 클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대응이 어떻든 이 사건은 갈수록 의혹이 증폭될 소지가 크다. 진실과 거짓을 가늠할 수 없는 대통령과 그 형제자매간의 관계, 정윤회의 실체 등과 관련한 온갖 소문도 마찬가지다.

워터게이트는 미국 대통령이던 닉슨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사건이다. 대통령이나 정권과 관련한 사건을 ‘xx게이트로 칭하는 연유다. 국내에서 정권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을 스캔들로 불린 사례는 거의 없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관계가 르윈스키 게이트혹은 르윈스키 스캔들로 불릴 뿐이다. 대통령과 정윤회 등 전·현 문고리 권력이 주역인 사건정윤회 스캔들로 부르는 언론의 표현 뒤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대통령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언론 보도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으로 애써 폄하하고 무시하려든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대통령의 명쾌한 해명을 기대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말썽을 부린 인물들에게 쥐어준 칼(권력)도 거두길 바란다. 검찰이 권력 실세들이 벌인 게임의 진실을 밝힐 수 있으리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오직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정조사의 자발적 추진만이 국민과 국가를 멘붕에서 구하는 길이라 믿는다.

시간이 없다. 잠잠해지길 기다리다가는 레임 덕을 초래한다. 이제라도 공약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정권 주변의 잡음과 비리를 막아야 한다. ‘멘붕이란 단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新造語). 싫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썼다. 용서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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