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대상

박 혜 숙

학생들은 시험을 본다. 입학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등 수시로 시험을 보며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험의 바다에서 쉼 없이 항해를 하고 있다. 잠깐 졸거나 방심하면 좌초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가운데서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시험으로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공부한 것을 평가받기 때문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평가를 해서 상을 받기도 하고 벌을 받기도 한다. 평가를 잘 받은 학생에게는 때로 상을 주고 상품이나 장학금 등 푸짐한 선물까지 주어지기도 한다. 이런 평가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기관이나 단체 나아가서는 일반 개개인 까지도 평가를 받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은 수시로 평가를 받는 반면에 기관, 단체, 일반인들은 대부분 연말에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이다. 우리네 삶이 마치 시험과 평가의 연속인 것처럼 보여 삭막하게 보인다. 하지만 시험과 평가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나 이 사회를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애쓴 단체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굳이 마다할 일은 아니다.

‘2014 대한민국 지역사회복지대상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가 공모하여 광역 및 기초지방 자치단체의 자체복지사업 중 지역주민들에게 우수한 평가를 받는 복지사업을 발굴해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지역사회중심의 복지사업을 확산시키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행사이다. 올해 수상을 받는 곳은 광역 기초 부문 대상 2곳과 최우수상 8, 우수상 12곳이다.

광역자치단체의 대상은 전라남도의󰡐맞춤형 출산장려정책󰡑이 수상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떻게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전남의 낮은 출산율로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지역 환경에 대응하여 안심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듯하다. 일회적인 행사가 아닌 10여년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도서벽지를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출산지원병의원을 지정하고 산모들의 출산예정일을 119시스템에 미리 등록해서 산통이 오면 본인이 원하는 산부인과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심콜도 도입했다. 부족한 산후조리원의 현실과 비싼 이용료로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2018년까지 4곳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조성하고 취약계층에게 감면 해택을 주는 시책을 발굴하여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기초 자치단체 부문 최우수상에는 순천시가 운영하는 '9988쉼터' 프로그램이 수상하였다. 99세까지 팔팔하고 건강하게 사시라는 뜻으로 노인들이 홀로 생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경로당에서 거주하면서 생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책이다. 생활가전제품, 옷장과 침구류를 비롯해 운영비와 난방비를 지원해 오고 있는 점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100세 시대를 맞아 농촌지역은 어르신들이 혼자 생활하면서 밥맛도 없을 뿐 아니라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함에 따라 경로당을 활용, 이들이 함께 숙식을 같이하면서 즐길 수 있는 요가, 체조, 전통 뜸, 치매예방, 약물오남용 교육 등 유용한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고령화되고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은 겨울에 날씨가 추워도 기름 값이 아까워 보일러도 가동하지 않고 전기 매트에 의존하거나 혼자만의 식사에 소홀해지기 일쑤다. 순천시는 지난 해 처음 시작하여 9988쉼터를 지금까지 면지역을 중심으로 36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추가설치 요청이 많아 201552개소, 2020100여개소로 늘려 운영할 계획에 있다. 공동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내 치매 예방은 물론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밖에도 행복한 갱년기 부부 프로그램, 시민 서로 돕기 천사운동, 일사천리 생활복지 가동반 등 여러 가지 좋은 사업들이 상을 받았다.

현재 영광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노인을 위한 정책이 최우선적으로 세워져야하고 자원봉사도 그 정책에 따라 맞춤형자원봉사로 프로그램화 되어야한다. 일회성 생색내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지원해서 체계적이고 일상적이며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실용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의 노인들이 보다 행복해지면 정말 좋겠다.

며칠 전부터 매서워진 바람과 추위가 겨울임을 실감 나게 한다. 가까이 지내시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게 안부 전화하는 것이 고작이다. 두 분과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부모님과 어쩔 수 없이 따로 사는 대다수의 자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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