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대통령은 외교관 1호다. 품위 있는 외교적 수사가 절실하다. ‘찌라시라는 단어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지 않아야 할 단어다.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

며칠 전 광주의 한 식당. 30세 전후로 보이는 청년 3명의 대화.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린다. 귀를 막고 싶다. 대통령과 관련, 입에 담기 어려운 얘기들이 오갔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들이다. 믿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유언비어(流言蜚語̵̵-근거 없는 뜬소문)일 가능성이 거의 100%. 아니, 유언비어 이어야 한다. 구체적 내용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인터넷에도 유사한 내용의 글이 올라 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유언비어는 점차 부풀려진다는 속성이 있다. ‘정윤회 스캔들이 대통령의 말씀과 야당의 고발에 따라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냉정히 말하면 조용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맞다. 보통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다. 온갖 상상을 다 한다. 작은 팩트에 상상이 더해져진다. 거기에 여기저기서 들은 말들이 덧붙여진다. 발목을 본 것이 허벅지를 본 것으로, 결국은 거시기한 내용으로 발전, 사실인양 퍼진다.

유신 말기에 유언비어를 유비통신혹은 카더라통신이라고 했다. 유행어가 됐다. 그만큼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아직도 기억되는 유비통신이 있다. 광주시 양동의 모 병원에 섹스를 하던 남녀가 떨어지지 않아 리어카에 실려 왔다는 내용이다. ‘남자가 군인이 더해졌다. 계급이 병장에서 장군까지로 다양해졌다. 리어카를 담요로 덮었다고 하더니 사람들이 들춰본 것으로 부풀려 졌다. 직접 보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광주에서 전국으로 퍼졌다. 소설처럼 늘여 쓴 주간지는 불티나게 팔렸다.

카더라 통신때문에 광주의 기자들에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어느 기자가 재미있게 떠들었다. 이화여대생들이 광주 모 대학에 면도칼을 보냈는데 사내(남자)값을 못하니 잘라버리라는 의미였다는 내용이다. 정보부에서 알았다. 직업이 기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생김새가 비슷한 선배 기자가 끌려가 곤욕을 치렀다. 기자들이 시내에서 모습을 감추는 사태로 발전했다. 병원에 입원해 소나기를 피하기도 했다. 1979년 여름이다.

정윤회 스캔들이 터지자 대통령은 찌라시라고 일축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외교관 1호다. 외교관은 지극히 절제되고 품위를 손상치 않는 단어를 구사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찌라시라는 단어가 스스럼없이 나올 수 있다니 유감스럽다. 일본어에서 유래, 증권가에 뿌려지는 믿거나 말거나정보지다. “증권가 정보지 수준이라거나 전단지 정도로 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찌라시가 이렇게 나라를 흔들어 놓은 적이 없다. 대통령이 검찰에 찌라시에 대한 수사를 요구한 적도 없다.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즉각 찌라시라면서 검찰 수사를 주문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고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련자가 늘어나고 말이 서로 다르다. 신문은 도표를 그려가며 복잡한 관계를 보도한다. 그래도 수사 결과는 알 수 있다. 허위사실 유포다. 힘없는 몇 사람 사법처리 되겠지. 시간 속에 묻히겠지.

문제는 후유증이다. 레임덕이다. 아무리 근엄한 표정, 딱딱한 말투로 절대군주적 위엄을 보이려 해도 힘은 현저히 빠지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벌써 대통령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대통령을 들이받고 있다.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불통과 비밀 스타일에서 소통과 공개 스타일로 바뀌길 바라는 요구가 드세다. 국민은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알고 싶다. ‘카더라 통신이 없는 나라 국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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