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선제적 대응’ 위기극복

쌀개방이 본격 진척되면서 농민들은 미증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이미 밭작물까지 수입산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이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 논란은 국민들의 건강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경쟁력 상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영광신문에서는 중대 기로에 선 한국영농의 현실을 통찰하면서 이와 연관된 각종 위해요소 측면들을 중점 고찰하는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구촌 온난화 식량급감 결정타

농업기후학에서는 여름작물의 생육 기본온도를 1일 평균기온 10로 설정하고, 10이상이 발현되는 첫날부터 끝날까지를 작물기간이라고 하여 기후자원을 평가한다. 현재 한국에서 평지의 작물기간은 춘천의 201일부터 제주의 245일까지 44일의 간격을 두고 분포한다.

추후 지구온난화가 2상승 국면에 진입하면 중부평야지대는 13, 영남분지지대는 15, 남부해안지대는 16기후대가 될 것이다. 이에 작물기간은 현재보다 10-29일이 늘어 춘천 212일부터 제주 275일까지 분포대를 형성한다. 이때 첫날이 이르게 나타나는 것보다 끝날이 늦어지는 날수가 더 많다.

1900년 이후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섭씨 0.74도 오른 반면, 한국의 평균 기온은 이보다 훨씬 높은 1.8나 상승했다. 이와 같이 기후 급변에 따른 가뭄이나 홍수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은 농작물 수급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연쇄적으로 국제곡물 수급구조 불안과 물가의 지속적 급등이 예견된다.

국립토양경작연구소의 제리 하트필드기후변화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야간의 기온상승으로 수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야간의 기온상승이 수분의 증발을 수반하고 곡물의 생장과정에 나쁘게 작용한다. 그는 또 기온상승은 식물의 생장주기를 단축시키며, 대기 가열을 촉진하기에 물 수요도 증가한다.”, 우려를 표명한다.

 

 

농산물 빨간불 서민경제 직격탄

기후변화가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폭등은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 사이 세계 곡물가격은 최고 3배로 폭등했다. 특히 2010년 러시아의 가뭄과 혹서에 밀 가격은 2개월 만에 무려 60%나 상승했다. 가격 급등을 뛰어넘는 딜레마는 기후변화가 토양 침식과 토양 유실에 따른 농업생산기반의 악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미래 한반도의 기온이 23상승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510680ppm으로 높아지면 쌀 생산량은 1.17.7%가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일시적 생산량 증가에 따른 이점도 분명 상존한다. 그러나 이 또한 신속하게 상쇄될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와 농가에서 벼 2기작 시도는 소득을 높이며, 향후 쌀값 폭등에 대비해 증산 기술을 미연에 확보하는 것이다. 작물기간이 10-17일 늘면, 조생종 재배지대는 중생종으로, 중생종 재배지대는 만생종으로 바뀔 것이다. 현재 온도가 낮아 벼농사를 짓지 않는 해발 600m 이상의 산간지대에도 일부 조생종 재배가 진척될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 초대형 쓰나미에 맞서 식량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농업은 기후변화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 이에 기후조건에 부합되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농경지 확보와 기후변화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신품종 육성과 새로운 재배법 개발에 힘써야 한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물 부족은 벼 작황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기에 이에 대응한 벼 품종 개발이 절실하다. 또한 벼와 보리 등 주곡 작물의 이상기후 분석을 통해 기상재해 위험·취약지대 설정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영농현장과 연계한 선제적 대응의 관건인 기상 정보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하여 농작물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농작물 재해보험제도 확대와 기상재해를 저감할 수 있는 농업시설 설치에 지원 강화도 우리 농업의 화급한 과제다.

 

 

열대 야채류 과일류황금기

한국의 대표적 과일인 사과, 포도, 감귤, 단감의 재배지역의 북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혹한 추위의 내동성(耐凍性)이 약해 한강 이남에서만 주로 재배됐던 감나무가 온난화 여파로 이제는 경기도 파주에서 재배된다.

여름철 평균 기온이 26를 넘지 않고 겨울철 기온이 10.5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재배가 가능할 정도로 기후 조건에 까다로운 사과가 최근에는 경기도 포천, 강원도 영월·평창·정선까지 북상했다.

사과보다 추위에 민감해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전혀 실적이 없었던 복숭아도 45년 전부터 강원도 춘천에서, 포천시와 연천군 등 경기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재배가 시작되었다. 여기에다 전남의 특산물로 유명한 보성녹차가 강원 고성까지 상륙했다. 또한 남부지역에서 성장했던 멜론은 2005년부터 강원도 양구에서 첫 출발 이후 매년 재배면적이 늘었다. 여기에서 최대의 수혜자인 강원도는 최근 과수 재배 면적이 2005년보다 27% 이상 증가하면서 소득이 낮은 밭작물 위주의 농업구조에서 벗어나 고품질 과일 생산 변화에 고무되어 있다.

이렇듯, 가파른 기후 여파에 냉해에 취약한 과일류가 안정적 생육지를 찾아 점차 북상하면서 대조적으로 한반도 남쪽에서는 아열대 작물이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자치단체도 수급 불안과 가격 파동을 겪는 무, 배추, 마늘, 양파 대신 대체작물로 아열대 작물 보급에 앞장선다.

경남 울산과 울주군지역 대표 작물인 의 재배량이 감소하는 반면 참다래, 블루베리 등 아열대 작물 재배가 증가세이다. 제주도 특산품 감귤은 재배지가 전남 완도, 여수, 경남 거창으로 북상했고, 칙사 대접 한라봉도 서귀포에서 전남 보성, 담양, 순천, 나주 등지로 확산 추세이다.

특히 전남의 해안 지역은 현재의 제주와 같은 난대성 기후대로서 아열대 기후대로 바뀔 것이다. 이에 전남농업기술원은 채소작물로는 브로콜리, 아티초크(artichoke), 쓴오이(여주), 오크라(okra), 아스파라거스, 열대 시금치, 아피오스(apios, 인디언 감자), 모로헤이야(Moroheiya) 등 작물시험과 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화룡과(火龙果), 아보카도, 망고, 패션후루츠(passion fruit), 파파야(Papaya), 아테모야(atemoya), 구아바(guava) 등 아열대 과수류 유망 작물에도 유전자원 수집뿐만 아니라 재배기술을 병행 구현하고 있다.

채소류 역시 기후 온난화의 영향권이다. 지속적 기온상승에 따라 무안·해남·진도가 주산지인 양파·겨울배추·대파는 재배지역과 생산량이 늘면서 채소 특작의 '주산지' 개념은 이제 실종되었다. 양파는 주산지인 무안에서 전북 고창까지 올라갔으며, 겨울대파는 진도에서 신안영광, 충청 일부까지 재배 지역이 북상했다.

생생하게 살펴본바, 전국 지자체들이 기후적응 품종과 대체작목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부정적 요소와 긍정적 요소가 동시 공존한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기존 농작물의 수량과 품질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과의 경우 당도감소, 산도증가, 착색불량, 저장성 단축의 품질 저하를 수반한다. 또한 고랭지의 여름채소 재배가능 면적 감소는 안정적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 측면은 경제성을 갖춘 아열대작물 재배 확대, 하우스농작물 겨울철 난방비 절감 등을 꼽을 수 있다.

 

 

항속적 농업 적응과 혁신

기후 온난화에 따른 작목별 과잉생산이나 과소생산은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곡물 생산량은 여러 요소에 좌우된다. 우선, 작물은 각각 생육에 알맞은 온도가 있는데 온도가 올라갈 경우 열적 스트레스’(heat stress)가 가중되면 생육과 생산량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급상승하면 벼의 생산량과 미질이 떨어지고, 채소와 과일은 보관기간이 단축돼 유통기간이 짧아지고 맛도 최적화 기능이 상실된다. 물론 이전에 기온이 낮아 곡물을 원하는 만큼 재배하지 못했던 지역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작물의 생리장애와 병해 증가가 예측되며, 외래 작물의 출현으로 토종 생태계 위협과 잡초방제에 혼란 발생이 예견된다. 기온상승에 따라 고온 적응력이 높은 잡초가 번성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꽃매미·갈색여치 등 우리나라에 없던 아열대성 병해충 출현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아열대 전환기 귀로에 선 우리나라는 해충의 피해가 훨씬 다양하고 빈번하며 규모가 큰 양상을 보일 것이다. 곤충들이 더 빨리 자라고, 더 자주 번식하고, 더 일찍 이동한다. 병해충은 생육가능 기간이 크게 늘고 겨울이 짧아 월동이 쉬워 병해충과 잡초 변동 예측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요체는 한반도가 아열대화의 고비를 맞아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새로운 작물의 도입과 대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온난화에 따른 핵심 작물의 재배적지 이동 평가 및 새롭게 육성되거나 도입된 품종에 대한 적응성 평가가 필요하다.

세부적 접근을 상술하면, 주요 작물별 안정 생산의 전략적 인프라의 근간인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과 함께 기후변화 영향평가를 통한 대응방안을 수립한다. 또한 적기에 고온 적응과 고품질 품종의 혁신, 내재해성·병해충 저항성 품종 육성, 열대·아열대 작물의 도입과 평가가 시급하다.

다음으로, 환경 적응성은 적지적작(適地適作)을 유도하는데 있어 광역적응성보다 지역적응성이 요구되며,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효율이 높고, 저온과 고온에 견디며, 병해충은 폭넓은 범주에서 저항성이 충일해야 할 것이다.

이에 긴밀하게 연계하여 장기적 농업생산자원 및 생산성 변동 종합평가 시스템을 개발한다. 그 일환으로 가용 농경지 면적과 토질, 수자원량 등 농업생산자원의 변동 지표 설정을 위한 DB구축 및 영향평가 지표를 개발한다.

생생하게 살펴본바, 기후변화는 우리 농업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전면전을 수행하면서 공세적 대응을 하려면 우선 농경지를 유지·보전시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농업구조는 친환경 에너지 수급에 기반을 둔 저탄소 녹색농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전제 조건으로 농업생산 피해 최소화 및 안정화 확보, 신품종 개발·보급, 대체작목 연구·발굴, 병해충 조기 대응방안 수립, 전담 TF팀 구성에 입체적 해법을 세심하며 민감하게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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