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지원연합센터장

아듀 2014

또 한해가 저물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우리들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다사다난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이게 된다.

새해엔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에 부풀어 멋들어진 계획을 세웠다가 생각만큼 해놓은 일 없이 또 한 해를 보낸다는 허전함의 다른 표현일까?

성공했던 사람이든 조금 부족했던 사람이든 간에 한 해를 보내는 길목에 서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게 되고 그리고 좀 더 노력을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미안함과 원망스러움으로 센티멘탈리즘에 빠져드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14년 대한민국에는 그 어느 해보다도 국기를 흔들 만큼 큰 사건사고들이 많았던 불운한 해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안전불감증에 빠진 나라

2014년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안전불감증이었다.

그 첫 번째가 대한민국을 온통 슬픔과 분노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 세월호침몰 사고였다.

안산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302명의 아까운 생명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는 비극을 지켜보면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들었고 국가기관이 마비될 만큼 우리는 큰 홍역을 치렀다.

뿐만 아니라, 2월에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10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5월에는 경기 고양종합터미널에서 용접공사 중 발생한 화재로 8명이 사망하고 110여 명이 다치기도 했다,

같은 달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노인 21명이 죽고 8명이 다쳤으며 1017일에는 성남시 판교에서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 중 환풍구 붕괴로 16명이 추락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11월에는 전남 담양에서 펜션 화재 사고가 일어나 대학생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세월호 침몰당시 안전을 국시(國是)로 할 것처럼 목청 높여 외쳐대던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헛구호였는지 이 후에도 사건사고를 계속되었으며 결국 대한민국이 안전불감증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린 불운한 한 해였다.

추락한 국가신뢰

국격의 추락은 안전불감증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지난 2,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숨진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과 함께 가족동반 자살사건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자부심을 무색케 했다.

안타까운 사고는 민간뿐만 아니라 병영에서도 줄은 이었다.

경기 연천의 28사단에서는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으로부터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지난 4월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6월에는 동부전선 22사단 GOP부대에서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동료장병 5명을 숨지게 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각종 병영 내 가혹행위와 성추행 혐의도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17사단장이 여군 부하를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돼 구속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는 통영함이 불량부품 납품으로 인해 세월호의 구조에 나서지 못하면서 방산비리 사건이 터졌으며 3월에는 241개 군납업체가 2749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해 각종 국산 신무기에 들어가는 불량 부품을 무더기 납품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온 국가가 총체적인 비리와 부실에 빠졌다.

세월호 사건 이후 도주를 하다 주검으로 발견된 유병언 시신의 진위여부를 놓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결과발표도 믿으려 하지 않았을 만큼 우리사회는 불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사고의 종합선물세트

현직 고위공직자들의 성추행 사건과 안대희, 문창극 등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 잇단 수능 오류에 따른 교육현장의 혼란과 6.4 지방선거에서의 여야 무승부, 그리고 730 보궐 선거에서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 무상복지 논란과 함께 경기침체의 장기화, 청와대 비선의 문건유출 사건,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불리는 대한항공의 슈퍼 갑질 파문, 이석기의 보안법 위반재판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판결 등등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굵직굵직한 사건을 겪으면서 수없이 분노하고 슬퍼하며 때로는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국민적 참사의 아픔 속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 사회에 한 줄기 빛이되어 주었다.

시종 낮은 자세로 파격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교황이 방한을 하면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 주며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던 한해이기도 했다.

2015년은 청양띠의 해

()은 기원전 8,000-6,000년경 서아시아에서 가축화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1000여 종에 이르고 있는데 따뜻한 양모의류와 고기, , 모피를 제공하는 등 우리 사람들의 풍요로운 삶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로운 동물이다.

12간지 중 여덟 번째로 평화와 정의로 상징되는 2015년 청양띠 해를 맞아 우리나라에 더 이상 국민을 슬프게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고대하면서 아울러 우리군민과 영광신문 독자님들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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