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을미(乙未)년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올해의 양 띠는 생명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띠는 청양(靑羊)의 해라고 합니다. 양은 성질이 온순하고 무리를 지어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볼 때, 양은 땅과 자연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국민의 식량창고인 농업을 지키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농민의 이미지와 닮지 않습니까? 바라기는 올해는 농민과 농민, 농민과 이웃, 농촌과 도시가 힘을 모아 완전 개방이란 파도를 넘어 농업 회생이란 한 길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소원합니다.

 

 

 

풍년기근으로 힘들었던 2014

지난해는 2013년부터 시작된 농산물 가격 폭락이 2년째 전 품목으로 번져 풍년기근이 일반화 된 한 해였습니다. 이런 농산물 가격폭락은 정부가 강행해온 자유무역협정(FTA)과 물가안정 정책으로 수입 농산물이 늘어난 데서 기인합니다. 값싼 수입산이 시장을 잠식하니까 조금만 작황이 좋아져도 가격이 폭락하고, 농축산물의 비탄력적 특징에 의한 광범위한 대체효과로 인해 결국 모든 농산물에 타격을 주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UR협상에서 마지막 미개방 품목으로 남아있던 쌀마저 올해부터 완전개방을 선언하고 관세화를 추진하여 쌀시장을 개방해버렸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속도전으로 5건의 FTA를 체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농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FTA를 신중히 추진한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만 영연방 3개국, 중국, 베트남 등 5건의 FTA를 타결지었습니다. 특히 한·FTA는 한·, ·유럽연합(EU) FTA에 이은 FTA의 완결판이었습니다.

이로써 UR 협상 타결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후 20년이 되는 올해에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정부 주도의 FTA로 인해 WTO가 규정한 관세마저도 철폐되는, 완전개방 원년을 맞게 됐습니다.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년만에 다시 국민의 식량창고를 외국에 내어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 기간 동안 세계가 놀랄 경제성장의 성과를 이뤘다고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정부가 수출기업과 대도시 중심의 경제개발을 위해 농업을 희생시켜온 결과입니다.

 

 

 

더 늦기 전에 농정패러다임 바꿔야

이런 농정기조를 가지고는 외국 자본과 소수의 기업농에 농업이 넘어가고 나머지 농민들은 필연적으로 도태되는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6차산업, 농촌공동체 등에 나름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는 무차별 FTA에 의한 시장개방, 규모화와 가격경쟁을 뼈대로 하는 박근혜 정부 농정의 본질을 바꾸기엔 역부족입니다. 여기에 농민조합원의 조직이어야 할 농협은 더욱 농민과 동떨어져 신용사업에 안주하면서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은 FTA 발효 초기인데도 가격폭락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특단의 농정개혁이 없다면 현재 벼랑 끝에서 위태로운 농업은 머지않은 장래에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농정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미 농업계는 규모화와 가격경쟁을 폐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가치에 대해 국가가 인정하고 정당한 예산을 편성하며, 직불금과 주요농산물에 대한 최소가격보장가격 안정정책으로 농가소득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더 이상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농관련 기관과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버리고 농민을 중심에 놓는 농정으로 바꿔야 합니다. 1%를 위한 농정이 아니라 농민과 농민이,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협동과 연대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남과 북의 상생을 위한 농업협력도 속도를 내야 할 것입니다.

 

 

 

영광군민이여! 협동과 연대로 변화의 새 물꼬를.......

암울한 시대이지만, 2015년을 맞이하는 현장에서는 변화의 희망이 보입니다. 농업을 제1의 가치로 삼는 군수, 농민을 도정 중심에 놓는 도지사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품목조직화, 지역농업 활성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도시소비자와 젊은 청춘들이 농민들과 손잡고 희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하나로 311일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를 농민과 국민의 참여 속에 진정한 농협 개혁의 원년으로 삼으려는 농민과 시민들의 연대활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요,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침륜에 빠져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서로 상생하며 협동하여 변화의 새 물결을 일으키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누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 버려야할 타성입니다. 농민들 스스로가 변화의 주인공이란 자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자각에 따른 실천이 요구됩니다. 과거의 관습으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한 것입니다. 거짓과 부정직한 삶에서 참과 정직의 세상으로의 탈출은 많은 고난과 시련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변해야만이 우리의 미래가 담보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뼈를 깎는 고통이 있더라도 버릴 것은 버려야 할 것입니다. 영광군민 여러분! 함께 그 좁은 길을 걸어갑시다. 힘을 다해 나아갑시다! 우리의 시작은 미약하겠지만 그 길이 정의 안에 있다면 그 끝은 창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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