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박 대통령 찬송가만 부르던 보수 언론에 변화가 일고 있다.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다. 대통령에 관한 궁금증 해소를 기대해 본다

삼국유사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설화가 등장한다. 왕의 귀가 유난히 길다는 비밀을 알고도 말을 못해 답답해하던 두건장이가 죽기 전 대나무 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 쳤다. 이후 바람 불 때마다 왕의 치명적 약점인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대나무 밭에서 울렸다. 신라의 쇠락을 막기 위해 개혁 정치를 편 48대 경문왕을 폄하하려는 귀족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로 알려졌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교훈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윤회 스캔들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검찰로 넘어가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삶에 대해 대중의 궁금증은 더해가고 있다. ‘공주로서 구중궁궐에 살았다. 학교는 다녔지만 터럭만큼의 사생활도 알려지지 않았다. 교우 관계나 이성 교제 등에 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은둔 생활을 하던 공주는 육영재단과 영남대 등 아버지가 남긴 유산관리를 하며 20년을 보냈다.

98년 총선에 당선, 정치에 입문했다. ‘입문이 맞지만 복귀의 성격이 짙다. 한나라당의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바꿔 위기를 극복하며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 했다. 대통령에 당선, 33년 만에 다시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이것도 복귀. 아버지가 박정희라는 사실 말고는 대통령으로서의 정치력이나 실력은 미지수였다. 시쳇말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유신정권으로부터 부와 권력을 얻은 보수 집단, 특히 언론의 무조건적지지, 찬양을 받았을 뿐이다.

정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리막이라 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무조건 찬양을 일삼던 언론의 태도에 변화가 보인다. 논리고 뭐고 없이 찬송가만 불러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논설위원들의 비판이 눈에 띈다. 대통령을 탓한다. 책임이 있다고도 한다.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도 한다. 엄청난 변화다. 이 사람들이 그 사람들 맞나 싶다. 대통령은 원래의 스타일대로 일을 하고 있다. 소통과 화해, 원칙 등 화려한 수사로 장식 했지만 수첩 공주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예상했다.

예상대로 앞도 뒷도 없이 서투른 국어 책 읽는 것 같은 말씀외에는 없다. 국민과는 물론 관료들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새누리당이나 비서진과도 교감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이 아니라 임금님으로 보인다. ‘지라시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옛 전제 군주와 다름없는 환관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을 뿐이다. 이제야 보수 논객들과 언론이 환상에서 깨어난 듯하다.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었는데 주지 않아서 인가. ‘레임 덕현상을 감지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변화로도 읽힌다.

보수 언론의 변화에 은근 기대된다. 대통령에 관함 국민의 궁금증 해소다. ‘카더라가 아니라 레알말이다. 창조 경제니 뭐니 알쏭달쏭한 말로 포장한 경제에서 복지, 정치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아무런 정책도 없이 헷갈리게만 하는 대통령의 민낯을 우리에게 얼마나 알려줄 수 있을까. ‘콘크리트같던 지지율이 추락을 계속, 30%도 무너졌다는 소식이다. 이 정도면 레임 덕은 불가피하다. 언론의 속성상 이제부터는 물어뜯기 경쟁에 돌입할 수도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잔혹한 시절에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용기 있게 말한 분들은 있다. 고 리영희 선생 같은 분들이다. 베일에 가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은 물론 당나귀 귀도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진정한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으며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걱정이다. 끊었던 담배 다시 피울 핑계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