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김무성과 유승민 콤비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용기가 대단하다. 새누리당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새정연이 걱정이다

귀가 번쩍 뜨인다.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 하며 그런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누가 들어도 옳은 말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구태여 말 할 필요조차 없는 내용이다. 이 말이 온 나라를 놀라게 했다. 당연히 언론은 대서특필이다. 국민의 박수 소리가 들린다. 새누리당 대표의 대통령을 향한 반격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 레임 덕이 예상 되는 시점에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터뜨렸다.

개헌 필요성을 말했다가 체면만 구긴 김무성이다. 아무리 대통령이라지만 명색이 당 대표다. 동냥은 못해줘도 쪽박을 깨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당 대표를 동네 꼬마 나무라듯 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끝난 것으로 알았다. 조금은 실망했다. 3개월만의 반격을 보니 그게 아니다. 반격의 강도나 시기, 장소가 절묘하다. 청와대는 못들은 척 한다. 꼬투리 잡을 내용도 없다. 그동안 증세 없는 복지를 거듭 강조했다. 나라에서 쓰는 돈은 전액 세금인데 증세 없는 복지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증세 없는 복지는 대통령은 선거 공약이다. 취임 후에라도 수정, 혹은 폐기 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어 복지 확대를 말했어야 옳다. 앵무새처럼 증세 없는 복지를 되뇌다 대통령으로서는 치욕적인 망신을 당한 셈이다. 국민을 속였다는 지적에도 꿀 먹은 벙어리다. 원내대표로 뽑힌 유승민마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거들고 나서니 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당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모양새다.

·청간에 막나가는 모습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왠지 차기 대권도 새누리당이 가져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추락하고 있다지만 대통령이다.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야당도 감히하지 못하는 말을 여당 대표가 했다. 어떤 보복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돋보인다. 청와대는 국민을 속이고 있지만 당은 국민을 속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청와대는 믿지 못하지만 당은 믿음직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하지 않은가.

유승민은 한발 더 나갔다. 정책과 인사, 불통으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쯤 되면 새누리당의 주인은 이제 박 대통령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국정의 전면에 당이 적극 나서겠다는 통보다.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약속이다. 무능과 불통이라는 비판에 귀를 막은 청와대를 대신 국정을 이끌겠다는 선언이다. 실패한 정권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해야 맞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에서 새누리당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 침몰 직전의 청와대 구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미래는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 새롭고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다. 누가 당 대표가 되고, 누가 최고위원이 되든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김무성과 같은 리더십으로 당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정권 창출에 대한 기대도 글쎄다.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외치는 모습들은 그럴듯하다. 뒤를 들여다보면 자신과 계파 챙기기에 목숨을 걸고 있다.

청와대는 김무성을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고마워하며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국가와 정권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다. 새정연은 정치적 주도권을 새누리당과 김무성에게 빼앗겼다. 그렇다고 계속 정치 복원을 외면할 것인가. 김무성과 함께 정치를 복원하고 정책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아야 한다. 새롭고 강력한 리더십 창출과 계파 청산에 소홀하면 수십년 지속돼온 지지층 붕괴는 순식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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