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대부분 행사장 참석이다. 진정한 민심을 아는 의원, 좋은 의원이 되려면 농투성이의 손을 잡고 하룻밤 함께 보내길 권한다

설을 앞두고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지역민들에게 의정보고서를 보냈다.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사업을 유치하고 예산을 많이따왔으며 지역민들과 많은 접촉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한 법안이 많기도 하다. ‘보고서가 아니라 자기 자랑처럼 보인다. 의원 자신의 폭 넓은 인맥과 뛰어난 능력 과시에 보고서 지면이 부족하다. 자기를 당선 시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며 다음 선거에서도 꼭 당선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다.

사실 의정보고서에 담긴 대부분의 내용들은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해야 할 기본이다. 그정도도 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 나설 자격이 없다. 자기 자랑보고서를 지역민들은 꼼꼼히 챙겨 보아야 한다. 정말로 의원의 노력과 능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사업이며 예산인가. 지역민들과 진정성 있는 접촉을 많이 했는가. 발의한 법안 가운데 법제화 된 것은 무엇인가 등이다. 의원의 노력이나 관심이 없어도 일정한 사업과 예산은 배정된다. 소위 자연뽕이다. 이것까지도 마치 자기가 아니면 안 될 일인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이 의원들의 생리다.

300명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연간 수천 건에 달한다. 다른 의원이 만든 법안에 숟가락만 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 발의해 법제화 시킨 법안은 무엇이며 몇 건이나 되는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물론 그 법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말이다. 꼼꼼히 따져본 뒤에 정말 능력이 있는지, 성실한 의정 활동을 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평가하는 것은 지역민들이 자기 살림을 챙기는 것과 같다.

이개호 의원의 첫 의정보고서를 살펴봤다. 30녀 가까운 세월동안 호형호제하며 지낸 사이라 관심이 많아서다. 그만큼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의원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왕성한 활동과 그에 맞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행정고시 출신으로 뛰어난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은 전력이 엿보인다. 특히 원자력 병원 유치와 대마 산단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돋보인다.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이력이 여의도에서도 한 것이다.

금귀월래(金歸月來). 금요일에 귀향해 월요일에 돌아온다는 뜻으로 여의도에서 만든 신조어(新造語). 금요일엔 귀향해 지역구 관리를 하고 월요일엔 의사당으로 돌아가는 의원들의 활동을 뜻한다. 이 의원은 금귀월래를 철저히 지키는 대표적 의원이다. 지역구인 담양·함평·영광·장성 등 4개 군 행사 참석에 바쁘다. 그의 수첩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대부분의 일정은 행사장 방문이다.

행사장은 지역민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다. 하지만 행사장에 얼굴을 내미느라 시간 다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행사장에서 인사치레로 많은 지역민을 만나기보다는 소수지만 진정어린 만남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국민과 속내를 털어놓는 진지한 대화 없이 진정한 민심을 알기는 어렵다. 민심을 제대로 모르고는 정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국회의원에게 많은 비용과 특권까지 주어지는 것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치를 잘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표를 먹어야 사는 국회의원으로서 행사장 방문을 외면할 수 없다. 그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집의 어려움과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행사장 방문 보다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보리밥 한 그릇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는 의원이길 바란다. 거친 농투성이의 손을 잡고 하룻밤 함께 자는 국회의원이어야 한다. 그래야 취업이 얼마나 어렵고 결혼은 더욱 어려운 민생, 헛다리만 짚는 정치를 불신하는 민심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