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시시하게 굴지 말자고 5·16을 설계한 JP의 증언록이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다. 당위성보다 반성과 사과, 비판을 담아내길 기대한다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외운 5·16 혁명공약이다. 학교 공부 보다 더 열심히 가르치고 배웠다. 역사는 5·16쿠데타로 규정, 기록하고 있다. 당시 내가 외운 것은 혁명공약이었지만 이제 뭐라 해야 할까. 자타가 공인하는 박정희 정권의 2인자 김종필 전 총리(이하 JP)궐기한 군부의 공약으로 표현했다. 자서전을 내지 않은 JP5·16의 준비, 거사, 집권 18년의 역사를 털어놨다.

중앙일보가 다큐멘터리 소설 형식으로 연재를 시작한 JP의 증언은 사실상 우리 현대사의 시작이다. 보기에 따라 자랑스럽기도, 부끄럽기도 한. 종합 일간신문은 그 자체가 역사다. 그런 점에서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쿠데타를 설계, 실행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쿠데타와 군부독재의 당위성과 업적만을 말한다면 역사 왜곡에 신문이 동조하는 결과다. 가감 없이 과오와 반성을 함께 담아야 한다.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경칭생략)이 사망하기 1년쯤 전부터 사고력이 떨어졌으며 인사에 실패했다.” 18년의 숨겨진 역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흥분을 감출 수 없다. 박정희 정권의 공과(功過)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JP18년 군부독재의 역사를 만들고 그 속에서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자칫 자기중심의 증언으로 흐르기 쉽다. 기자적 접근으로 증언자가 보고 듣고 겪은 사실은 물론 평가와 반성까지를 담아냈으면 한다.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오늘과 내일로 이어진다. 문제는 발전이냐 후퇴냐다. 박정희 정권 붕괴 36년 째. 아직도 5·16과 박정희 정권은 이 나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쿠데타와 혁명 사이의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수십 개의 기념관이 있는데도 또 짓겠다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특별한 스펙도 없는 딸이 대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 아버지 박정희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민주화를 위해 많은 피를 흘렸다. 박정희에서 시작, 전두환과 노태우에 까지 이른 군부독재의 청산을 위해서다. 마침내 국제사회에서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 했다. 그 나라의 대통령이 독재지의 딸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대통령의 불통(不通)은 독재의 다른 표현이다. 그래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박정희 정권에서 배양(培養)된 이 나라 보수 세력의 비민주적 사고방식이 이 나라의 주류로 버티고 있어서다.

JP는 독재 권력을 창출한 장본인이다. 그 권력의 2인자로서 누릴 만큼 누렸다.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수치를 당하기도 했다. 김영삼, 김대중과 함께 민주주의 정권을 탄생 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독재와 민주주의를 망라한 정권을 탄생 시킨 살아 있는 역사다. 이제 휠체어에 기대 살아간다. 더 이상 바랄 것도 거칠 것도 없다. 이 나라 현대사의 주역으로서 올바른 역사를 써 내릴 유일한 인물이다.

자서전은 자기 미화로 일관 하는 것이 보통이다. 역사적 인물의 증언은 자기중심적이지만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림·글씨·음악·한문에까지 뛰어난 실력을 가진 큰 정치인으로서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잡아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Jp의 증언을 끌어낸 중앙일보도 대단하다. ‘보수언론의 입맛에 맞춘 증언록은 의미가 없다. 이 나라 역사 발전에 기여할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

중앙일보의 뿌리가 박정희와 같은 대구라는 점 때문에 오해와 걱정이 많을 수 있다. 독재정권의 자기반성과 사과를 끌어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신문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획이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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