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정동영과 천정배가 탈당했다. 당이 잘못 가고 있어서란다. 그들은 잘못된 당의 중심에 있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천정배의 광주 출마는 어이없다

정치에 발을 들이면 빠져 나오지 못한다. 권력의 달콤한 맛을 평생 잊지 못하고 도전을 계속한다.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하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를 마약이라고 하는 이유다. 광주 남구에서만 17(?) 출마한 정치인도 있다. 딱 한 번 시의원에 당선됐다. 2년도 못돼 시의원을 사퇴 했다.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선거철만 되면 출마하는 것이 몸에 밴 때문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상당 했던 재력도 바닥이 났다는 소문이다.

정동영은 DJ스카웃한 정치인이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됐으니 누가 봐도 성공한 정치인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재기를 위해 서울에서 두 번 출마했지만 실패했다. 당선 됐다면 급이 다른 정치인으로 인정받아 집권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으로 정치권을 호령하고 있을 터. 방송 기자 시절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큰소리 쳤다지만 정치의 달콤한 맛을 알아서인지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치고 있다.

전통야당을 자부하는 당은 그를 예우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열린우리당 의장과 대선 후보라는 이력으로 보면 정동영은 친노(親盧)계의 좌장이라야 맞다. 하지만 당을 장악한 친노계는 그를 좌장은커녕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대우했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지역 출마를 거듭 강요, 굴욕을 안겼다. 견디다 못한 그는 결국 당을 뛰쳐나갔다.

노무현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천정배도 정동영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친노계의 배려(?)를 받지 못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재기를 위해 광주행을 택했다. 지난 보궐선거 공천에서 권은희에게 물(?)을 먹었다. 오는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광주 서구 을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의 핵심에서 변방으로, 다시 당 밖으로 나앉은 정동영과 같은 행보다.

두 사람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가는 곳마다 최고 대우를 받았다. 정치판에서도 남부럽잖은 지위에서 권력을 누렸다. 그들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성공이 불투명한 행보를 감행했다. 두 사람 모두 탈당 이유를 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어서라고 주장한다. 진보 세력의 집권을 위해서라고 목청을 돋운다. 천정배는 한 술 더 뜬다. 호남 정치 복원과 DJ들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란다.

정치인들은 없는 다리도 놓아준다고 약속한다지만 좀 심하다. 당이 계파 정치에 함몰돼 집권 가능성이 없고 국민들의 실망을 사고 있어서라고? 정동영과 천정배 모두 한때는 당의 주역이었다. 인기 없는 당으로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인이 당에서 밀려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선거 실패와 당내 권력 다툼에서 밀리는 것이다. 둘은 모두 선거에 실패하고 권력 다툼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인기 없는 당으로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책임도 있다.

광주가 자기반성 없이 남의 탓만 하는 정치인을 키워 주는 곳으로 알았다면 오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는, 호남은 속이 상해 있다. DJ 이래 호남에 거물 정치인이 없어서다. 호남이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 되는 현실이 답답하다. 호남 출신으로 각광 받던 두 사람이 친노에서 배제된 것도 슬프다. 친노 그룹이 당의 주류로 올라서고 문재인이 당 대표가 된 것도 불만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이 요직에 있던 호남 출신을 뽑아낸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줄었지만 분당 여론이 잠재워지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이 광주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몸짓에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천정배는 광주와 아무런 연고도 없다. 과거 잘 나갈 때 지역구도에 기대 정치할 생각 말라고 큰소리 쳤다. 그가 광주에서 재기를 시도하는 것은 지역구도에 기대는 것 아닌가? 천정배의 무소속 출마 선언은 어이없다. 뜬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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