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세월호 참사는 4·3사태, 4·19혁명과 함께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들었다. 수학여행 규제는 강화됐다. 행복한 국민 만들기가 국정의 목표가 돼야한다

영국 시인 T.S.엘리엇의 시 황무지‘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 정신적 공황 상태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후 4월은 잔인한 달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 전 시인들은 4월을 아름다운 달로 노래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실제 4월은 춥고 어두운 겨울을 이겨낸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다. 결코 잔인하지 않다. 소생하는 생명으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받는 너그러운 달이다.

우리 역사 속의 4월은 어떤가. 제주 4·3항쟁, 4·19혁명은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들었다. 엘리엇의 ‘4월은 잔인한 달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역사적 배경인 듯하다. 거기에 지난 해 세월호 참사가 빚어졌다. 우리 역사에서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참혹한 사건이 빚어졌다.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4월은 영원히 잔인한 달로 기록되고 기억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지없이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을 단 한 번의 비바람으로 뭉개버린 4월도 잔인하기 짝이 없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맛있는 음식을 삼키기도, 웃기도 미안했다. 우리를 대표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희생자 유족들을 울렸다. 나라를 개조하겠다거나 유족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열지 않았다. 참사의 주범으로 몰아가던 유병언은 죽었단다. 아직도 유병언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국민이 부지기수다. 나라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은 국민으로부터 사사건건 불신을 사는 신세가 됐는가.

세월호 참사 1년이 되는 4월 들어서야 보상금을 결정하고 세월호 인양 방침을 밝혔다. 1년씩이나 걸릴 이유가 없는 사안들이다.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유족들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보상금은 희생자들이 평생 벌어들일 금액에 위로금 등을 더해 결정하면 된다. 선체 인양도 그렇다. 인양 못한 시신이 선체에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무조건 인양해야 옳다. 아니라면 비용과 기술을 검토하고, 유족 의견을 들어 결정하면 된다. 1년씩이나 걸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4월을 더욱 잔인한 달로 만들기 위해, 유족들의 눈물이 마르고 지치기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끌었는가. 원망스럽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수학여행은 어떻게 되는가. 150명 이상의 대규모 수학여행은 금지됐다. 100명 이하로 나눠서 가길 권하고 있다. 친구들이 함께 여행한 추억 만들기는 불가능해진 것이다. 명분은 테마형 수학여행이다. 이제 수학여행은 때가 되면 으레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외 수학여행은 금지됐다. 학급당 인솔교사 2명 이상, 안전요원 동행 의무화는 물론, 교사와 학생 전원 보험 가입도 의무화 됐다.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과 학교 측은 이처럼 안전에 철저히 대비토록 했는데 국가 안전 시스템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학교와 학생들만 철저히 대비하면 뭘 하나. 세월호 같은 배, 선원들이 있으면 도로아미타불 이다. 구조 시스템 갖춰지지 않아도 참사는 피할 수 없다. 교육부가 마련한 수학여행 안전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구조적 안전 시스템 확충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교육부가 아닌 범정부적 대책 마련을 주문한다.

40년 저쪽 나의 수학여행은 지금도 아름답고 즐겁다. 4백여 명 친구들과 만든 추억은 엊그제일처럼 생생하다. 나라는 더 부유하고 발전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수학여행은 나의 그것보다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43개국 중 118위를 기록했다. 많은 국민들이 우울·불안·분노 증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지표 올리기보다 행복한 국민 만들기가 국정의 목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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