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새정연을 버렸다. 바뀌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동교동’이 신당 창당에 나서길 기대한다. 손학규의 정계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도 높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이하DJ) 신당 창당 선언을 했다.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에게 패한 후 3년만이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DJ는 “고뇌에 찬 마음과 죄송한 심정으로 정계 복귀에 대한 의사를 밝힌다.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당내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을 선언 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큰 ‘사건’이었다. 물론 환호와 비난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2개월만에 새정치국민회의가 탄생하고 연말엔 대통령에 당선됐다. DJ의 대통령 당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 독재 정권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최초의 민주 정권으로 자리매김한다.

새정치국민회의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DJ의 모습이 선연히 떠오른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분당 가능성이 커지면서 손학규 전대표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때맞춰 손 전대표가 서울 구기동에 전셋집을 마련했다는 뉴스가 크게 다뤄졌다. 언론은 벌써부터 손 전대표가 DJ가 그랬던 것처럼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나설 것을 예감한 것이다. 손 대표는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언론 뿐 아니라 정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손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일부 현역 의원들과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손 전대표의 복귀를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손 전대표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호남에서도 손 전대표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손 전대표의 정계 복귀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신당이 창당 된다 해도 현재의 정치권 인사들 가운데는 당을 이끌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새정연 내부에서는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느니, 친노가 패권주의를 버려야 한다느니 하는 생뚱맞은 발언들이 나온다. 문재인 대표는 이미 사퇴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 됐다. 대권을 탐하면서 당권까지 탐한 것으로 미뤄 친노 패권도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의원들은 ‘쇠귀에 경읽기’를 하고 있다. 친노 패권주의를 포기한다고 약속한다 치자. 지켜질 가능성은 단 1%도 없다고 단언한다. 설사 친노 위주의 당 운영을 포기 한다 해도 호남은 문재인과 친노가 존재하는 새정연을 지지하는 일은 없다. 4·29 재보선 결과를 보고도 모르나.

역사에 가정법(if)는 없다지만 한번 되돌아보자. 문재인과 손학규. 누가 더 경쟁력 있는 정치인인가. 옥스퍼드 정치학 박사, 보건복지부 장관, 3선 의원, 경기도 지사. 경희대, 변호사, 초선 의원. 앞은 손학규, 뒤는 문재인이다. 손학규는 선거 실패후 칩거에 들어가고 문재인은 대선 실패 하고도 의원직을 유지하며 계파 정치에 여념이 없다. 누가 더 정치 지도자의 역량을 갖췄는가. 누가 더 쿨 한가.

어떻게든 현 상태에서 봉합을 시도하는 현역 의원들에게서 호남이 주역이 되는 정당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아직은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있는 권노갑과 정대철로 대표되는 ‘동교동’을 기대한다. 새로운 정당을 탄생시키지 못하면 호남이 키운 60년 전통 야당의 역사도 단절된다.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을 대변하는 ‘동교동’의 상징성도 소멸된다. 민주화를 완성시킨 큰 정치인 김대중의 후예들도 사라진다.

호남은 정치의 중요한 한 축으로 부활할 것인가, 정치적 영향력이 충청권에도 미치지 못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동교동’은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신당창당이 호남인에 대한 의무다. 야권 결속이니 뭐니 하며 편한 길을 택하는 역사적 우를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문재인이 사퇴를 하든, 패권 청산을 약속하든 새정연은 호남이 버린 정당이다. 되살릴 길은 없다. 손학규와 김한길, 안철수, 박영선 등이 함께하는 새로운 야당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