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산업이 뜨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남을 비롯해 전북·충남·경기도·제주도 등 전국의 우수사례 지역을 집중 취재해 이를 바탕으로 우리 지역에 산재한 자원을 이용한 6차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매실·한과로 농가소득 지역공동체 활성화

6차산업화 대상충남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

충청남도 당진시 순성면 백석리에 위치한 백석올미 영농조합법인(대표 김금순)은 마을 이름을 딴 마을기업이다. 새주소로 바뀌면서 매실로를 사용하는 이곳은 지명 그대로 마을 도처에 공동소유의 10만그루 매실나무가 널려있다. 마을 진입로, 농로, 제방 등 곳곳에 자라는 매실나무에서 열리는 그 매실이 바로 이 마을의 보물이다.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공동회사를 만들고 매실을 수확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102가구에 25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6가구 부녀회원들이 영농조합법인인 백석올미의 조합원들이다. 부녀회원 1인당 200만원을 출자하면 조합원의 자격이 된다. 초창기 34명이던 조합원이 지금은 2배에 가까워지고 있다. 귀농이나 홀로 사는 가구의 남성도 출자가 가능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준조합원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 조합원들은 최소 38세부터 최고 86세까지 평균 나이가 무려 70세가 넘는다. 이들 조합원들은 모여서 연간 3,000여톤의 왕매실을 수확하고 그 매실을 수작업으로 쪽을 내 매실 장아찌를 담고 솔잎과 발효시킨 솔매향 매실엑기스도 만들어 낸다.

왕매실을 이용해 만든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일품인 고급 매실한과는 이곳 백석올미의 주력 제품이다. 여기에 보리와 당진 해나루쌀로 만든 조청까지 생산하고 있다. 5,000원대 조청부터 13만원대 매실한과까지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물론 농촌체험학습장과 휴양마을로 지정되면서 매실을 이용한 한과(유과 약과, 다식 등), 초콜릿, 향초, 비누 만들기를 비롯해 엿치기, 전통 식문화, 서각 만들기 등 4계절 체험(1만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봄에는 봄나물 캐기와 텃밭만들기 등을 여름에는 매실·옥수수 따기를 시작으로 장아찌와 엑기스 만들기를 진행한다. 가을에는 밤, 대추, 고구마 수확을 비롯해 매실고추장 담기 및 송편빚기를 겨울에는 김장, 얼음 논썰매 및 전통연 만들기를 병행한다.

이를 위해 조합은 보조금과 자부담을 포함한 8억원을 투입해 한과공장, 조청공장, 실내외 각각 체험장을 비롯해 텃밭 등을 갖추고 있다. 조합원 농가가 1차산업을, 백석올미가 2차와 3차산업을 주도하며 1·2·36차산업화가 이 마을에서 이뤄진다.

조합은 지난해 2,000여명이 넘는 체험객을 유치했고 매출은 36,000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백석올미는 농림축산식품부가 6차산업화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20146차산업화 경진대회에서 전국 대상을 받았다. <6>

 

 

56명 모두 사장님, 연봉 2,500 할머니도

거주타운 목표박민영 백석마을 사무장

백석올미 전체 조합원 56명중 17명은 회사에 상주근무하며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농촌에서 일자리를 창출했다. 공동 생산한 한과나 엑기스, 장아찌 등 매실 관련 제품은 체험객이나 여러 유통경로로 판매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판매할 경우 15% 수당을 준다. 지난해 75세 할머니 조합원은 그렇게 연봉 수준인 2,500만원의 수당을 받기도 했으며, 평균 1,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또한, 시골 텃밭에서 생산한 농산물들을 조합에 가져오면 이를 수매(수수료 5%)해 가공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방문객들의 식재료로 사용한다. 일종의 작은 규모의 로컬푸드 개념이다. 조합원들은 안정적인 농산물 판매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공동체 활성화 및 유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6차산업 대상이라는 높은 평가를 한 배경도 바로 공동체 운영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농촌, 여성, 고령 이라는 취약 층이 뜻을 모아 6차산업에 도전했다는 것에 가점이 있었다.

조합의 성공비결이 있다면 바로 법인의 이익보다는 지역민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이다. 조합원 모두가 사장이기에 각자의 엇갈린 주장을 할 경우 가장 큰 단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십수년간 유지해온 부녀회라는 자생단체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야외 체험장 활성화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생산자조합인 로컬푸드, 그리고 2018년까지는 마을 공동거주 타운을 만드는 게 목표다. 타운을 만들어 독거노인, 취약계층 들이 공동 거주하며 그 집에는 자녀들이 귀농·귀촌해 살도록 해 우리 농촌에 더 이상 빈공간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산모시 유명세를 모시송편으로 잇는다

충남 서천군 달고개 모시마을 영농조합법인

취약한 생산기반 및 소비시장 둔화 과제

충청남도 서천군 특산품인 한산모시의 유명세는 이미 전국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모시의 줄기를 주원료로 섬유화한 특성상 그 잎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잎을 식품화해 성공한 곳은 영광군 모싯잎 송편이다. 이미 영광은 120여개 업체가 연간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이에 비하면 서천군의 한산모시 다각화 전략 중 모시송편 산업은 늦은 감이 없질 않다. 그럼에도 달고개 모시마을6차산업화 우수 사례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대표적인 고노령화 농촌마을의 소득 증대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노령층의 자존감 회복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생규 달고개 모시마을 사무장은 한산모시를 테마로 모시생산과 더불어 관련제품 생산 및 모시송편, 모시가래떡을 비롯해 농촌체험으로 지난해 5,000명을 유치하고 35,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밝혔다.

양 사무장에 따르면 달고개 모시마을은 지난 2005서천 어메니티 마을선정과 함께 지원금 1억원을 받아 농촌개발사업을 시작해 2006년 농촌진흥청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선정되면서 모시떡, 모시공예, 천연염색, 농촌체험 등 기반을 마련했다. 지역 대학과도 모시 관련 식품 개발에 나섰으며, 2011년 모시 관련 떡을 본격적으로 생산·판매했다.

주민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고령화 지역임에도 공동사업을 추진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공동체 삶을 개선했다는 긍정적 평가다. 실제, 마을 55가구 중 45가구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모시떡 만들기 체험을 주축으로 밀밭 밟기, 배나무 봉지 씌우기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시떡 생산 시설 바로 옆에 한과생산 시설을 갖추며 연말부터는 한과생산 및 체험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달고개 마을의 6차산업화는 1차산업 농작물인 쌀과 부작물인 모시잎을 생산해 이를 가공 2차산업인 모시떡으로 만들어 온라인과 고속도로 휴게소, 직판장, 관광단지에서 판매하며, 제조 과정에 체험까지 도입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기존에는 사용하지도 않았던 모시잎을 6차산업화하면서 1kg3,000원 안팎의 수익이 3~5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졌다. 조합의 소득은 아직 미미하기는 하지만 배당으로 이어졌다. 물론 배당보다는 농가들로부터 수매한 모시잎을 삶고, 떡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할 경우 시간당 5,500원 상당의 시급을 받는 게 더 유익하다.

여기에 초창기 5농가에 불과했던 사업 참여는 9배인 45농가로 늘어나면서 이들은 1반에 15명씩 3개반으로 편성 운영해 직간접적인 고용효과로도 이어진다는 평가다. 힘든 일은 기계 등을 도입해 자동화했지만 송편을 삶고 빚거나 판매 및 체험활동에는 일손이 많이 필요한 특성상 나이든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생산한 제품은 초창기에는 단순 방문객이나 행사장 참여를 통한 판매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지역기관 등과 협력해 판매망을 늘리고 온라인 쇼핑몰과 휴게소, 연수원, 지자체 홍보관 등에도 판매되고 있다.

정부도 이 마을이 먹거리에 대한 인식 변화를 빨리 파악해 특산품 한산모시의 유명세 등과 적절하게 결합한데다 공동체 정신에 기반한 사업을 추진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단순 떡 사업이 아니라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농촌개발 사업으로 발전하고 수익금으로 매달 어르신들을 위한 생일잔치를 여는 등 공동체 회복 효과도 가져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체험과 판매, 마케팅이 부족하다. 여기에 고품종 모시 품종을 영광군에서 구입하거나 모시 잎의 절반은 다른 마을에서 수매하는 등 생산기반도 취약하다. 마을 총 모시 소비량은 10톤 규모로 영광지역 웬만한 1개 업체 수준이다. 서천군 전체 지역 모시떡 생산업체도 25곳에 불과해 영광군 대비 모시떡 산업 활성화는 더딘 편이다. 생산 및 판매가 대부분 명절 전후로 집중되고 전국적인 떡 소비시장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둔화 상태인데다, 대규 공장급 업체들이 난립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분석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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