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힐링체험마을’ 안덕파워영농조합은

농어촌이 인간의 참다운 행복의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저소득과 중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바탕위에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문화를 부활시켜야 한다. 마을공동체는 주민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며, 상호 대등한 관계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 자율공동체이다. 영광 묘량의 여민동락과 같이 전국적으로 대안적 삶을 꿈꾸는 다양한 형태의 마을공동체들이 운영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광에서도 또 다른 여민동락을 희망한다. <편집자주>

 

4개 마을 합쳐 영농조합법인으로 출범

도시민이 원하는 체험시설로 방문객 줄이어

몇년 전만 해도 이곳 주변마을은 여느 농촌과 다름없었다. 청년들은 마을을 떠났고 아기 울음소리는 사라져 갔다.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의 쇠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때마침 완주군에서 마을공동체 회사설립을 기치로 내걸었다. 마을 주민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마을만들기 사업이었다. 군청에서 전문가들이 파견돼 거들었다.

인근 4개 마을 주민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한데 뭉쳤다. 2008년 안덕, 장파, 신기, 미치마을이 합쳐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참여한 주민들은 마을의 절반인 100명이나 됐다. 로컬푸드와 지역일자리, 노동순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을 통합해 마을회사로 만든 전국 최초의 모델이었다.

특히 안덕마을은 커뮤니티비즈니스의 대표적 모델이다. 평범한 시골에 불과했던 이곳은 마을공동체회사가 들어서면서 활기 넘치는 곳으로 변모했다.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전주에서 모악산 도립공원 방향으로 자동차로 20분가량 가면 안덕마을을 만날 수 있다.

2008년 안덕마을 일부 주민들은 '소풍가는 마을'이라는 체험형 농촌마을을 만들었다. 귀촌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도시민들이 찾아와 고구마 캐기 등 농촌체험을 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마을을 찾는 사람은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제외하면 수익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마을 사람들의 참여율이 떨어지게 됐고, 소풍가는 마을에 소풍을 오는 사람도 사라지게 됐다.

소중한 경험을 얻은 주민들은 200910, 53명이 출자한 마을공동체회사를 설립했다. 일명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

마을에서는 건강과 힐링(healing)을 테마로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주된 상품은 건강체험과 토속한증막, 황토민박, 웰빙식당 등이다.

민속한의원이 건축했지만 이용객 부족으로 영업이 중단된 시설을 임대한 토속한증막은 가스 대신 참나무가 사용되고, 시설 전체가 황토로 덮여 그야말로 웰빙이다.

한증막 옆에 자리잡은 웰빙식당 역시 임대해 사용하는데 마을에서 생산된 신선 식품으로 건강채식뷔페와 옻닭, 유황오리 등이 판매된다.

요초당이라 불리는 체험장에서는 전통혼례 및 다도를 체험할 수 있고, 농가주막에서는 시골의 정취와 함께 민속주를 맛볼 수 있다.

황토로 만들어진 120명 수용 규모의 강의장은 세미나 용도로도 손색이 없고, 4동의 황토방은 무선인터넷존까지 갖춰 방문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한 숙소로 인기가 높다. /신창선· 최미선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문닫힌 한증막 운영배경은?

크고 작은 행사 유치로 마을 소득 올려

20091월 법인설립 당시 주민 출자금은 총 13500만원, 법인은 이를 마을사업의 종자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첫 번째로 토지를 구입, 그곳에 황토 민박집을 지었다.

“15000여만 원을 들여 4동을 지었어요.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36000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 공사였는데 주민들이 직접 지어 비용을 절감했죠. 군에서 일부 지원 받았고요. 옛 서원을 복원해 단체민박이나 세미나실로 활용하도록 했고 마을 산에 산책길도 조성했습니다. 손님들이 황토 집에 머물면서 산책도 할 수 있도록 했죠.”

법인에서는 특히 황토 집과 산책길 조성 등을 진행하면서 외부인을 고용하지 않았다.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주민들이 공사에 참여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마을 빈 건물을 임대해 토속한증막과 웰빙 식당, 교육장도 꾸몄고, 한증막 뒤편으로는 폐금광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체험과 연계 했어요. 저희들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사업에 적극 활용해 나갔습니다. 기존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것도 그 일환이었고, 특히 마을에 유명한 한의원이 있어서 방문객들이 한방 자연요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설했죠. 자연과 함께하는 건강·힐링 체험마을로 테마를 정했습니다.”

안덕마을에서는 이외에도 평생교육원을 활용한 전통체험, 쑥뜸 등 건강체험, 계절별 농사생태체험, 맞춤형체험 등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다양한 시설과 체험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 모든 것은 마을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전국에서 안덕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시나브로 늘기 시작했다.

공동체 설립 후 3년째인데 소문이 많이 났어요. 때문에 손님맞이를 위해 초창기 사무장 한명이었던 상근직원도 9명으로 늘었고 불규칙적이지만 적게는 20여명에서 많게는 50여명까지 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도 드릴 수 있게 됐고요. 지난해 5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반이 인건비로 지출됐어요. 나머지는 시설임대료와 운영비고요. 저희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홍보에 투자했어요. 보여줄 것이 많아도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더라고요.”

이런 노력 덕분에 안덕마을은 전라북도 향토산업마을로 선정, 3억원을 지원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안덕에서는 대형 세미나실을 마련, 크고 작은 행사 유치로 마을 소득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주민 손으로 탄생시킨 건강·힐링체험마을

찜질방·웰빙식단 인기 돌담길도 하나하나 손봐

워낙 산골인데다 제대로 된 농지도 얼마 없어 주민들과 살 궁리를 하다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입니다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영배(50) 촌장의 말처럼 주민 스스로가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뭉친 것이 이 법인의 가장 큰 특징. 2009년도에 4개마을 마을주민 53명이 십시일반 모아 총 13000만원의 출자금으로 조직된 이 법인은 정부나 군의 재정적 지원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마을 발전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유 촌장은 다른 마을처럼 전문 기술자를 불러서 하면 편하고 좋지만 우리는 사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하면 비록 엉성하고 모양새도 없지만 이런 점이 다른 마을과 차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상향식 주민주도 지역개발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인을 만들기 앞서 주민 모두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교육과 현장견학을 통해 결국 마을주민들이 제일 자신있고 잘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자는 공감대를 이끌어 냄으로써 건강·힐링(몸과마음 치유)체험마을로 유명한 지금의 안덕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이에 연계된 다양한 사업도 관심거리다.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찜질방. 도시내 찜질방과는 달리 앞에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여름에는 평상에 나와 수박을 먹는 맛은 안덕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그것도 따분하면 뒤에 위치한 터널에서의 냉기 체험은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한때는 금광을 채굴 했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불거리, 체험장소로 변모된 셈이다. 찜질방에서는 쑥뜸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열러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 지역 농특산물로 만든 산야채 요리 등 뷔페식 웰빙식단도 방문객들의 인기 상품이다. 옛 서원을 리모델링한 요초당에서는 다도와 혼례체험이 이뤄지고 세미나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을의 농특산물을 활용한 가공품 생산, 판매도 이뤄진다. 감효소와 당귀차, 솔차 등을 직접 주민들이 참여해 제품화하는 것이다. 유 촌장은 허물고 부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금의 마을 자원을 소중히 간직하고 이를 스토리텔링화 시킨다면 특색 있고 주목받는 마을을 만드는 농어촌공동체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들어보았습니다 유영배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 촌장

영광굴비라는 브랜드가 있는 영광은 정말 복 받은 곳

아마 우리 마을이 본래 잘사는 동네였으면 지금의 안덕마을은 없었을 것이다. 워낙 산골인데다가, 제대로 된 농지도 얼마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과 같이 살 궁리를 하다가 만들어낸 것이 지금의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이다.”

빈곤한 마을 사정에 잘살아보자며 마을주민들 스스로 의기투합해 영농조합법인(공동체회사)을 설립했고, 그 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영배(50) 촌장. 유 촌장의 첫인상은 인심 좋고 수더분한 여느 시골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마을을 생각하고, 영농조합법인을 이끌어가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죠. 시골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주민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수차례 교육을 받고 전국각지는 물론 해외까지 선진지 견학을 다니면서 이 방법만이 농촌을 살리고, 안덕마을을 살리는 길임을 피력했죠.”

하지만 막상 공동체를 만들려고 보니 이 시골마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던 주민들과 유 촌장. 결국엔 마을주민들이 제일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로 했고, 그 전략이 성공을 해서 건강·힐링체험마을로 유명한 지금의 안덕마을이 됐다고.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있는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라며 마을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주민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주민들이 제일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마을을 꾸려나간다면 특색 있고 주목받는 농촌마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유 촌장.

유 촌장은 짧은 시간 안에 유명해지기까지 마케팅이 가장 중요한데 영광굴비라는 브랜드가 있는 영광은 정말 복 받은 곳이라며 브랜드를 잘 활용해 모든 농산물에 접목하면 엄청난 파급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촌장은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마을만의 자원을 간직하고 소중히 여겨나간다면 모두에게 주목받는 영광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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