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라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사면초가(四面楚歌)

강력한 제국 진나라가 망하고 초()나라의 패왕(覇王) 항우(項羽)와 한()나라의 유방(劉邦)이 천하(天下)를 놓고 다투던 기원전 200년경, 항우에게 마지막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초패왕 항우는 아끼던 장수 범증(范增)마저 잃은 후 한나라와 굴욕적인 강화를 하고 돌아가던 도중 해하(垓下)에서 약속을 어긴 한나라의 명장 한신(韓信)에게 포위를 당하고 만다.

퇴로가 막히고 병졸은 줄어들었으며 군량미마저 떨어져 가는데, 한군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져만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가뜩이나 고달프고 위축된 초나라의 병사들로 하여금 고향(故鄕)을 생각나게 하는 구슬픈 노래였다.

한나라가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을 초진지 가까이에 배치하여 고향(故鄕)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처량한 초가(楚歌)는 초나라 병사들의 싸울 의지마저 꺾고 말았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유명한 시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던 항우는 총애하던 우미인(虞美人)과 함께 패잔병을 이끌고 오강(烏江)까지 갔다가 결국 건너지 못한 체 그 곳에서 자결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사면초가는 사방(四方)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라는 뜻으로 사방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여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를 이르는 말로 사기(史記)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한자성어이다.

100만 대군을 떨게 한 장비의 뇌성

중원을 누비던 삼국 중 아직 세가 약했던 유비군사는 조조의 100만 대군에 직접 맞설 수 없어 우선 남쪽으로 피신을 한다.

소식을 들은 많은 백성들이 함께 따라 나서면서 하루에 몇 리 밖에 이동을 못 하는 등 퇴각속도가 더디어졌지만 유비는 자신을 따르는 백성을 버릴 수 없다며 끝까지 함께 했다.

하지만 조조는 유비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기마대를 선발진으로 보내 밤낮으로 300리를 달려 유비 군대에게 승리를 거둔다.

이 때 수하의 군사를 이끌고 와서 유비를 구한 장비가 기병들로 하여금 후미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도록 교란을 한 후 장판교()를 사이에 두고 추격하는 조조군 앞에 홀로 서 벼락같은 호령을 한다.

"나는 장비 익덕이다. 나에게 대적할 자가 있는가?"

온 산하를 찌렁찌렁 울려대는 우렁찬 목소리에 조조군에서는 쉽게 나서는 자가 없었다.

조조군의 장수 하후걸은 장비의 불호령에 놀라 낙마하여 죽기 까지 하였으며 전 군대의 사기가 떨어지자 조조는 후퇴를 하고 만다.

제갈량의 간계가 있을 것으로 여긴 조조가 후퇴를 했지만 100만 대군을 떨게 했던 장비의 뇌성은 이후 전설이 되어 삼국지에 기록이 되었다.

준전시상황으로 치달은 대북 확성기 방송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정부가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북한측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전쟁직전까지 갔다가 34일간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극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일 일어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강공 전략을 폈는데 남북이 합의한 6개 항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다.

북측은 김정은 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는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북확성기방송은 내용이 FM 자유의 소리 방송과 유사하다며 총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자유민주주의 홍보는 국내 소식 전파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북확성기방송에 나가는 K-팝에는 노사연의 만남’,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등이 있다고 했다.

대북 확성기방송은 전방 부대 11곳에 설치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대북 방송은 북한 병사들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해 전의를 상실케 하고 탈영 충동까지 부른다는 설명이다.

확성기 방송은 최고 출력으로 내보낼 경우 밤에는 약 20, 주간에는 약 10까지 내용이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면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에 굴복하여 초패왕의 군대가 패전을 했던 것처럼 대북확성기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민주체제의 자유분방한 문화와 물질문명에 자신도 모르게 젖어가는 병사들을 북한당국이 제일 무서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확성기방송 사건은 총,칼뿐만이 아니라 자유체제의 방송도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확실한 예를 심어준 사건이었다.

또한 이번 사태에서 보여주었던 우리 국민의 침착한 대응은 언젠가는 우리 국민 모두의 함성으로 바뀌어 천지를 뒤흔들었던 장비의 뇌성처럼 도발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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