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지난 816일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 배분시 학생 수 비중을 확대해 학생 수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은 교부금을 배분하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시 지원하는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여 농어업인 및 교육의 참 목적인 온전한 인간상 구현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공분을 사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학교의 의미는 단순한 교육의 공간이 아닌 지역주민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문화적 공간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된 지 오래다. 이런 의미로 소규모 학교는 대부분 농어촌에 존재하기에 통폐합 문제는 농어촌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부금 산정 기준에서 학생 수 비중은 현행 31%에서 50%로 커지고 학교 수 비중은 50%에서 30%로 축소되어 학생 수가 많은 서울, 경기 지자체에 더 많은 교부금이 투입된다고 한다. 이는 가뜩이나 심각한 도농간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학생 수가 많은 만큼 교부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도시에 비해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농촌 지역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오히려 도시보다 더 많이 농어촌 교육에 지원하여 도농간 교육격차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응당한 일일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교육의 불평등과 교육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교원단체들과 각 지방교육청에서도 강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어촌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하려 한다는 것은 농어촌지역의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영광군에서는 이런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전횡을 휘두르는 현실 속에서도 영광의 미래들에게 나름의 정성과 투자를 쏟고 있다. 영어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곳에 장기체류를 하면서 영어에 대해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단기유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100몀이하의 소규모 학교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적 기회를 상쇄하기 위해 화상을 통해 원어민과 진행하는 영어교육을 벌써 10여년이 다돼가도록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금 제도라든지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학교에 일정 정도의 교육예산을 제공하고 있는 점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을 경제논리에 입각해 재단하려는 몰지각한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 할 것이다. 이번 소규모 학교 통폐합 추진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교육논리 보다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치우쳐져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시장논리로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에 매몰된 가치관을 통해 아이들을 성적순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일렬로 줄 세우는 일 밖에 모르는 비교육적 결과만이 양산될 것이 뻔하다. 이런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기르다보니 가진 자의 자식들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온 귀한 옥동자로 키워져 자기밖에 모르는 인격장애 아이들이 대한민국 사회공동체의 암적 존재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교육의 지향점을 공존과 상생의 개념으로 바꿔야 할 때이다. 아직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적 가치관에 찌들어 있다면 깨어나야 할 때가 지금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가치관이 재편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인간의 이성이 유토피아를 이루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성주의의 아성은 서로를 판단하고 시기하며 질투하는 아귀다툼만이 마천루처럼 쌓여 세워질 뿐이란 것을 처절히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이성중심의 가치관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이성중심적 사고에서 다양성과 상생의 가치관을 인정하는 생태주의적 사고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게 시작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농어촌 교육발전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교육부의 개악적 개정안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귀농귀촌 사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며, 농어촌지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폐교지역의 농어민들의 이촌으로 이어져 농어촌지역의 황폐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20~30분이면 충분했던 등하교 길이 아침부터 1~2시간을 버스와 길에서 시달려야 학교에 도착하는 악순환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제발 더 이상 농어촌의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더불어 영광군에서도 영광의 미래들에게 온전한 인격을 배양하고 생명과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마음을 키우는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창의적이며 협력적인 공부에 더 많은 투자를 해 주길 부탁한다. 이리하여 영광의 미래 아이들만은 세상을 본받지 말고 세상을 이끄는 리더들로 우뚝 설 수 있게 되길 강력히 소원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