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여야 모두 막장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새정연은 나가라해도 나가지 않는 웃기는 판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판이다

막장.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메주 가루와 고춧가루 등을 섞어 띄운 된장. 이제는 거의 잊혀져가는 음식이다. 다른 하나는 갱도의 끝이다. 석탄이 주 연료에서 밀려나면서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졌다. 대신 TV 드라마를 평할 때 자주 쓰인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 평한다. 평범한 얘기로는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없으니 막장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리라.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을 올릴 수는 있다. 그 시청률만큼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보고 배워서 따라 하는 사람들을 양산할 수 있어서다. 겹사돈을 반대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 보육원 어린이가 부잣집으로 입양되기 위해 친 아버지를 부정하기도 한다. 매수와 결탁 정도는 막장에 들지도 못한다. 이런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자칫 요즘 세태를 잘못 알까 두렵다.

막장 드라마는 TV 속에서만 일어나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공개되는 정치판이야 말로 현실 속 막장 드라마다. 의리나 동지 따위는 개나 먹으라는 듯이 서로 죽이려든다. 오직 만 있다. 말로만 한 편일 뿐이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싸움판이다. 국민이 잘 사는 정치 행위는 전설 속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집권 새누리 당이나 창당 60년이 됐다고 폼 잡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이나 도긴개긴이다.

정당에 주류와 비주류가 있을 수 있다. 의견 충돌은 당연하다. 없는 것이 비정상이다. 비민주적이다. 의견 충돌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놓고 벌여야 한다. 새누리와 새정연에서는 연일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다른 것은 새누리는 겉으로 소리가 새나오지 않고 새정연은 새나온다는 정도의 차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이 대표가 되면서부터 끙긍대는 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는 듣는 사람에게만 들린다. 반박에게 당권을 내준 친박의 신음이다. 김무성과 친박도 끙긍대기는 마찬가지. 당을 무시하며 일방통행하는 대통령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들 수도 없어 참으려니 오죽하겠는가. 당권을 반박이 쥐었으니 대통령도 끙긍대기는 마찬가지. 모두 끙긍대기만 하다가 드디어 터졌다.

유승민 사태가 신호탄이다. 합리적 보수로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촉망받는 정치 스타로 떠오르던 유승민. 대통령이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내년 4월이 총선이다. 친박계의 몰락을 막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유승민 등은 배제하고 친박계 인사들의 공천에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정치인에게 공천은 목숨이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 시작됐다. 권력에 눌려 소리가 새나오지 않을 뿐, 들리는 사람의 귀에는 다 들린다.

새정연에서는 집 무너지는 굉음이 들린다. 물고 뜯고 욕하고 비난하는 고함소리가 5개월째 시끄럽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쳐다볼 겨를도 없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여유도 없는 싸움판이다. 아예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후안무치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표부터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야당 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해온 호남 민심이 당신은 아니다라고 해도 아예 못들은 체 한다. 비주류가 재보선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아무리 악을 써도 씩씩 웃으며 나갈테면 너희가 나가라는 듯 버틴다. 천정배 신당에게 싹쓸이 당하고 울지마시라.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사전선거운동, 새정연의 내전은 민심 외면하고 벌이는 막장 드라마다. 빨리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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