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박 혜 숙

나눔은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자 생활습관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나누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서 나는 자원과 수단을 활용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나누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릇된 관념이 일상화되면서 우리는 서로를 멀리하고 아예 벽을 쌓고 살려고까지 한다. 그러나 나눔이 없이는 인류가 존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나눈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인간의 정서와 공감능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도 다른 아기들의 울음소리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자라서 또래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아끼던 인형을 주거나 장난감을 주면서 달래거나 엄마에게 우는 아이를 달래주라는 몸짓을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아이들은 공감하지 않으려하고 나누지 않으려고 한다. 심지어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한다. 무한경쟁시대, 적자생존시대라는 말이 횡행하면서 나누는 일보다는 다른 사람을 제치고 이겨야만 인정받는 그런 풍토가 퍼지고 있다. 과거 우리가 궁핍하고 어려웠던 시절에도 모두가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웃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그 당시 우리는 배려와 나눔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키워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많이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너무 열악한 환경이다. 우리아이들이 인간으로서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나눔의 가치와 중요성을 따로 교육받지 않으면 안 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은 내가 두 개를 가진 다음에 그중의 일부를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누구나 무엇이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더욱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눔이 남을 위해서 자신의 것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더욱 풍부하게 채우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얼마나 돈을 잘 벌 것인가에만 관심을 갖고 가르치는 경향이 짙다. 이제 인류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눔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실제로 인류는 나눔을 통해서 이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해서 깊이 재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눔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실시한 것은 2004년 아름다운 재단의 나눔 교육 교사 연수였다. 나눔을 가르친다는 말 자체가 생소하지만 이것은 나눔의 미학을 하나의 교과 과정으로 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적절한 시도라고 본다. 나눔 교육이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면 파급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다. 나눔 교육이 하루빨리 학교 정규 과정으로 편성되어 우리아이들이 나눔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게 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진정한 나눔이란 어떻게 정의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자기가 가진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어 함께 쓴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기가 가진 것을 주기 때문에 그것을 받은 사람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받을 사람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서 가진 것이 없어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그래서 일방적인 나눔일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상대방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자기입장에서 추측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나눔은 소통이라는 것이다. 나눔은 일방적인 거래가 아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데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상대방에게 의도하지 않는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이다. 따라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나 혼자 추측하거나 누군가에게 들은 것으로는 상대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상대방에게 물어보거나 체험해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정한 나눔은 소통인 것이다. 상대방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나눈다는 것은 마음 없이 물건만 전달하는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처럼 나눔이 주는 것이라는 정의에서 조금 범위를 넓혀 내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해도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이 너무도 많아진다. 생활 그 자체에서 나눌 것을 찾게 되므로 서로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받게 되어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순환적 소통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불평등한 상황도 개선이 되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 법정(法頂)스님은 나눔이란 이미 받은 것에 대해서 당연히 지불해야 할 보상의 행위이고 감사의 표현이다. 남과 나눔으로써 이 힘든 고해(苦海) 바다를 제대로 건널 수 있는 것이다. 기쁨을 나누면 그 기쁨은 몇 곱으로 늘어난다.”고 말씀하셨다. 진정한 나눔은 사람을 존중하고 그 사람과 소통하려는 것이다. 특히 나눔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이를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