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상기후나 태풍 및 폭우 등으로 인한 큰 피해가 없어서 풍년이라고 한다. 지난해 벼 재배면적(1530ha) 대비 올해 면적(1146ha)은 오히려 87ha나 줄었지만 벼 생산량은 72,288톤으로 6.3%712톤이 늘었다.

당연히 수확을 많이 한 농민들은 기뻐서 춤이라도 추어야 하지만 울상이다. 흉년이 들면 수확이 줄어 울상이요, 풍년이면 나락 값이 떨어져 울상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과연 누가 농촌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살 마음이 들겠는가? 농민들이 모두 도시로 떠난다면 영광군의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을 더욱 앞당기는 사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농민들이 애써 수확한 벼를 싣고 통합RPC로 달려가도 저장고가 가득 차 인근 고창군 RPC에 싼값에 팔아넘긴다고 하니 그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그동안 100억여원의 예산을 투자해 시설을 증설해온 지역 RPC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지역 벼를 제대로 받지 못해 문을 닫았다니 농민들의 한숨이 그대로 전해진다.

벼를 수확해 건조한 뒤 천천히 출하를 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농촌은 일손부족에 따라 논에서 수확한 산물벼를 그대로 출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개인이 건조출하는 것 보다 효율적이며 RPC의 사일로에서 건조·도정·출하하는 것이 영광쌀 미질에도 좋다.

그런데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광RPC의 저장용량은 17,000톤에 불과하다. 매년 총생산량중 공공비축미 등을 제외하면 RPC가 수매처리 할 물량은 32,000톤 규모다. 영광RPC가 연간 유통처리하는 물량은 전국, 전남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규모라고 행정은 자신 있게 말한다. 하지만, 지역 농민들이 벼를 싣고 고창군으로 달려가는 이유와 고창군은 어떻게 5만여톤이 넘는 규모의 저장고를 보유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는 지역 내 민간RPC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것도 요인이지만 행정과 농협, RPC가 저장고 증설 등에 안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증설 계획도 예산확보가 불발되면서 무산됐다. 군은 내년 4,000톤 등 향후 8,000톤을 더 늘려 25,000톤까지는 증설할 계획이지만 적정 저장고 3만톤에는 이마저도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부지와 자부담을 출자해야 하는 지역농협들이 경영상태를 이유로 수익이 나질 않는 시설 투자를 꺼린다는 점이다.

이제는 행정과 농협의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선행조건으로 거창하고 불투명한 사업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농업시설 투자에 400억원 규모의 한수원 상생자금과 120억원의 잠자는 농업발전기금 활용을 검토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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