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라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이제는 문화를 이용해 미래의 먹거리를 개발하자.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당송(唐宋)의 문화정책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의 혼란기를 평정하고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제일먼저 문화말살 정책을 편다.

공자나 노자, 손자 등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꽃피웠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서적들을 모두 불사르고 유학자들을 생매장(분서갱유, 焚書坑儒)하면서 아방궁이나 만리장성, 병마용 갱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일으켜 백성들을 혹사시킨 것이다.

진나라는 화폐와 도량형을 통일하고 군현제를 실시하여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등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정책을 실시했음에도 건국한지 15년이 되지 않아 한의 유방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516국과 남북조를 타파하고 다시 중원을 통일한 수나라 역시 고구려와의 전쟁과 대규모 토목사업인 운하건설에 백성들을 강제 동원하다가 결국 38년만에 당나라에게 멸망을 한다.

중원(中元)을 통일했던 이 두 나라가 단명을 했던 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문화향유의 본능을 억누르고 무력을 앞세워 대규모 전쟁이나 토목사업을 벌이면서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당송 8대가로 대변되는 시가문화 등 중국 문화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당나라와 송나라 시대는 문화정책에 역점을 두면서 중국역사상 가장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300년이 넘게 국가를 유지하게 된다.

단명한 진나라, 수나라와 장수한 당나라, 송나라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치적을 쌓기 위한 조급함으로 무리하게 벌렸던 전시성 토목사업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싹에 물을 주 듯 가꾸어 가는 문화정책이 오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사라져가는 영광의 문화와 문화재

2015년도 우리 군의 예산은 복지사업비와 도로포장 등의 토목사업에 치중되면서 미래의 먹거리라는 6차산업과 문화사업에는 쥐꼬리만큼 편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굽은 길을 바로잡고 울퉁불퉁한 길을 포장하여 통행이 편리하도록 하고 대규모 토목사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을 관광지화 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관광토목사업이라 할지라도 문화가 접목되지 않는다면 그 것은 단지 시멘트 블럭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주차장으로 변한 영광읍내 중심의 사잇길이나 42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립한 산림박물관이 그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영광 산림박물관의 효용성은 둘째 치더라도 올해 준공식을 가졌음에도 도표화된 산림통계자료에는 10년전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된 식물 표본마저 영광에는 식물종류가 다양하지 못해서인지 같은 종류가 23중으로 겹쳐 전시가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종류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만큼 말라 비틀어져 있다.

5백년 불씨를 보존해 왔던 입석리 신씨 종갓집의 신성한 불씨는 한번 꺼진 후 다시 타오를지를 모르고 있으며 석류라는 명시를 낳은 조운 시인의 생가는 100년 넘은 석류나무가 무참히 베어진체 지붕마저 무너져 내리며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불교 성지인 정관평의 연꽃방죽은 잡초방죽으로 변했으며 조선 초기 건립되어 무지개다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홍교는 건물에 숨겨져 길을 잃었다.

이렇게 많은 문화들이 방치되고 있지만 대표적인 토목사업이랄 수 있는 백수 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었다며 매년 시멘트를 덧바르고 있다.

토목사업은 어느 곳이든지 또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화는 그 지역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문화가 사장된 고장이란 속된 말로 앙꼬(앙금)없는 찐빵인 것이다.

문화가 없는 지역특산물

영광의 특산물로 전국 최대의 판매고를 자랑했던 영광굴비는 이미 상주 곶감에 왕좌를 내주었으며 터미널 앞 할머니들의 광주리장사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며 지역 경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모싯잎 송편은 모시삼베로 유명했던 충남 서산군의 공세적 진입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특산물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문화를 등한시 하고 얄팍한 상업주의에 물들어 잇속만 차린 결과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상주시에서는 대규모 곶감 건조시설을 볼거리로 조성하여 사진 동호인들이나 관광객들이 찾아오게끔 관광지화 하는 등 상주만이 갖고 있는 지역의 특수성을 문화에 접목함으로써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서산군 역시 모시삼베의 고장 한산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앞세워 모시와 관련한 다양한 기념물들을 만들고 축제를 여는 등 지역 특산물인 모시와 역사문화를 접목하면서 모싯잎 송편에까지 진출하는 등 공세적 홍보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 군의 정책방향에 대해서 단순히 문화 마인드가 빈약하다는 말로만 해석이 가능한 일일까?

미래의 먹거리는 문화다.

역사적으로 문화를 외면하고 토목사업에 치중했던 나라는 오래가지 못했다.

단명한 진나라와 수나라가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지역의 토목사업과 관련한 지역 인프라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조금은 답답하고 더딜지라도 문화에 꾸준히 투자를 하는 것이 우리군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바람직한 일은 아닐까.

문화가 있는, 즉 얘깃거리가 있는 관광지를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문화군을 만들자는 것이다.

먼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정치인들의 혜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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