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라남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돈을 쓸 줄 아는 진정한 부자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자신들이 소유한 전 재산의 99%52조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갑부 중 한사람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도 큰 뉴스거리였겠지만 그보다도 기부금 액수에서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었다.

52조원? 할 일없이 계산을 해보았다.

한 달에 5백만원을 받는 고급 월급쟁이가 인류의 역사보다도 더 긴 세월인 866666년 동안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미국에는 저커버그를 비롯하여 인터넷 바람을 타고 부자가 된 신흥 갑부들의 사회공헌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 듯 줄을 잇고 있다.

미국 갑부들의 기부 릴레이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의 공동창립자인 피에르 오미디아는 1998년 회사의 주식을 상장한 뒤 마련한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했다.

11600억원이었다.

미래의 설계자라는 평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도 재산의 대부분인 약 15194억 원을 신재생 에너지 연구와 교육 분야에 기부했으며,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인 셰릴 샌드버그 역시 2014,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더 기빙 프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서명을 했다.

MS 공동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약 475,500억원을 기부하였으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2006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자신의 주식 대부분(99%)을 기부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밖에도 오레곤 보건과학재단의 암 치료 연구에 약 5억 달러(한화 약 5천억 원)를 기부한 나이키 공동 창업자 필페니 나이트 부부와 존스홉킨스대에 35천만 달러(한화 약 36백억 원)를 기부하기로 약속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도 뒤를 잇고 있다.

개 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

우리 속담에 개 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미국에도 그런 갑부들이 있었다.

강철왕이라는 카네기와 석유재벌인 록펠러, 그리고 금융재벌인 JP.모건이 그들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돈을 굵어 모으면서 한 때는 사회악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종래에는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기부를 통해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영웅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엔두루 카네기는 죽기 전 내 자식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겨주는 것은 곧 독이나 저주를 남겨주는 것과 같다. 부자로 죽는 것은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며 재산의 사회환원을 강조하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빌리주(Noblesse Oblige)는 불어에서 비롯된 말로 높은 신분이나 많은 재산 등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즉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표현하는 말인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노블레스 오빌리주라는 말을 사용할 때마다 초기 로마시대 귀족들의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 정신이라든가 제1-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의 학생들이 출전하여 2,000여 명이나 전사했으며, 한국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던 실화를 예로 들곤 한다.

하지만 노블레스 오빌리주란 그렇게 크고 먼 곳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주위를 살피는 따뜻한 마음

연말이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춥고 어두운 곳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포근한 어깨와, 지쳐 넘어졌을 때 내밀어주는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고단한 사람들이다.

몇 조, 몇 천 억원이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돈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따뜻한 마음으로 내 이웃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동지섣달 북풍한설을 가려주는 훈훈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진정으로 노블레스 오빌리주를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집 가문의 교훈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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