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가 이렇게 민망할 수가 없다. 해가 바뀌면 으레 건네게 되는 인사마저도 머쓱할 정도로 나라 분위기가 흉흉하다. ‘올해도 잘 버텨야 한다는 말들이 덕담 대신 오고 간다.

노동조합 간부로 일하고 있는 한 선배는 1231SNS괴물집단 안에서 나도 자꾸 괴물이 되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 분노가 나를 망치지 않도록, 무엇보다 사람의 얼굴과 따뜻한 가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리는 2016년이 되자는 글을 올렸다. 눈물이 핑 돌았다. 선배가 이런 회한을 털어놓기까지 무수히 쏟아냈을 분노와 좌절, 고통과 절망이 느껴졌다. 이런 엿 같은세상 같으니라구.

진실이 수장당한 팽목항, 세월호 유가족들은 9명의 시신을 바닷속에 남겨둔 채 두 번째 새해를 맞았다. 빈곤이 대물림되는 수저계급론앞에 무기력한 청춘들은 절망에 몸부림친다. 노동개혁의 허울을 썼을 뿐, IMF 시절보다 더 한 해고의 광풍속에서 20~30대도 명퇴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뿐인가. 박근혜 정권은 전쟁범죄를 인정, 사죄, 배상해야 할 일본정부의 책임을 10억엔과 퉁 치는사상최악의 굴욕협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은 물론 온 국민을 까무러치게 만들었다. 내치(內治)와 외치(外治),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기능하는 게 없으니 헬조선에서는 버텨야 산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표방한 국민행복시대는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했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행복에 대한 체감온도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각종 지표도 증명한다. 한국은 OECD 34개 국가 중 불명예 1다관왕을 기록하고 있다. 자살률 1, 남녀 임금격차 1, 노인 빈곤율 1, 산업재해 사망률 1, 사교육비 지출 1, 최장 노동시간 1, 가계부채 1, 국가 채무 증가 속도 1,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 공공 사회복지지출 뒤에서 1위 등 무려 50개 분야에서 불명예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띠는 것은 정치적 비전이 안 좋은 순위도 한국이 1위라는 결과다. 오늘의 절망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치의 역할이 필수일진데, 정치적 비전도 바닥이라니 과연 이 사회에 미래는 있는지 심각하게 반문해본다.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 폭주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정치가 대변해야 할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정치의 바깥으로 계속 밀려날 것이다. 정치가 갈등을 조절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사회 통합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시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할 때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 해체의 위기에 노출된다. 하층배제적이고 상층편향적인 정치구조가 고착될수록 권력은 소수화되고 민주주의는 과두제로 전락한다. 형식으로 전락한 민주주의와 공공의 적이 된 관료주의의 해악은 치명적이고 광범위하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정의와 도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행복추구권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마땅히 이 불가침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 국민의 행복권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배제하고 기득권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저항이다. 저항은 불의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낡은 것에 대한 반대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창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행동만이 행복할 권리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다시 선거다. 국민의 머리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한 권력을 심판하자. 이번 총선을 더 이상의 민주주의 후퇴에 제동을 걸고 권력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분수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헌법을 무시하고 복지를 희생시키고 사회의 공적 기반을 허무는 불의한 권력에 더 이상 삶의 미래를 의탁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2016, 운명의 해가 밝았다. 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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