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식량작물연구소 농업연구관

새해들어 우리나라와 중국베트남뉴질랜드 간 FTA 발효로 수입 농축산물의 물량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웃 국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중국은 면적이 한국의 43.2, 인구 14억 명(세계의 1/5)의 교역상대 1위국으로 2015년도 무역실적(한국무역협회, 11월 기준)이 수출 1,261억불, 수입 830억불로 432억불 흑자지만 농업분야는 39억불(세계 전체)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돌이켜 보건데 지난번 한FTA 국회비준동의안 처리 시 여정 협의체가 농업에 대한 보완책을 세웠다지만 농업농민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농업계의 볼멘소리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30여 년간 수출주도형 산업, 대규모 공공투자, 인구배당 효과(생산인구 증가로 부양률 하락)로 매년 8~12%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농업생산을 증대시켜온 결과 1인당 농업생산이 1.1%(1961~1978)에서 3.8%(1978~2011)로 세계 평균 1.7%의 약 2배에 달하였으며 소득증가도 10(19782011)나 증가하였다.

WTO 가입(2001) 2012년까지의 농산물 무역액(수입+수출)을 살펴보면 연평균 17%(2791,557억 달러) 증가하였고 농업무역의 의존도도 지속적으로 증가(1521%)하였다. 그러나 동기간 수입의존도 역시 2(613%)로 증가하여 농산물의 순 적자액이 185억 달러에서 310억 달러로 더욱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2013년 세계농업 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OECD가 전망한 중국의 GDP 성장률은 현행 8% 수준에서 향후 10년간은 6%로 낮아질 것이고 식품 가격의 큰 폭 상승과 토지, , 농업노동력의 제약으로 수요에 대한 공급이 제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UN의 인구추계에 의하면 농업인구가 695백만 명(2012)에서 2022년에는 1억 명이 더 줄어들고 반면, 도시인구는 138백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시 거주자는 농촌 거주자보다 순소득이 약 3배에 달하여 식품소비의 패턴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데 금년부터는 한 자녀정책 폐지로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인들이식위천(食爲天: 음식은 하늘)’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부심, 삶의 가치를 식의주(食衣住) 순으로 정의할 정도로 음식이 가장 으뜸이라는 뜻이다.

2008년 멜라닌 분유를 시작으로 카드뮴 쌀, 중금속 채소 파동 등을 경험하면서 유기농식품 선호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투자고문산업센터는 향후 10년간 유기농식품 생산량이 연평균 20~30%, 소비량도 30~50%씩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근 5년간 프랑스 등지로부터 수입한 농식품 총액이 매년 21.8%씩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거대시장 중국에 대해 우리가 FTA 발효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와 식습관이 비슷하고 4~5배정도 저렴한 중국 농산물이 국내 농업의 급격한 쇠퇴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을 황폐화시킬 수 없는 것은 중국인들도 경제수준이 높아질수록 양질의 먹을거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내외 경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국내 농산물 수출전략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필자가 중국근무(1)와 다년간 방문 중에 느낀 중국 농업은 저비용 투자를 근간으로 수출가능성, 고소득, 환금성 작목을 재배하지만 연안과 내륙 간 농업기술 편차는 매우 커 보였다.

특히 수출작목의 집약적 관리와 물량공세가 우려되지만 FTA 양허제외 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국내 시장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중국이 농산물 수출을 위해서 기업+생산기지+농가가 계열화된 용두기업(龍頭企業: 선도기업)을 육성하여 생산경영시스템(재배기술, 가공, 무역)이 통합되고 생산 전후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시켜 농민의 소득증가와 농촌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 신속히 대응해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14억 명의 인구 부양을 위해 농식품의 안정적인 수입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그 어떤 국가나 지역보다 지리적 이점을 지닌 전라남도가 가장 먼저 중국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농식품 현황과 유통 흐름을 잘 파악하고 부유층(1억 명 내외) 밀집지역인 북경, 상해, 천진, 홍콩 등지를 대상으로 고품질 신선농산물을 공급한다면 수출 길은 충분히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유와 포도, 김치는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위생 및 검역검사 조건에 최종합의를 이룬 쌀, 삼계탕을 비롯해 파프리카, 토마토, 참외, 딸기, 단감, 감귤 등 신선농산물도 검역협상을 요청하여 일부 품목은 협상이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 실사단이 한눈에 반한 쌀’(국내 12대 브랜드에 9년 선정)을 생산하는 해남군 옥천농협 오케이라이스센터 등 6개 지역(이천, 청주, 서천, 군산, 철원)에 대한 생산가공 과정의 실사를 마쳤기 때문에 조만간 쌀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으로부터 매년 수입(2014, 205천 톤)만 해오던 우리나라로서는 쌀을 최초로 수출하여 중국 부유층의 입맛을 사로잡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농업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만이 가지고 있는 지역별, 계층별로 소비자 맞춤형 수출 마케팅을 개발하고 한류 마케팅에 식자재 공급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전라남도의 우월적인 친환경 농업정책과 유기농식품 생산의 우수성을 온라인 시장과 인터넷 쇼핑몰에 홍보하고 신선도 유지를 위한 물류창고의 건설 및 통관기간 단축 등을 통한 수출 경쟁력 확대가 필요하다.

외부의 도전은 항상 있는 법이다.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비 절감으로 생산된 값싼 원재료를 가공, 수출하여 부가가치를 높여야하는데 농산업관련 기관단체기업, 그리고 농업계가 함께 노력한다면 한FTA는 한국 농업에서 위기는 기회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 줄 가능성이 크다. 새해의 농업환경도 어려움이 계속 되리라 예상되지만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업인들의 긍정적인 이해로 성공적인 영농이 이루어질 때 까지 매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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