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식량작물연구소

영광출신(군서초38영광중44영광종고24)

2016년도가 벌써 1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밀려온다는 소식에 우리 경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국경제가 중국에서는 기술우위, 일본에서는 가격우위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중국에 치이고 일본에 밀리는 샌드백 신세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들어 중국경기의 불확실성(경기둔화, 위완화 절하로 통화전쟁우려)과 중동의 저유가, 북한 핵과 같은 세계경제의 불안을 예고하는 각종 지표가 발표되는 가운데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수출관련 제조업에 비상이 걸리는 등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20일에 발효된 한, 베트남, 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화로 끌어내고 말았다. 국내의 농업환경을 살펴봐도 우호적인 모습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농업인구의 감소는 정치권으로부터 소외를 불러 일으켰고 농업과 제조업의 지나친 비교는 산업간 갈등의 대결구도를 형성하여 농업을 비우호적인 환경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였다. 더구나 오는 928일부터 시행예정인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 법)을 앞두고 농업계는 더욱더 큰 타격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주 후에는 우리민족의 고유한 명절인 설이다. 설은 차례(茶禮)를 지내고 웃어른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이날 대접하는 시절 음식인 세찬(歲饌)으로는 떡국을 먹게 되는데 설날을 생각하면 민족 대이동 중에 볼 수 있는 귀성객들의 선물 보따리다. 선물이란? 오래된 미풍양속으로 주거나 받는 사람 간에 마음의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을 고르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선물은 시대의 흐름과 경제여건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필자의 기억으로는 내의(內衣)에서부터 치약과 비누세트, 고가의 영양제와 현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천과정을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본다. 최근, 서울의 한 업체가 직원 1,316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의 선물 목록을 조사한 결과 상품권, 현금, 옷이나 신발, 그리고 과일류나 한우고기 순으로 나타났는데 농식품이 포함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농산물 시장에 가보면 이전에 우리가 먹기 어려웠던 망고, 아떼모야, 패션푸르트 같은 각종 희귀한 열대성 수입 농산물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식탁에서의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의 생활이 수입농산물에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큰 규제가 없기 때문에 과연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는 깊이한번 생각 해봐야 할 문제다. 수입 농산물의 70% 이상은 FTA를 체결한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수입품목인 포도, 바나나, 와인의 값은 세계 1~2위 수준으로 비싸다고 조사되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비교적 저렴하다는 생각에 국산 농산물을 대체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수많은 농산물들이 품질이 떨어지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우리가 이제는 품질만으로 경쟁하기란 쉽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국산 농산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면서 판로도 막막해 지고 있다.

그렇다고 단기적 처방이나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농업의 활성화와 농가 소득증대를 위하여 우리나라 농식품에 대해 주변국가로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벽을 넘기란 쉽지가 않다. 가장 가까운 중국은 연간 시장규모가 1,000조원이 넘는 거대한 국가로 우리나라 농식품의 최대 시장임에 틀림이 없다. 현재 우유, 라면, 떡볶기, 소면, 고추장, 간장, 조미김, 유자차 등은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으며 포도, 쌀도 수출을 시작하였지만 중국 시장서 우리나라의 농식품 비중은 0.7%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출목록도 농업인들이 직접 생산한 고품질의 농산물보다는 대부분 가공식품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농업인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농민들이 생산한 신선 농산물을 우리나라 국민들이 직접 구입해 주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전라남도가 농가의 소득증대 일환으로 설맞이 성수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판로 확보를 위해 온-오프라인을 통하여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인천, 광주 등 대도시의 관공서 광장이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남도장터 등 쇼핑몰과 TV 홈쇼핑 등에서 온라인 판촉에 79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데 제수용품은 7~40% 할인 특별이벤트를 추진하고 있다.

선물은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호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하고 부피가 작고 가벼워야 하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고가의 선물보다는 정이 깃든 우리고장의 농산물을 추천하여 구입토록 권장하고 싶다. 전라남도에서 지리적 표시를 추진한 농산물과 농산가공품의 지역특산품은 돌산갓, 돌산갓김치, 거문도 쑥(여수), (나주), 매실(광양), 딸기(담양), 마늘, 유자, 석류, 한우(고흥), 녹차, 삼베, 올벼쌀(보성), 고구마, 겨울배추(해남), 무화과(영암), 양파, 백련차(무안), 한우(함평), 고추, 고춧가루, 찰쌀보리쌀, 한우(영광), 검정쌀, 대파, 울금, 홍주(진도) 27개를 지정받아 전국 96개에 비하여 28%를 차지하고 있다. 지리적 표시는 농산물의 명성품질특성이 그 특정지역에서 생산제조 및 가공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로 법률에 따라 지식재산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밖에도 오이, 파프리카, 참다래, 모싯잎 송편, 곶감, 주류, 한과, 표고나 영지버섯 등도 명절의 선물용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역의 농특산물을 구입하여 농업인을 돕고 지역의 경제도 살리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공직자 모두와 도시로 출향한 지역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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