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 시절

박 혜 숙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다.󰡐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라고 영광출신 오세영시인은 표현 했다. 정말 공감이 가는 시 구절이다. 절기로도 이제 입춘이 되었다. 한 달만 지나고 나도 금 새 그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그래서 인지 얼마 전에 끝난 응답하라 라는 드라마가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응답하라 1997'부터 '응답하라 1994' 그리고‘1988’까지 세 시리즈 모두 조금은 옛날이야기다. 80년대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겐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였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흔들어 놓는 건 러브스토리다. 웃음과 감동을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였다.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이 속한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을 보면 분명히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도 아주 비중 있게 다뤄진 것 같다. 가족애, 소꿉친구와의 사랑, 우정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다뤄지고 가장 주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이웃 간의 정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드라마 중간 중간에 끊임없이 나오는 저녁식사 전 반찬을 돌려먹는 모습들이 바로 이웃 간의 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눈발 날리는 추운겨울이 접어들 즈음이면 저녁식탁에 녹색 빛을 띤 말랑한 반찬이 올라오곤 했다. 옆집 아주머니의 고향에서 배달 온 매생이라는 음식이었다. 매년 저녁반찬거리로 한번 씩 주셨던 기억이 난다. 즐겨 먹던 것도 아니고 조금은 낯설었지만 옆집 아주머니의 친정집앞 바다의 향은 연상 할 수 있었다. 요즘 도시에서는 뭐 이웃 간에 음식을 돌려서 먹기는커녕 당장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 사람들이 정이 없어 졌다 라기보다는 그만큼 세상이 살기 팍팍하고 다들 자기 삶에 여유가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응답하라 1988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졌다. 이웃끼리 음식을 나눠먹고, 식사에 초대해서 함께 먹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이런 모습들이 현대사회의 팍팍함에 지쳐있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 예로 드라마 중간에 보면 시내버스에서 앉아있는 사람들이 일어서 있는 사람들의 가방을 맡아주는 모습이었다. 그 시절 너무도 당연하고 흔한 일 이였다.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 지는 마을의 모습들, 이웃들이 모여 회의하고, 함께 고스톱 치면서 놀기도 하고 특히 준비한 음식을 서로 대접하는 문화가 참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곧 설 연휴가 시작된다. 이웃과 마을을 만나고 음식을 나누고 인사를 하는 우리고유의 명절이 다가오니 문득 그 드라마가 연상 된다. 드라마를 바라보면서 열광하고 옛 추억을 돌이킨 많은 이들이 현실에서 그 시절로 응답해보면 어떨까! 맛이 없을까 걱정하지 말고 찾아보는 것이 예의를 벗어날까 너무 고민 하지 말고 인사하고 만나보자. 나눠보고 소통하자. 이 사회의 중심이 이웃이고 마을이다. 소통, 화합, 공동체 이렇게 뭔가 딱딱한 말인 것처럼 보여도 응답하라 1988에서 보이는 모습들처럼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게 우리가 꿈꿔야 할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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