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영광노인복지센터장

며칠 후면 민족 대명절 설날이다. 하지만 부모님세대들도 무조건 설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0770대 노인이 대학생을 포함해 4명을 살해한 보성 어부 살인사건, 200869세 노인의 숭례문 방화사건, 201470대 노인의 방화로 22명 목숨을 앗아간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 2014년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부근 열차안에 인화물질 뿌리고 방화한 70대 노인, 2015년 부산의 백화점 귀금속 매장에서 72살 노인이 23천만원짜리 다이아반지를 훔치는 사건, 2015년 경북 상주시 농약 사이다 사건, 같은 해 조상묘 이장문제로 조카들과 다투던 70대 노인이 홧김에 엽총을 쏴서 1명이 숨진 사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위 사건의 공통점은 노인이 저지른 범죄이다.

특히 전남에서 일어난 20078, 보성군 바닷가에서 어부 오모(71)씨가 10대 남녀 2명을 배에 태운 뒤 남성을 바다에 밀어 숨지게 하고, 여성을 성추행하려다 실패하자 여성도 바다에 밀어 살해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달 뒤에도 20대 여성 2명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범행 동기에 대해 묻자 처녀니까 만져보고 싶어서 그랬다는게 살해한 이유다. 그가 70대 노인이라는 사실에 우리 사회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급속도로 고령화되면서 2000년도에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7%를 초과하여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으며 2018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14%에 이르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 평균이 이렇고 고령화률은 농촌지역에서 훨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인부양률 역시 2050년에는 67%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지역인 영광군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197명으로 전체인구 중 24.3%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영광군통계연보) 노인들은 이전 세대에서 경험하지 못한 산업화와 핵가족화를 거치게 되고, 퇴직에 따른 노년층의 빈곤과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 사별에 따른 자존감 상실의 개인적 문제와 함께 노인부양이라는 사회적 비용 증가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관련 범죄가 전체 비중에서 늘어날 뿐만 아니라, 노인 범죄자 숫자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치안전망 2016’에 따르면 전체 범죄자 중 61세 이상 범죄자는 2014년 대비 9.1% 증가했다.(20159월 기준) 그리고 노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빈곤 노인층의 생계형 범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31~40, 41~50세 범죄자의 발생비는 감소했으나 61세 이상 범죄자의 발생비는 10년간 58.5% 증가했다.(‘2015 범죄분석대검찰청)

왜 이처럼 노인범죄가 증가하고 있나? 노인인구의 증가다. 건강관리와 의학 발달로 건강한 신체를 갖고 있다 보니 예전의 노인이 아니라 젊은 층 못지않게 기운이 왕성하여 폭력, 강도, 강간 등의 강력범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인들을 우리사회는 안아주고 있지 못하다. 노인이 되면 사회와 가족, 젊은이들로부터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우발적 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경제적 빈곤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8.6%OECD 국가 중 가장 높다.(2011년 기준) ,장년 때는 자식을 키우느라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은퇴 후에는 소득이 없어 범죄에 노출되거나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질병과 우울증이다. 요즘에는 부모의 노후를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약하다 보니 가족구성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신적인 우울감과 질병으로 이어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범죄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1.9명이며 OECD 국가중 가장 높다.

이런 이유들로 노인범죄가 점증하고 있지만 범죄로부터 노인을 보호하는 제도는 미비하다. 노인복지관, 노인자살예방센터 등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지만 노인범죄예방센터나 피해상담기관 등 노인범죄에 대비하는 전문기관은 많지 않다. 2012년 기준, 전체 범죄 중 61세 이상이 저지른 범죄는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범죄보다도 많다는 통계를 볼 때, 청소년처럼 범죄유형과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인의 사회안전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인일자리와 주거문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노인일자리 대부분은 경비원 등 단순 노동업무에 한정되어 있는데 노인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음으로 모든 국민이 노인 문제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노인을 돌보지 않는 사회적 환경이 노인을 범죄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노인 공경과 부양 등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갖고 노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인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예방과 사후관리를 통해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이 영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노인을 공경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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