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맘

박 혜 숙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아이의 가방을 샀다.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이고 몇 년은 써야 되겠지 라는 엄마입장인 나는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걸 선택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 입장은 인기 있는 만화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가방에 관심이 많았다. 만화에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등장인물도 여럿임에 놀랐다.

그런 가방을 살수 없다는 설득은 어려웠다. 아니 시도하지도 않았다. 안된다고 하면 그 기대에 찬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릴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주인공을 선택 할 것인가를 설명을 듣고 선택에 동의를 해 준 것뿐이었다.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왔다. 가방 값은 내가 내는데 더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한 것으로 주장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고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사소한 고민과 선택은 어느 부모에게나 있을 것이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진학일 때는 가방구입과는 조금 다른 고민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자녀들과 갈등을 줄이고 바른길로 교육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램 일 것이다. 그런 바람이 너무 넘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을 풍자하는 시대언어와 단어가 있다. 요즘 부모를 풍자한 단어 중에 헬리콥터맘이란 단어가 있다. 아이들이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하게 되어도 헬리콥터처럼 아이의 주변을 맴돌며 온갖 일에 다 참견하는 엄마를 이르는 용어이다.

이런 개념은 비단 요즘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서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들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내어주는 '치맛바람'이라는 말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런 헬리콥터 맘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성인이 된 대학교 졸업반의 딸을 따라다니며 딸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전임 교수를 바꿔달라고 호소한다거나, 학점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는 등 비상식적인 요청을 하는 엄마들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과잉보호 아래 자란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응력이 떨어져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결혼도 미룬 채 부모 집에서 얹혀사는 캥거루족으로 전락하기 쉽다.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맘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룰 수 없던 꿈과 목표를 자녀를 통해 이뤄서 대리만족하려는 현상이라고 한다. 결국,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욕심이 과해서 자신의 대리만족과 목표를 이루는데 아이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랑하는 자녀가 상처받지 않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는 것,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자녀의 주변을 평생 맴돌며 힘든 일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자녀의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주는 것일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녀가 한두 명밖에 없는 요즈음 부모들은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하는데 오히려 이게 문제가 된다. 기성세대는 형제,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투고 화해하며 컸다. 자의든 타의든 서로 소통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서서히 갖췄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부모들의 과잉보호에 더해 스마트폰 속에 갇혀 살게 된다. 헬리콥터맘이 자녀에게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의 사회 적응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학원, 학교, 직장 할 것 없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사소한 것 하나도 부모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주다 보니 자녀는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독립적인 자아를 키워주는 2016년형 이상적인 부모상은 무엇일까? 문제에 대한 이론적인 답은 어디든 나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빗자루맘 이다. 평소에는 들지 않지만 청소가 필요할 때 긴요한 빗자루처럼 빗자루형 부모는 아이가 극복할 수 없는 큰 장애물에 맞닥뜨렸을 때만 살짝 빗자루로 청소하듯 거들어주는 부모를 뜻한다. 부모가 판단해 아이를 필요한 곳에 헬리콥터처럼 이동시키는 헬리콥터맘이나 호랑이처럼 이끌어 시험 성적을 높이는 타이거 맘이 아닌 빗자루맘이 되어보자. 자원봉사 설명에 나오는 스스로 원해서해야하는 일은 봉사뿐만이 아니라 공부도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음 주면 3,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한다.아이들 스스로 주도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부모가 되어보자.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