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전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연합회장

글로벌화되는 지구촌

지금 우리는 국경없는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다.

교통과 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세계가 단일 생활권으로 바뀌어 가면서 이제 지구촌의 글로벌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세계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글로벌이란 말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중세기부터 진행이 되고 있었던 큰 물결이다.

우리가 우물 안에 갇혀 쇄국을 고집하고 있을 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세계를 무대로 국경을 허물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글로벌화된 세계에 살면서도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이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음으로 해서 잘 느끼지 못하는 생활중독현상일 수도 있겠다.

중국제 실크를 사용해 북한에서 만든 옷을 입고, 한국산 칩과 대만제 모니터로 방글라데시에서 조립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독일산 수입차를 타고 프랑스산 와인을 마시는 말 그대로 세계화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것이다.

방안에 앉아 수만리 떨어진 미국 친지들과 하는 화상대화가 이웃집에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세상, 세계화의 대세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세계화의 주역은 지방도시

지방도시를 세계화의 주역으로 성장시킨 동력이었던 유럽의 지방자치제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봉건제도를 토대로 오래 전부터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 왔던 유럽에서는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고유문화가 잘 발달됨으로 해서 도시마다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세계적인 축제나 특산물이 발달을 할 수 있었다.

프랑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국가 이름보다는 마르세이유나 안달루시아, 리스본, 베네치아 같은 도시이름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4년마다 열리는 스포츠 대제전인 올림픽의 명칭에 개최도시의 이름을 붙이는 이유도 같다.

행사의 명칭에 모스크바 올림픽, 서울 올림픽, 부산 아시안 게임 처럼 그 도시가 속한 국가의 이름이 아니라 개최도시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스포츠 게임이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한 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측면도 있지만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가라는 큰 틀보다는 지방 소도시 중심의 지역차별성이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지자체 주도의 해외사업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권 들어 무르익었던 남북한 화해 무드에 편승해 전국 시도를 비롯한 시군의 지방자치단에서는 너나없이 북한과의 교역에 나섰다.

교류라기 보다는 퍼주기식 지원이 주를 이루었지만 그래도 각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섰던 이유는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을 이용한 지자체의 홍보효과 때문이었다.

유럽의 도시들이 홍보를 위해 사람들의 관심이나 주목을 끌 수 있는 큰 스포츠행사 등에 국가의 이름이 아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 이름을 사용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때 세계화 바람을 타고 붐을 일으켰던 해외 도시간 자매결연도 외교는 국가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세계를 향해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해 보려는 지자체 홍보노력의 일환이 아니었던가 싶다.

현재 우리 영광군도 필리핀의 로사리오시, 중국의 소흥현 등과 국제적인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하지만, 상호 교류를 위한 결연이라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왕래만 했던 형식적인 결연이었다는 쪽에 무게가 도 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해외 교류사업에 나섰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기에 섣불리 나설 수는 없는 일이지만 세계화가 거스릴 수 없는 대세라 한다면 유럽의 중소 도시들처럼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는 예지력이 필요한 때이다.

새마을운동을 이용한 해외사업

가난구제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급한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경제개발 모델로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한 운동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도입하고 있다.

한 때 중국의 공산당 정부가 자국의 농촌지도자 5만명을 한국으로 보내 새마을교육을 시키겠다는 거대 프로젝트를 발표한 적이 있었으며,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자국의 경제개발을 위해 주요 공직자들에게 새마을교육을 받게 하는 등 한국의 가난구제운동이었던 새마을운동이 이젠 인류의 가난구제운동으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불과 30년 전만 하라도 기아선상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바뀐 이면에는 한강의 기적을 불러 온 새마을운동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에서도 체계적인 해외원조를 위해 새마을세계화재단을 설립하고 많은 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세계화사업 공모를 하고 있으나 희망 시군이 적음으로써 현재는 경상북도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우리 영광군도 이제 호남에서는 최초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외 개발사업에 나설 것을 제안하고 싶다.

특히 전국 최초로 다문화사돈국의 이주여성 친정마을을 대상으로 개발사업을 지원한다면 명분이나 실리적인 면에서도 매우 효과가 클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 주위에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내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원조에 힘을 쏟는 것은 초강대국으로써의 위상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마을로 글로벌화 된 시대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영광군도 글로벌화 된 다문화사회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니 만큼 이주여성들의 친정마을 개발을 통해 사돈국으로써의 위상을 정립하고 아울러 우리 군도 인류의 가난구제에 한 몫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