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세월호 참사 두 번째 청문회가 끝났다. 여전히 진실은 미궁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선내 대기 방송이 선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폭로, 국정원과 청해진 해운의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들도 드러났다. 구할 수 있었음에도 구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대참사 뒤에 내부자들의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630일로 만료되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활동은 가려진 의혹을 규명하기엔 시간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검을 해야 한다는 유족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어떤가. 야권의 분열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압승이 확실시된다. 이들은 세월호가 하루라도 빨리 잊혀지기를 원한다. 또 어떤 이들은 세월호 피로감운운하며 아예 노골적으로 잊어버리자고 선동한다.

416일을 기억하는 일은 투쟁을 동반한다. 그것은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에 맞서는 용기이며, 시간의 무게에 눌려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는 의지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반성을 한다. 유족들과 국민을 기만하고 시도 때도 없이 희생자들을 부관참시하는 불의한 정치권과 꼭두각시 언론의 행태를 무기력하게 쳐다보고만 있지는 않았는가.

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은 대형 참사에 대한 극복되지 못한 트라우마를 반복해왔다. 삼풍 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실종자를 모두 합하면 1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살율 1위의 자살 대국이 된 이 땅에서는 매년 14만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삼풍 백화점, 대구 지하철, 세월호를 다 합친 참사가 매년 14번씩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무려 10년 동안 237개 품목에 품질 위조된 부품 7682개 제품을 사용, ‘누더기 원전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원전은 시한폭탄 같다.

 이 부실 부품들 중 무려 98%가 영광 원전 5,6기에 쓰였다고 하니, 이 지역 주민으로서 공포감이 밀려온다. 한반도가 2의 후쿠시마가 될 것이라는 경고는 말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제 더 이상 어디를 묻는 것은 부질없다. ‘나는 괜찮겠지하는 생각은 더더욱 어리석다. 이 땅에서 대형 참사와 재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의 기능이 지금처럼 마비 수준에 이르게 된 책임도 집단 망각에 있다.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내부자들의 단단한 카르텔은 그 뿌리가 깊다. 해방 이후 한번도 권력을 놓친 적이 없는 이들은 제주에서, 광주에서 대규모 학살을 저질렀고 희생자들의 피의 제단위에 자신들의 부를 쌓아 올렸다. 심지어 이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려고 한다. 그것이 시대착오적인 역사 국정 교과서 추진이다.

국정 교과서는 역사의 진실은 영원히 망각의 늪에 묻으려는 시도다. 역사적으로 반복해 온 불행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생긴 국민적 트라우마는 사건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진실을 규명할 때 만이 극복할 수 있다.

다시 416일이다. 나는 두렵다. 내년 416일에도 지금처럼 똑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공포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필요한 것은 끈질긴 기억 투쟁이다. 아직도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이 있다. 우리가 잊으면 진실은 사라진다. ‘기억 투쟁에서 지면 제2, 3의 세월호 참사가 반복될 것이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세월호와 같은 참사와 재난에 안전지대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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